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성숙기 접어든 도시가스, 성장 기로에 서나연일 지속되는 강추위에 가스공급 기업들의 일일 판매량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사는 모처럼 증가한 판매량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1분기를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속단은 다소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해외 사례의 도시가스 수요 패턴에 대한 보고서 등을 토대로 국내 도시가스 수요의 패턴과 과제, 해결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수요 정체

최근 도시가스 수요의 회복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체를 벗어났다기 보다는 회복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불과 3년 전만해도 도시가스업계는 수년간 경험하지 못한 혹한을 처음 겪었다. 승승장구하던 도시가스는 2013년을 정점으로 연도별 공급량이 2년간 연속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정점이었던 2013년 도시가스 공급량은 10억7,501만2,000GJ(열량기준)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은 9억9,204만7,000GJ, 2015년은 9억3,123만1,000GJ로 각각 전년대비 7.7%, 6.3% 하락했다.

2016년은 9억5,214만6,000GJ로 2015년대비 약 3% 상승했지만 정점이었던 2013년에 비해 약 1억2,000만GJ이나 적은 수치다.
이처럼 도시가스는 2013년을 기점으로 수요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용도별 수요 변화를 보면 주택용 수요의 경우 2000년 이전에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2005년 피크수요를 기록한 후에는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다. 2005년 전국보급률은 65.6%였지만 2016년에는 82%에 달했다.

산업용 수요는 2013년 기점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는 등 주택용 보다 부침이 심하다. 산업용은 2009년 이후 급증했다. 이는 경쟁연료와의 상대적 가격 차이로 인한 가격효과가 컸다.

하지만 급격히 증가하던 산업용 수요도 2013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도시가스 전체 수요의 하락과 맞물리는 시점으로 가격경쟁력 하락이 주원인이다. 여기에 동절기 기온 상승 역시 주택용 수요 하락을 부추겼다.

이처럼 2014, 2015년 하락 원인은 앞서처럼 산업용의 큰 폭의 하락과 더불어 주택용의 정체를 둘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도시가스 수요의 감소는 가격경쟁력 하락 등이 주원인”이라며 “국내 도시가스산업이 성숙기에 이른 것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중심 성장세

2015년 현재 전세계 도시가스 소비추이를 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8% 증가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와 중동지역 소비량이 연평균 11.8%, 12.5% 각각 증가했다.

반면 유럽, 북미는 15년간 도시가스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도시가스 소비국 기준, 미국이 전세계 소비량의 약 23.2%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 중국과 러시아가 약 9,600만톤의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어 이란이 8,600만톤 그리고 독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9위를 기록했다.

또 인구 1,000명당 도시가스 소비량을 보면 국가 전체 소비량과 달리 국가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상위에 랭크돼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전체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은 13위, 러시아와 독일이 각각 17위, 19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상위에 랭크돼 있는 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대부분은 천연가스 생산 혹은 수출국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사경제 규모국가 비교

도시가스 소비패턴은 경제성장 초반 급격히 증가하다가 일정 소득이 넘어서면 도시가스 수요가 감소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발표한 ‘주요국 도시가스수요의 중장기 트렌드’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개발초기 에너지 다소비산업으로 성장하다가 이후 에너지 저소비산업으로 변화한다.

여기에 경제가 성장할수록 전반적으로 제조업부문 비중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전체 산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 규모를 보이는 국가들 및 OECD 국가들과의 도시가스 소비행태다.

최종에너지대비 도시가스 비중을 보면 2015년 기준 최종에너지대비 도시가스 소비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42.1%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1%로 소득수준이 유사한 프랑스의 20%에 비해 약 절반에 그쳤다. 이탈리아, 스페인도 각각 30.6%, 18.4%를 기록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성로 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도시가스도 어느 정도 선진국 소비패턴을 보이기에 도시가스산업의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었다”라며 “국가별로 에너지믹스가 달라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지만 선진국에서 도시가스 비중이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에는 선진국 도시가스 수요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요구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사한 경제규모의 국가 에너지믹스 정책과 도시가스 수요 확대를 위해 참고 삼아야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어려운 해법 찾기

앞서 보고서에서 가스공사는 2013년 이후의 도시가스 수요 감소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가스 수요 정체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이에 도시가스 수요 확대를 위한 업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전체 도시가스 요금에서 차지하는 소매부분이 10%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미수금 해결로 가격경쟁력이 상승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언제든지 상황은 역전 될 수 있다.

이 같은 가격구조로 인해 할인 경쟁 등으로 소비자를 붙잡아 둘 수도 없다. 업황 특성상 수요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급률이 저조한 지역의 경우 설비비용 대비 수익이 적어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 구조다.

수요 확대를 위한 난제가 많다보니 문제점을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용 외에 대규모 수요처인 산업용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산업용의 경우 도시가스 매출에서 주택용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 용도별 도시가스 공급량 구성비를 보면 가정용 42.4%, 산업용 33.1%, 일반용 9%, 수송용 5.6%, 업무난방용 3.4%, 공조용 3.3%, 집단에너지용 1.9%, 열병합발전용 1.3% 등 이다.

그러나 장기간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산업자체 규모가 위축되다 보니 특히 산업용을 주로 공급하는 도시가스사의 입지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도시가스사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수요에 크게 의지하는 현실에서 고객사들의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가격경쟁력이 회복됐지만 불황이라는 복병으로 수요처를 확대하는 게 쉽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지금의 공급비용에만 의존하는 현실로는 정체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급이 성숙기에 온 만큼 이를 유지하고 신규 에너지사업을 발굴,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업방향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일부 도시가스사는 기존 도시가스 외에 친환경에너지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부산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등 SK E&S 계열의 도시가스사가 태양광, 전기차 보급사업 등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가 밝힌 천연가스발전 확대 역시 도시가스사가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올해도 수요 확대를 위한 도시가스 업계의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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