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시가스 배관 시장이 침체기를 걷고 있다. 도시가스 수요 정체 및 건설경기 악화 등의 요인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가스관 판매물량은 정체 또는 감소 상태에 있고 최근 1∼2년간 원자재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또 지속되는 국내 경기 악화에 따라 설비·시공업체 및 건설사 등의 경영악화로 제품 판매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시장이 한계에 이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가스관 시장 현황을 진단해보고 올해 시장을 전망해본다. / 편집자주

◆ PE관 시장 현황은

국내의 대표적인 PE관 제조업체로는 대림산업, 코스모산업, 동원프라스틱, 브렌트유화산업 등 4개 업체. 이들 4개사의 매출은 가스관, 이음관 등 부속품 포함 연간 약 400억원 대로 추정된다.

이음관 분야는 대연정공, 폴리텍이 선도하고 있다.

최근 상·하수도관 제조업체인 사이몬이 PE가스관 생산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PE업계가 사이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시장진입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PE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두산산업개발 유화사업부가 분리 독립돼 지난 1일 브렌트유화산업(주)로 새출발하면서 PE업계는 이 회사가 PE업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브렌트유화산업은 대기업에서 벗어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는 등 영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E관 시장은 최근 몇년 전부터 도시가스 수요 정체 및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3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자재값 상승이 이들 업체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더욱이 제품가에 원자재값 상승분 만큼 제대로 반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원자재값 급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인상되긴 했으나 원자재값 상승분 만큼 반영되지 않아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하반기 모 PE관 제조사는 초비상 사태를 맞이했다. 지방에선 쾌 큰 규모로 알려진 설비업체가 부도가 났는 데 여기에 제품을 공급하던 자사 대리점이 판매대금 결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피해 물량은 1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업계가 염려하던 설비·시공업체의 부도로 인한 판매대금 회수의 어려움이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부문은 하도급 문화가 그리 좋지 않아 무리하게 물량을 수주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며“그러나 최근 건설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경영압박을 받아온 건설사 및 설비·시공업체들이 하나 둘 도산하면 판매대금 회수에 어려움이 많아 항상 불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PE관 업체들은 2006년 본격 시행되는 ISO체제를 위한 신규투자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매년 수익성은 악화돼 가고 있는데 ISO 규격에 맞춰 신규 설비투자를 해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원자재값 상승시 제품가에 상승분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고 말하며 “더욱이 ISO체제로 가기 위해 신규 투자도 해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업체간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ISO 기준 규격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PE관 ISO 금형 공동투자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컨소시엄은 대림산업, 동원프라스틱, 코스모산업, 폴리텍 등 4개사로 구성돼 있으며 먼저 E/F 이음관 부문에 공동투자키로 결정했다.

컨소시엄은 2006년까지 E/F 이음관 부문에 약 4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올해 중으로 H/F 이음관에 대한 공동투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H/F 이음관 부문에 2006년 까지 2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PE관 제조사들은 또 현재 주로 저압관에만 적용되고 있는 PE관이 중압관으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LP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물성 및 시공의 용이성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 PE관이 오히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해외에서도 중압관에 PE관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PE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국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코스모산업은 극동도시가스와 합자해 중국 강소성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동원프라스틱도 중국 강소성 곤산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 중에 있다. 동원프라스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홍콩, 러시아 등지에 배관을 수출하고 있다.

◆ PLP시장 현황은

국내 도시가스 PE피복강관(PLP) 시장도 침체기를 걷고 있다.

해마다 도시가스 수요 정체가 심화되고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적정가격을 못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1∼2년간 원자재값이 급상승했지만 원자재값 상승분이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주름살이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PE관과의 경쟁에서도 자꾸 밀려나는 상황이다. 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사업편람에 따르면 공급관의 경우 PLP와 PE관 수요 격차는 97년 약 259만m, 98년 약 230만1,400m, 99년 약 166만8,000m, 2000년 약 130만1,500m로 나타나 PLP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모 PLP제조업체 영업 담당 관계자는“현재 웬만한 저압관은 거의 PE관이 차지할 정도로 PLP가 저압관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현재 위스코, 동성C-TECT, 명성철강, 대륙금속, 현대특수강 등이 PLP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 PE피복강관의 주종을 이뤘던 2층피복강관이 3층피복강관(3-Layer)으로 점차 대체돼 가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PLP업계는 앞으로 배관의 생명은 안전이므로 안전성과 품질성에서 우수한 3층피복강관을 도입하는 도시가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2년 처음 생산을 시작한 동방철관은 경영악화로 97년 4월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있다가 M&A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그만 파산하고 말았다. 역시 82년 설립된 한국주철관공업은 국내 가스관 시장 한계로 지난해 초 가스관 생산을 접고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4년 설립된 위스코가 PLP업계의 대부격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현대특수강, 명성철강, 대륙금속 등이 가스용 3층피복강관 생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대특수강은 가스관 사업보다 상·하수도·송유관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팅코리아, 준명화학공업사 등 PE피복강관이음쇠 제조업체들도 3층피복강관 이음쇠를 생산하고 있다.

PLP업계는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 위스코와 동성C-TECT이 있다. 위스코는 지난 2003년 무역의 날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바 있다. 해외수출에서 2000년 5억3,600만원, 2001년 약 33억원, 2002년 약 14억원, 2003년 상반기엔 약 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98년 설립된 동성C-TECT도 지난해 무역의 날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 개선점 및 시장 전망

PE관, PLP관 양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역시 업체간 과당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을 야기하면서 저가수주와 품질 저하를 수반하기 때문에 업체들간에 과당 경쟁을 지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차별화된 품질 및 서비스 경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사 등 수요처들도 가격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배관 제조사들이 배관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과 이에 따른 장비(시설) 도입을 적기에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업계는 공통적으로 원재료값 상승시 그 상승분 만큼 제품가에 적절하게 반영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PE업계는 2006년 ISO체제에 따른 신규 투자로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중압관에도 PE관이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양 업계는 또 설비·시공업체 및 건설현장에 유통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시공업체 및 건설현장 소장들이 영세해 부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국내 경기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양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도시가스 배관 시장은 지난해처럼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외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국내 시장 한계에 따라 중국 등 해외수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환율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수출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PE관 업계은 2006년 ISO체제로 본격 전환함에 따라 업체들은 ISO체제 준비에 바쁜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도시가스 배관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앞으로도 경영압박에 시달려 끝내 가스관 생산을 접거나 도산하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는 염려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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