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공사 시즌이 돌아왔다. 시공업체들은 그동안 비공사기에서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분주함의 이면에는 아픈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환경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공업계는 예년과 비슷하게 성장도가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공업을 전망해보고 고질적인 병폐와 해결방안을 알아본다. / <편집자주>

■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듯

최근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건설경기는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도시가스 물량 또한 감소 추세에 있어 만만치 않은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시공업체들의 주름살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사업편람(2004년)에 따르면 수도권 도시가스사의 배관 실적의 경우 2000년은 전년 대비 9.3% 증가하던 것이 2001년 7%, 2002년 5.9%, 2003년 4.9%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도 2000년 13.5%, 2001년 16.2%, 2002년 13.2%, 2003년 11.2%의 증가율을 보여 2001년 깜짝 증가하다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도시가스 물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시공업체들은 적정가 이하의 시공단가 때문에 더욱 울상이다. 해마다 시공감리수수료도 10% 이상씩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A시공업체 사장은 “IMF 무렵 시공단가가 약 30% 하락한 이후 시공단가가 제자리이거나 시공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오히려 더 하락하고 있다”며 “인건비, 자재비, 물가인상율 등을 감안하면 현재 시공단가는 50% 정도 하락해 있는 셈”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물량은 한정돼 있는 데 반해 시공업체들이 난립하다보니 과열경쟁으로 덤핑수주가 일반화된 상태다. 대한설비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스시설시공업(1종)에 등록한 업체(누적)는 2000년 1,046개, 2001년 1,144개, 2002년 1,188개, 2003년 1,226개, 2004년 1,213개로 집계돼 해마다 등록업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 표준공사비제도, 수탁공사제도가 폐지되면서 가스시공면허를 대여하는 등 무자격 시공업체들이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도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설비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국 기계설비 및 가스1종 부도업체 수는 92개, 지난해는 7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B시공업체 사장은 “시공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너도나도 자격을 갖추지 않고 시공업에 뛰어들고 있어 덤핑수주 및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는 시공업체가 공멸하는 길이므로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도시가스사 부당행위 여전?

시공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사들의 부당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설비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업체들은 여전히 도시가스사들로부터 정압기, 밸브박스, 보호포 등 특정물품 구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 이밖에 도시가스사의 자체시방 및 공급전안전점검 강요, 법령에서 규정된 것 이외의 서류제출 요구 등이 있다.

대한설비건설협회는 지난해 10월 도시가스사들이 시공업체들에게 법령에서 규정하는 서류 외에 임의로 서류제출을 강요함으로써 공사기간 지연 및 시공업체의 인력소요 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산자부에 이같은 도시가스사의 부당행위를 시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일부 도시가스사들이 법령에도 없는 기술검토서를 사전에 제출토록 해 검토를 받게 하는 한편 도시가스사의 자체 시방에 따르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개선방향은

시공업체들은 무엇보다 시공단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년 째 적정가 이하의 시공단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공업체의 난립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덤핑수주가 만연하고 있다.

시공업체들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공업체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가격경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시공품질 향상, 기술력 개발 등의 노력으로 승부하는 시공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 무자격 시공업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또한 시공업의 발전과 권익보호를 위해선 가스공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설비건설협회는 건설산업기본법 등에서 시공 관련 규정이 포함돼 있지만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기준(제도)을 마련하기 위해선 가스공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설비건설협회는 또 시공업무의 비효율성 등의 이유로 사용자공급관의 감리제도를 현행 상주감리에서 일반감리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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