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최근 3년간의 LNG시장의 수급 상황은 2008년∼2009년 혹은 2011년∼2014년 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편이었다. 그리고 미국과 호주의 신규 LNG 공급이 본격화되면 국제 LNG시장은 2020년대 초중반까지 공급이 수요를 상회하는 수급상황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러나 최근 LNG 공급 증가와 함께 신규 수요도 증가하면서 일부 수출국의 생산 차질, 신규 수입국 증가, 동절기 저온 현상 등으로 성수기와 비수기의 LNG 현물가격이 다소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동향을 반영하듯 일부 LNG 메이저사들, 특히 최근에 M&A로 LNG사업의 덩치가 더 커진 일부 회사들은 그동안 우려한 공급과잉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2015년 이후의 에너지 수급상황이 반영된 짧아진 계약 기간과 축소된 단위 계약 물량 크기, 원유가격에 연동하는 계약 수의 감소, LNG 계약 가격의 원유가격 연동율 하락 등 수입국들에 유리한 계약 조건, 비수기의 낮은 LNG 현물가격을 포함한 안정된 거래 가격 등이 LNG 수요 증가를 유인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요대비 공급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돼 보인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천연가스의 가격, 구매조건이 개선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이 생각했던 것에 비해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견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신규 가스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공급과잉을 배경으로 2015년 이후 신규 프로젝트 투자결정 건수가 줄어든 것은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수입국의 입장에서 우려할 만한 사항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규 투자 부족에 따른 공급 부족이 가격상승을 유발하고 그것이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 신규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최근의 에너지시장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나의 역설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컨설턴트들은 2015년에 작성한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 자료를 통해 규제정책의 변화와 기술진보라는 2개의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원간 경쟁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에너지원 간, 지역 시장 간의 연계성 증가로 특정 에너지원이나 지역의 가격, 규제 변화, 기술혁신 등의 충격이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경쟁관계에 있는 에너지원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환경 친화적인 규제 정책, 에너지 생산 및 이용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에너지사업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계산법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거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에너지관련 투자자산은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가 설득력을 가진다면 수급상황의 변화에 따른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신규 LNG 생산시설이나 이용시설에 대한 투자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나 전제가 타당한 것인지, 나아가 그러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천연가스의 경쟁력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Oxford Institute for Energy Studies의 조나단 스턴은 최근의 한 논문에서 향후 천연가스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면 범세계적인 탄소 배출 목표 달성에 있어 천연가스가 수행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조기에 마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가별로 에너지 상황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배터리 기술, 에너지절약 기술 등과 대비해 천연가스가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미래에 천연가스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탄소배출 문제로 더 이상 소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는 수요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공급이나 소비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천연가스의 생산·공급·수입·소비와 관련된 참신한 사업모델이나 계약 관행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장기간에 거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설비 투자에 근거한 수요 개발이나 공급보다는 기술 혁신에 근거한 분산형 전원이나 직접 소비부문의 가스 수요 개발에 초점을 맞춘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