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민 수석연구원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투데이에너지] 지난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온도 상승을 금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 수준대비 2℃ 이하로 억제할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이는 기후변화협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2년 리우회의 이래 유엔기후변화 협상에서 최초로 모든 당사국이 기후변화 완화의 책임을 분담할 것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즉 차별적 책임보다 공동의 책임으로 모든 국가가 한 발짝 더 나선 것이다. 모든 국가는 각자의 능력과 주어진 상황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돼있으며 매 5년 이를 평가하고 강화된 목표를 재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각국의 감축계획은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피드백 과정을 통해 각국의 감축 목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신기후체제 성공여부의 관건으로 보인다. 아니 인류의 생존 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2030년 이후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줄일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사실 그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이미 역사적 배출로 이한 기후변화 책임이 있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린 선진국은 최대한 빨리 제로 배출에 도달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경제개발의 권리를 인정하지만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제로 배출에 도달해야 한다.

이렇게 선진국과 개도국의 배출 경로가 빨리 합쳐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현실적 방법은 ‘기술’에 있을 것이다. 환경보존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적 발전을 가능하게 해 줄 기술의 개발과 확대를 통해 환경과 경제성장의 탈동조화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온실가스 증가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에너지기술 전환이 시급할 것이다.

물론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체제에서 새로운 에너지 경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아닐 것이다. 기존 에너지시스템의 경로 의존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적 발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개도국이 지속가능발전 경로로 성공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가장 비싼 재생가능에너지였던 태양광이 이미 많은 지역에서 기존 전통적인 발전원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를 통한 선진국가의 산업화 과정을 개발도상국이 답습하지 않아도 그들이 필요한 경제적 개발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환경보존과 경제성장이 서로 배치되지 않는 발전경로, 즉 지속가능발전을 의미한다. 사실 오랫동안 논의돼온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에서 성장과 지속가능성은 상호 모순되는 개념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이론적으로는 상호 배타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은 아니다.

다소 진부한 지속가능개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 때문이다.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해빙 무드는 남북한 특사 교환, 예술단 상호 방문, 남북 정상의 핫라인 설치로 이어졌고 지난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및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리라는 희망과 기대가 크다.

한반도 평화체제 위에서 북한이 소위 ‘정상국가’화 된다면 경제개발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도 에너지 문제가 그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에너지 접근성 향상과 경제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및 인프라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단기간 안에 전통적인 에너지 공급방식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많은 나라에서 경험했던 심각한 환경적·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에너지체제를 뛰어넘는(leapfrog) 지속가능한 에너지경로를 채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백 킬로 송배전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근대적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에서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분산에너지자원, 마이크로 전력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에너지시스템을 구상해 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반도 평화의 봄바람이 이러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위한 남북한 에너지협력의 기회를 불러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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