▲ 이상훈 책임연구원/ 가스기술사 서울도시가스(주) 연구소
타 산업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가 미미한 도시가스 업계에 지난해 경종을 울린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상훈 서울도시가스(주) 서울에너지환경연구소 계량계측팀장(책임연구원)이 지난해 과학기술부에서 주최한 ‘기업연구소 1만개 개막시대’에서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불비한 여건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집념을 불태우며 자동식 가스계량기 성능검사장치를 개발했으며 계량기 업체에선 이를 응용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 검사장치는 국내 세미나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으며,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 전시회 ‘99년 오사카 R&D 포럼’에도 출품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도시가스 업계가 연구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번 지면을 통해 이 연구원의 가스계량기 성능 검사장치 개발 노력 과정을 회고하고 이 장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 계량기 검사장치 개발배경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역사는 불과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987년 이후 도시가스 수요가구의 증가 및 공급량 확대에 따라 가스계량기 또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이 처음 가스계량기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지난 1994년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에너지 관련 분야를 연구 집중하고 있을 때였는데 우연히 계열사인 도시가스 계량 실험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계량 담당자가 가스계량기 성능을 검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선해야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방문 이후 가스계량기에 관련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국내·외 자료를 틈나는 대로 수집을 했다. 그러나 국내 기술 자료는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없어 특허자료를 검색하거나 일본 출장을 가는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 원서를 구입하기도 했다.

1995년에 드디어 ‘자동식 가스계량기 성능검사장치’라는 연구 과제를 선정해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그러나 습식 기준미터와 가스미터가 전부인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참고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부실한 기초 위에 건물을 세워야하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더욱더 어려웠던 부분은 자동 제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자, 전기분야 및 프로그램 등에서 본인의 지식 부족(기계 전공)과 또한 팀원 없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선 기본적인 하드웨어 설계를 한 후 구매한 자재를 이용해 파이프 가공 및 조립을 하면서 보잘 것 없는 기본 프레임(현재 운영중인 검사장치의 기본 골격이 됨)을 만들었다.

그런데 자동으로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험 유체가 표준미터를 통과해 가스계량기 계기판의 숫자가 회전할 때 각각의 유량, 온도, 압력 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어부를 통해 컴퓨터에 전송하는 시스템 구성이 필요하게 된다.

연구 초기에는 Jig에 고정된 센서를 이용해 계기판의 눈금부위에 세팅 시킨 후 눈금 횟수를 카운트하여 누적 유량 값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에 유통되는 가정용 계량기를 전량 입수해 계기판 부위의 크기를 측정해본 결과, 제작사별로 제품치수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방안지를 이용하여 40여종의 계량기에 대한 3차원 좌표 값을 설정하여 실험을 하였다. 그러나 센서에 부착된 Jig를 이동해가면서 계량기의 조건에 맞도록 검사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비능률적인 사실을 알게 됐으며, 결국 현재의 검사방식(영상을 판독하여 인식하는 숫자인식 알고리즘)으로 대전환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 당시에는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건너듯 연구 과제를 도저히 성공시킬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박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후 신입사원의 합류로 기본 프레임에 살(데이터 입·출력 및 PLC 제어 프로그램 개발)을 붙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검사장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가스계량기 검사장치 소개

먼저 시스템 개요 및 사양을 설명하면 국내 2, 3, 4, 5, 7 등급 가스계량기(사용최대유량:7N㎥/h 이하)에 대한 기차검사, 내압검사, 차압검사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시험유체(Air) 공급원은 Air compressor(400ℓ/min, 5HP)와 Cooler & Dryer system이다. 습식기준미터 Type은 5 liter/rev.(1대), 25 liter/rev.(1대). 기구부 본체는 CCD 카메라(5대), 수검미터 지지부, 압력센서(6대), 온도센서(6대), 기타 전자 밸브류 등으로 구성돼 있다. PLC & Computer는 검사과정 관리 및 검사결과 전산 처리를 담당한다.

검사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기구부 본체에 검사대상 가스계량기를 설치하고 모델명, 기물번호, 등급 등 수검미터에 대한 자료를 입력한다. 다음으로 검사대상 가스계량기에 대한 내압검사, 차압검사를 수행한다.

기차검사의 경우 콤프레셔에 의해 공급된 시험유체(공기)는 Dryer System을 통과하면서 안정화되고 검사유량별 PLC 제어에 의해 유량 컨트롤 밸브(Control valve)가 열린다. 기구부 본체 내부에 유입된 시험유체의 안정화가 유지되면 기준&수검미터의 유량, 온도, 압력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때 기준미터 적산 유량값은 기준미터 출력 펄스(Pulse)를 카운트(Count)해 측정하고 수검미터 적산 유량값은 영상 처리 및 숫자 인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측정한다.

수검미터의 적산 유량값이 설정값에 도달하면 검사가 종료되며 측정된 온도, 압력, 기준미터 유량값 등을 컴퓨터에 전송한다. 이후 검사결과를 연산처리하고 전산화해 저장하게 된다. 검사자는 저장된 결과자료를 이용해 출력 및 통계처리를 한다.

◆ 결 론

오늘날 소닉 노즐을 이용한 검사장치 및 대용량계량기 교정시스템 등의 첨단 장비 출현을 지켜보면서 동종 계통의 연구를 해온 본인의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검사장치가 개발되었던 10년전 까지만 해도 첨단 장비라며 자랑스러워 했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개발 초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암담한 날들이었지만, 연구에 투자했던 지난 날 들이 국내 계량 분야의 기술 발전에 조금의 보탬이 됐다고 한다면 결코 헛된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사는 계량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계량분야의 지원 및 기술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그 투자결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검사실적을 통계 분석하여 계량, 요금, 자원, 품질 기준 정립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켰고, 외부적으로는 제작사별 품질 개선에 따른 불량품의 감소로 비용 절감을 함으로써 유·무형적 기대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검사장치의 기능을 확대하여 입고검사를 KS 검정기준(등급별 0.2Qmax.)에만 국한하지 않고 가스계량기 전체에 대해 풀(Full)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장기간 기술 관리 함으로써 오늘날 OIML 국제기준 형식승인 기술개정에도 국내 제조업체들이 큰 변화없이 새로운 환경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고 감히 단언한다.

향후에는 국내 계량기술이 선진 기술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에 종사하는 분들의 기술교류와 협조가 어느때 보다 더 절실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가스 보급율이 선진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도달했기 때문에 해외의 기술을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술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된다.

가정용계량기 분야는 OIML 기술기준 변경시 큰 무리없이 정착되리라 판단되지만 대용량계량기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가스품질과 환경에 맞는 검정 및 교체 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대용량계량기의 적정교체 주기 및 재활용을 적극 검토한다면 비용절감 측면에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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