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중에 하나다. 그러나 `정보화`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대규모 정보사업장의 전산 관계자들조차도 진정한 ‘정보화’와 ‘전산화’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석유나 가스와 같은 에너지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 석유 한 드럼, 가스 한 통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현 실정에서 정보화가 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럼 `정보화’란 그렇게 어려운 말이고 내게는 불필요한 단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보화란 내가 이익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현실화 시켜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란 것은 알려고 하지도 말고 알 필요조차도 없다. 단지 내 사업을 계속하고 싶고, 다른 주유소나 충전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사업장을 정보화시켜야 된다 라는 사고는 분명히 가져야 한다.

한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친구의 아버지 중 주유소를 25년 이상 직접 경영하고 계신 분이 있었다. 과거 80년대에 주유소 경영으로 재산을 늘리기도 했으나 90년대 들어 주유소 허가제가 철폐되어 신규 주유소가 여기 저기 늘어나고, 정유사의 융자금 회수, 덤핑 판매, 선물 공세 등으로 주유소 경영이 어려워지게 됐다. 수 십년 간의 기름장사 경력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마침내 폐업까지도 고려 할 지경이 됐다.

우연히 주유소에 가게 된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것을 권했다. “저를 믿으시고 어떻게 하면 장사가 잘 될 것인가를 우선 생각하셔서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제가 그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필자가 받은 요구사항을 정리 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싼값에 정확한 물량을 받고 싶다. 둘째, 고객을 늘리고 싶다. 셋째, 인건비등 관련 경비를 줄이고 싶다. 넷째, 판매대금과 물량이 없어지는 것을 막고 싶다. 다섯째, 경정비 등 부대사업을 직접 하고 싶다 등이었다.

이러한 모든 사항들이 정보전략계획 수립과 분석, 설계, 구축 단계를 거쳐 약 2개월만에 2천만원의 비용으로 만들어졌다. 주유소의 정보화가 이루어 진 것이다. 두 달전 국내에 들여온 원유가격을 파악해 다음달 휘발유가격 오름폭을 짐작해 현금 고객보다 평균적으로 기름을 많이 넣는 카드고객 우대 정책을 썼다. 주유원이 판매한 물량과 금액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시스템을 갖추어 도둑 물량(?)도 없앴다. 또 인근 대형 소비처는 직접 경리과와 연결하게 함으로써 고정 고객을 늘려 나가는 등 근처 10여개 주유소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주유소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렇듯 이익을 늘리며 경비를 줄이고 다수의 사업장을 한곳에서 통제할 수 있고, 한달 쯤 여행을 하고 돌아와도 사장이 있었던 것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사업장이 돌아가도록 한 주역이 바로 ‘정보화’인 것이다.

물론 사업주가 사업장의 정보화를 결심해도 넘어야 할 장벽과 난관은 많다. 가장 측근에 있는 소장이나 공장장이 반대할 수도 있고, 어디에다 의뢰를 해야 할 것인가, 적정 업체를 선택했는가, 비용은 적당한 것인가 등의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사업주의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충분히 극복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필요하다면 필자가 근무하는 석유정보망사업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시장이 완전 개방된 현 시점에서 불과 2~3년 내에는 정보화로 무장한 외국계열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에너지 관련 종사자들에게 시급한 것은 ‘정보화’다. 그리고 ‘정보화를 강력히 추진할 의사가 있다’ 라고 하는 기초적인 정보화 마인드를 갖는 것 부터가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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