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의 첨병인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은 취지만큼이나 넓은 시장성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조명교체부터 플랜트에 대한 에너지절감 사업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ESCO사업의 범위도 끝이 없는 것이다.

ESCO사업은 에너지절약으로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다는 대의명분과 사업성을 겸비하고 지난 92년 3개 업체를 시작으로 4월말 현재 168개 기업이 참여한 대단위 사업으로 변모했다.

자금규모도 지난 2002년 최초로 1,000억원 시대에 진입한 이후 올해는 1,230억원이 ESCO를 위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으로 배정돼 있다.

국내에서 기획될 당시 정부 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이처럼 ESCO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에너지진단을 실시할 수 있는 업체가 드물었고 ESCO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체들이 사업수행을 하는데 애로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본격적인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많은 기관들과 기업들이 에너지절약사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이것은 곧 ESCO사업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실제로 ESCO초창기인 93년부터 97년까지의 총 ESCO투자금액이 184억원에 불과한 반면 98년은 한해에만 296억원이 지원됐다.

쭔 명분은 갖춰졌다. 전진 또 전진하라!

국가로서도 기업으로서도 사실 ESCO만큼 매력적인 사업도 드물다.

에너지절약이라는 국가적 명제에 부응하면서도 기업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으니 국가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인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에 따른 IMF와 고유가 시대를 겪으면서 ESCO사업의 당위성은 높아져만 같고 여기에 발맞춰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여건상 ESCO사업은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의 최일선에 있었고 정부주도의 에너지절약사업이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SCO사업이 급속히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였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에 대한 근거조항을 마련한 후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에서 ESCO투자지원을 하게 한 것은 자금이 부족해 에너지절약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많은 기관 및 사업체들을 ESCO사업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정부가 정부기관 및 교육기관, 군부대로까지 이어지도록 공공기관에 대한 ESCO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시장이 점차 확대됐지만 과다경쟁을 통한 부조리 발생 등 사업의 어두운 면도 뒤따랐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ESCO업체들의 발로뛰는 영업은 현재의 ESCO시장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업계는 새로운 사업처를 개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타 업체와의 차별성을 위해 고급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냈다.

특히 ESCO기업들은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ESCO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맨투맨식 영업에 주력했는데 아직도 ESCO사업은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ESCO사업은 대외명분이 확보돼 있었고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체의 보조가 맞춰져 단기간내에 높은 성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쭔 조명분야 탈피성공 신규사업 개발이 핵심이다

ESCO사업의 특징은 시간을 두고 주력아이템이 바뀐다는 것이다.

93년부터 2004년까지의 ESCO자금 설비별 지원실적을 살펴보면 열병합분야가 1,117억원, 공정개선이 1,145억원으로 쌍벽을 이뤘다.

다음으로는 조명 957억원, 폐열회수 836억원, 냉난방 843억원, 동력 623억원, 보일러 288억원 순이었다.

사업초기에는 특별한 기술없이 사업이 가능한 조명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

조명사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6년까지는 28%, 97년 24.4%, 98년에는 33.7%까지 늘어난 후 99년부터 2001년까지는 20%를 약간 상외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2002년 12.9%를 기록한 후 2003년 10.5%, 2004년에는 3.6%까지 낮아졌다.

조명분야의 사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관공서와 교육시설, 군부대 시설 등 공공기관에 대한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을 뿐 아니라 업체들이 이익률이 높은 분야로 주력사업을 이동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초기의 ESCO도입단계에는 투자 및 절감효과가 비교적 쉬운 조명사업이 활성화됐고 이를 거쳐 사업기술 축적 및 에너지사용자의 인식제고 등으로 보다 사업영역이 다양화되고 발전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ESCO의 주력아이템이 냉난방분야와 폐열회수, 공정개선 분야로 변모했다.

공정개선분야의 경우 98년 처음으로 65억이 지원된데 이어 99년 177억, 2000년 194억, 2002년 221억, 2003년 159억, 2004년 229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계속했다.

폐열회수분야도 97년 14억원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2년에는 294억원까지 확대됐지만 2003년 177억으로 줄어든 후 지난해에는 30억까지 낮아져 ESCO의 주력아이템에서 한 발 물러섰다.

냉난방분야의 경우는 97년 5억원에서 2002년 203억원까지 높아졌다가 2003년 133억원, 2004년 74억원으로 줄어들며 역시 주력아이템에서 멀어져갔다.

최근들어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은 소형가스열병합발전을 위시한 열병합분야다. 사업초기 열병합사업은 지역난방 전환 등이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들어 가스이용의 확대를 통한 수요관리차원에서 소형가스열병합발전 사업이 정책적으로 지원되면서 이 분야의 사업이 크게 늘었다.

소형가스열병합발전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2003년 249억원, 2004년 330억원 등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올해에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가스열병합발전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업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단위사업당 지원이 큰 것도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대단위 사업의 경우 1개 사업당 최대지원한도인 200억원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쭔 미래 핵심아이템을 잡아라

현재 ESCO의 주력아이템인 소형열병합발전시스템은 향후 3~4년간 계속해서 보급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난방을 채택하고 있는 노후된 아파트단지가 다수 존재하고 있고 케너텍, 삼성에버랜드 등 주력 ESCO들도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난방의 보급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CES(구역형집단에너지사업) 등 신개념의 에너지시스템의 보급도 시작되고 있어 소형가스열병합발전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앙난방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노후 주택이기 때문에 그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소형열병합발전의 경우 한정된 시장에 다수의 업체가 참여하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도 소형열병합발전에 대한 표준화(안)을 마련하고 공정한 시장룰을 조성한다는 방침아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소형열병합발전을 이어 새롭게 등장할 ESCO의 주역아이템에 대해서 아직 업계와 정부 모두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ESCO사업의 지속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이 필수적이고 보면 지금부터 주력아이템에 대한 고민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만 에너지관리공단 ESCO팀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ESCO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주력아이템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산업체에 대한 에너지절감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되고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시대를 맞이해 최고의 아이템은 역시 신재생에너지라는 것이다.

현재도 ESCO자금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실시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자금이 ESCO자금보다 저렴한 상황에서 본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ESCO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할 경우 사용자의 금전적 부담없이 신재생에너지보급이라는 국가적 명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업계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이 타 ESCO사업과는 달리 경제성이 낮고 이에 따라 투자비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해서는 금리를 낮추던가 일부 보조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체에 대한 에너지절약사업의 경우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타 분야에 비해서는 성장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 등 대단위 사업장의 경우 이미 웬만한 ESCO보다 기술력이 높은 전담팀을 운영해 상대적으로 ESCO들이 참여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ESCO들은 지난 10년간 에너지절약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살린다면 산업체에 대한 에너지절약사업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의지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물론 해당 산업체 공정에 대한 전문지식과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산업계의 에너지절약사업을 위해서는 자발적협약(VA)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산업체의 경우 ESCO의 역할이 빛나게 된다.

ESCO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체에 대한 진출확대야말로 ESCO의 기술력을 확고히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1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각 분야에 대해 확고한 노하우를 갇고있는 ESCO들이 있기 때문에 향후 산업체 ESCO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쭔 ESCO의 미래는 무엇인가

ESCO사업수행범위는 ‘에너지사용시설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관리·용역사업, 에너지절약형 시설투자에 관한 사업, 에너지관리진단 및 기타 에너지절약과 관련된 사업’으로써 대단히 광범위하다. 결국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절감이 가능하고 실효성이 확인된다면 어떠한 사업도 ESCO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은 곧 ESCO 사업의 지속이 보장된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ESCO사업이 영속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자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민간자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노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사실 일부 업체의 경우 ESCO사업을 에너지절감사업이 아닌 파이낸싱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ESCO에 파이낸싱의 역할이 크다면 이역시 민간자금을 이끌어냄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도 ESCO에 민간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성과보증제를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과보증제도는 에너지사용자가 절약시설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ESCO는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즉 재원을 에너지사용자가 조달해 ESCO는 절약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절감액에 대해서만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채택했을 때 ESCO는 투자재원조달 부담을 덜게됨으로써 보다 전문적인 에너지절약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도도입 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ESCO에 대한 민간에 대한 신용이 아직 낮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ESCO도입이 우리보다 이른 미국의 경우 성과보증제가 ESCO의 주계약형태이고 정부자금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결국 성과보증제로의 원활한 전환에 ESCO의 미래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정부, 에너지관리공단, 업계 모두의 머릿속에는 ESCO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ESCO의 청사진은 결국 업계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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