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도시가스사의 신년사에는 차세대 성장을 위한 신규사업 개발, 변화와 혁신 등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곳곳에 묻어나 있다. 도시가스 수요가수 및 공급량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지역난방, B-C유 등 타 연료와의 경쟁 심화, 기후변화협약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은 도시가스사에게 있어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의 도시가스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 연관 사업 모색

최근 도시가스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CES(Co-gen)사업을 통한 복합(토탈)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도시가스사들은 도시가스 사업의 노하우를 살려 공급권역 내에서 전기, 열, 가스 등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는 CES사업의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상태여서 제도적으로나 경제성, 시장 진입 면에서 제약요소가 많다고 하지만 CES는 향후 도시가스사의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도시가스(죽곡지구)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대한도시가스(강일지구), 대림산업·한진도시가스·한국가스기술공사 컨소시엄(양주 고읍지구) 등이 CES사업권을 확보하는 등 도시가스사의 CES 진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소형 열병합발전 사업은 전국 도시가스사가 기본적으로 추진하는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도입·도매 부문에서 경쟁체제가 조금씩 가시화하면서 대형 도시가스사들도 도입·도매 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천리, 대성그룹, SK-엔론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스산업구조개편에 따른 도입·도매 진출을 모색해 왔으며 최근에는 경동도시가스도 기회가 되면 도매 부문 진출을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GHP, 소형흡수식냉난방기 등의 기기사업도 지속적으로 각광받는 사업이다. 기기판매로 인한 수익보다는 도시가스 사용을 늘리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해 서라벌도시가스가 소형흡수식냉난방기 사업에 진출하는 등 최근 도시가스사들이 GHP 다음으로 이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국가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이 이슈화되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은 잘만하면 황금알을 낳고 잘못하면 쪽박을 차는 위험성 높은 도박으로 표현되지만 도시가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서울도시가스가 꾸준히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리비아 유전개발(지분투자)에서 꽤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안병일 대표는 “수익성 위주의 견실한 투자 활성화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투자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도시가스사들이 도전해 볼 만한 사업 아이템으로 떠오를 지 지켜볼 일이다.

대구도시가스를 주력사로 하는 대성그룹은 인도네시아 소유의 Natuna Alpha D 가스전으로부터 추출된 가스를 남지나해를 거쳐 중국 상해까지 수송하는 Asian Gas Grid(AGG) 프로젝트와 중국, 동남아 지역의 도시가스사업에 적극 진출할 뿐만 아니라 북한 에너지사업 진출도 꿈꾸고 있다.

도시가스사의 사업 다각화 아이템 중 중국 진출도 빠질 수 없다. 이미 경동도시가스, 삼천리가 제한적인 형태로 중국 진출을 모색한 적이 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데 반해 극동도시가스가 중국에서 LNG공급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극동도시가스는 올해 중국 강도만안연기유한공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강도시 도시가스공급자 선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개발도 도시가스사의 큰 관심거리다. 대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kW급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 지난 2003년 처음 대외에 선보인 바 있고 몽골에서는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구에너지환경을 설립해 대구시 방천리 매립가스(LFG) 자원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는 경동(주)와 공동 출자한 경동솔라를 통해 태양광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하는 SK가 50% 투자한 SK-엔론은 GHP, CES사업 등은 물론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4월 초 방한한 론 해독 프리즈마에너지 대표가 SK-엔론을 중심으로 국내 전력 민영화는 물론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LPG·LNG, 전력 시장 공략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동도시가스는 아직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상태지만 IT 및 유비쿼터스를 접목한 에너지네트워크 구축사업에도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비에너지 사업도 돈되면 한다

도시가스 업계에선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비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의 대표격이다. 김영훈 회장은 최근 모 주간 시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도시가스사의 사례를 들면서 ‘하고 있는 사업이 뭐냐고 묻지 말고 하지 않고 있는 사업이 뭐냐고 물어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일본의 도시가스사는 에너지사업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일상생활 깊숙한 곳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도시가스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도시가스 소비자를 적극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대성그룹은 에너지, 금융, 통신 부문을 3대 핵심사업으로 하고 환경, 마케팅, 건설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면서 문화, 교육, 멤브레인 부문을 3대 전략사업으로 그 기반을 다져 2010년 이내 매출 10조 이상, 순이익 10억불 이상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서울도시가스도 정보통신 및 아파트 건설 사업, 해외 무역 및 목재사업(호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데는 아파트 건설사업 및 자산투자의 배당이익 등 비에너지 부문에서의 수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도시가스는 레저, 관광, 교육, 건축리모델링, 환경사업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변화와 혁신 추구

사실 도시가스 업계도 오래 전부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구호로 지나치는 경향이었지만 최근 1∼2년 사이 ‘변화와 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만큼 도시가스 업계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현안 과제로 부상했다.

도시가스사들은 오래 전부터 가스산업구조개편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이 가시화 할 경우 기존 도시가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객서비스 강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양한 고객서비스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빌링시스템 도입 및 콜센터 구축 등 현대화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경영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첨단 IT 및 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도시가스사도 늘고 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의 조직 문화 창출을 위해 6시그마 구축 등 회사 자체 실정에 맞는 혁신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인재육성이 회사 미래의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마인드도 확산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는 인재육성을 위한 성과향상 네트웍인 KD PIN 시스템을 구축했고 삼천리는 사내 MBA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천리는 더욱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약 2년 전부터 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현지 리쿠르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외부 유명인사 초청 특강, 해외연수 등 변화와 혁신 마인드 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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