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갑 에너지관리공단 서울지사장
2004년 갑신년 한해도 어느듯 저물었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시작된 고유가 상황으로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한 때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는가 하면 서부텍사스중질유는 배럴당 55달러까지 턱걸이 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 사태를 겪기도 하였다. 특히 이번 고유가 사태는 한때 진정기미를 보이다가 계절적으로 석유수요가 많은 동절기를 맞이하면서 다시 상승하는 불안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올 겨울 국제유가로 인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을유년 새해에는 올해 우리가 경험했던 미증유의 고유가 사태를 거울삼아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리 대비하고 근본적으로 에너지절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시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는 과거의 ‘무조건 안쓰고 안쓰기’식의 내핍을 강요하는 에너지절약만으로는 효과적인 에너지 대처방안이 될 수 없다. 사용자에게 불편없이 지혜롭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서 에너지절약형 기기의 개발·보급을 늘리고 생활주변에서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향상에 기여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건물부문 에너지절약 시책

우리나라의 석유수입은 세계 4위로서 에너지 수입액은 약 440억달러로 잠정 집계되어 우리나라 총 수입액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나타나 에너지 수입 비용이 높게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와 함께 우리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에너지 사용의 절반이상을 산업부문에서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물부문과 수송부문에서 사용함으로서 산업부문에서의 절감이 그 어느 분야 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건물부문에서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노력은 산업체의 에너지절약형 공정개선이나 에너지 절약형기기 설치와 마찬가지로 시설투자에 의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향상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건축물은 지어진 순간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다시피 하고 있는데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우니나라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22%가 넘을 정도로서 산업체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이나 산업에서의 정보화 발달과 소득수준의 향상 등 쾌적한 생활환경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건물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중 전기, 가스와 같은 고급에너지원의 사용증가도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건물분야에 있어서 에너지절약형 건물을 늘리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제도중의 하나가 ‘건물에너지 효율인증제도’이다. 건축물에 대해서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효율 등급을 표시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며, 에너지 등급이 공표되고 건축물에 표시함으로서 매매시 건물의 매매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즉 단열이 잘되고 고효율기기를 많이 사용한 주택은 그만큼 에너지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래가격도 높게 책정되고 있다. 독일, 덴마크 등 일부 유럽나라에서는 주택 거래시 효율등급표시 전문가 서명 의무화가 실시중에 있으며 EU 전지역으로의 확산, 추진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부터 이러한 건물에너지 효율인증제도가 실시되어 지난해 7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건물이 최초로 본인증 1등급을 인증받아 일반주택에 비해 40%의 에너지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주자들의 에너지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13개 아파트단지가 현재 1,2등급의 예비인증을 부여받고 건설중인데, 이러한 예비인증 건물은 완공후에 시공상태를 점검하여 최종적으로 본인증을 부여받게 된다. 또한 1, 2등급 인증 건물을 건축하는 시공사는 고기밀성 단열창호, 단열유리, 고효율조명, 고효율 보일러 등 해당 건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절약 설비에 대해 최고 300억원까지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 공조장치, 펌프 등에 사용되는 고효율전동기에 대해서도 무상으로 장려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지난 2001년 8월부터 도입된 에너지절약형 주택의 보급을 촉진한 공동주택의 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는 2004년 2월부터는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신축하는 아파트에 대해 의무적으로 등급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인증대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사무용 건물과 단독주택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제도와 더불어 시·군·구의 지방자치 단체에서 공동주택 50세대, 사무용건물 3,000㎡ 이상의 대형건물의 건축허가 신청시 제출하는 에너지절약 계획서 검토를 통해 고효율조명기기, 저손실형 변압기, 역률 개선용 콘덴서 등 채택의무화 등 원천적으로 에너지절감을 유도하고 있으며, 지자체 에너지절약 추진 시책이 제도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시·도 에너지절약기본조례에 반영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요 호텔의 에너지절약 실태조사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수준 향상으로 에너지사용이 늘어가면서 우리나라처럼 사용하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에서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은 유가의 등락과 관계없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매년 지사별로 지역 에너지절약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여 지역특성화 사업을 실시함으로서 에너지절약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번 서울지사에서는 지역특성화 사업으로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보급을 위한 호텔의 에너지절약 실태조사’를 과제로 선정하여 서울소재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서울은 지역적인 특성상 에너지사용량 신고업체 중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88%로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조사대상 건물 중에서도 연간 에너지사용량 분포가 비교적 일정하고 에너지사용 기자재와 에너지절감 잠재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1급이상 호텔 62개소를 대상으로 건물의 에너지절감 요인 및 개선방안 제시와 ESCO 등을 활용하여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으로 에너지절약을 도모하고자 에너지절약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조사대상 62개 호텔은 건물층수가 6~10층이 35.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16~20층이 22.6%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조사 분석내용에 따르면 호텔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중 전력사용량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호텔 부분의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전력분야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조사 대상 62개 호텔의 에너지절약 잠재량은 총에너지 사용량의 3.3%인 5,540toe로서 절약 잠재 금액은 23억4,2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사용 내역별로 보면 보일러 배가스열 회수가 절약 잠재량 2,234toe 절약 잠재금액 10억3,300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전력부분에서는 고효율전동기·저손실형 변압기·고효율 조명기기의 교체를 통한 절약 잠재량이 3,306toe로 절약 잠재금액으로 환산하면 13억9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고효율 조명기기의 교체시 절감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투자실적 및 투자계획을 통틀어 전체 54건중 노후기기 교체가 25건으로 약 50%를 차지하였으며 절전형 조명설비는 12건으로 22%를 차지하였다. 이는 에너지절약 설비에 특별히 시설투자를 하기보다는 노후기기를 교체하면서 보완적으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하고 있으며 적은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높은 고효율조명기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고효율 기자재 보급 시급

호텔 등 건물의 효과적인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설비 시스템 변경에 의한 에너지절약보다는 고효율 조명기기나 고효율전동기처럼 에너지절감 효과가 검증된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의 보급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중 고효율조명기기는 ESCO 등과 연계하여 보급이 많이 확산되었으나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전동기는 아직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동기의 가동시간이 짧아 교체에 따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고효율기자재의 단가가 좀 더 낮아져야 하며 건물 신축시에는 반드시 고효율기자재를 사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대폭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의 등락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에너지절감을 위한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의 보급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해외 에너지 의존률이 높으며, 수출의존형 국가이다. 고유가 상황과 함께 현재 맞이하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또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최우선책으로 우리의 에너지 다소비형 사회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전환시켜야 한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과 에너지절약 마크가 부착된 에너지절약형 기기의 보급, 건물에너지 효율인증제도의 확대와 에너지절약형 설비의 증설 등 에너지의 효율향상에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가 맞이할 사회를 향후 다가오는 기후변화협약을 준비해 나가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보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며 환경 친화적이고 경쟁력있는 산업국가로 준비해 나가야 하겠다. 올 겨울은 그 어느해 보다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그래도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불어오는 매서운 추위는 어려운 경제여건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높을 것이다. 올해 시작된 어려운 경제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겨울철 생활속에서 지나치게 실내온도를 높이기보다는 올 겨울은 패션 내복을 입으면서 실내온도를 조금 낮추고 적정실내온도(18~20℃)를 유지하는 우리의 소중하고 작은 실천을 통해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다가 찾아오는 따뜻한 봄햇살처럼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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