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배유리 기자]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덴버대 MBA석사와 연세대 최고 경영자 과정, 군산대 경제통상학 박사 등을 수료한 경제 전문가로 석유유통분야에서 쌓은 30년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한국석유유통협회 부회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2월22일 ‘제29차 정기총회’에서 한국석유유통협회 제1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SJ오일(GS계열 석유대리점)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취임 이후 꾸준히 알뜰주유소 정책 대응,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반환 청구소송 등 현안 사업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나 향후 계획과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친환경 연료로 LPG차 사용규제가 완화 됐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은

LPG차 사용제한 완화 1년 만에 다시 사용제한 기간을 3년으로 완화하려는 법안이 발의돼 문제다. LPG차 사용제한기간 3년 완화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고사 직전인 주유소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임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폐업을 하고 싶어도 토양오염복원비용이 없어서 폐업을 못하는 게 현재 주유소업계의 현실이다.

이어 협회는 지난 4월12일에는 국회 산자위 법률안 소위 위원실을 개별 방문해 업계의 애로사항 및 법안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LPG차량 사용제한 완화는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단순히 LPG 소비확대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주유소업계의 밥그릇을 빼앗아 LPG업계에 주는 역차별 법이다. 만약 LPG업계의 요구에 따라 단순히 소비확대를 목적으로 사용제한 완화를 추진한다면 LPG 세율 인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는 LPG 연료사용 제한은 장애인, 국가유공자, 택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인데 3년이 경과한 LPG차를 일반인이 사용하도록 해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과 동등하게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부재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용제한이 5년으로 완화된 지 1년이 불과한 시점임으로 정책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류세 카드수수료 반환청구 소송의 현재진행 상황과 배경은

현재 주유소의 카드수수료는 명목상 1.5%이지만 기름값의 60%에 육박하는 세금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어 실질적인 수수료는 3% 이상이다. 휘발유 1,500원(리터당) 기준으로 볼 때 22.5원이 카드 수수료인데 이 중 13.5원이 유류세분 수수료인 것이다.

한 통계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평균 판매량을 가진 주유소가 1년 동안 낸 카드수수료가 3,000만원 정도 임으로 지난 5년 동안 주유소당 1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한 셈이다. 현재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이 1%를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1.5%의 카드수수료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석유업계는 유류세 카드수수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에 수차례 건의를 한 바 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아 국회를 통해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세액공제를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렇듯 정부와 입법부를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심판을 받아 보자는 것이다. 법무법인 및 세무분야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논리를 개발해 현재 국가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한 견해는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지방 주유소들이 하루같이 망해가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정부의 정책변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알뜰주유소 정책을 주도한 정부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로지 가격인하 이야기뿐이다. 시장 판매가격을 낮춰서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석유업계를 잘 모르고 얘기하는 근시안적인 견해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행정구역으로 보면 여러 개의 광역자치단체로 존재하지만 시장적 개념으로 보자면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대 나머지 지방 등 두 개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알뜰주유소는 서울과 수도권 보다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 경제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주유소의 평균 마진은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수도권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마진이 거의 없는 지방이다. 어려운 시장에 알뜰주유소가 비집고 들어오다 보니 휴업과 폐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석유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시장이 완전히 자유화된 국내시장에 이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석유시장의 마진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유통 주체들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하루빨리 알뜰주유소 정책을 개선해 주길 바란다.

석유유통시장에 대한 진단은

현재의 석유유통시장은 지나치게 저가경쟁이 만연된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선진 유통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정유사와 주유소의 중간단계에 있는 석유대리점은 수급과 가격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리점 수가 예전에 비해 너무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정부가 석유공사를 내세워 석유대리점 역할을 하고 석유제품거래소(KRX)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석유시장에서 대리점의 역할을 축소시킨 영향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에너지원이 석유에서 가스나 전기, 신재생 등으로 다변화 되면서 석유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석유유통 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강하다. 석유시장이 건전하기 위해서는 뿌리 단계인 주유소 단계는 물론 허리 단계인 석유대리점이 건강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유사 - 대리점 -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들의 애로를 깊이 있게 청취해 소비자에게는 후생을 주면서도 석유유통시장도 건전한 생태의 숲이 가꿔질 수 있도록 조율해 줘야한다. 또한 석유사업자 간에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윈-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통협회의 올해 중점 사업은

우리 협회의 올해 중점사업은 우선 국가 및 카드사를 상대로 주유소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소송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소송 승소를 통해 현재 1.5%인 주유소 카드 수수료를 최소 1.3%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이어 석유대리점의 저장시설 및 홈로리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석유유통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현물대리점을 퇴출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정상 사업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다. 올해 7월1일부로 석유대리점 등록요건인 저장시설 700㎘에 대한 현장조사 권한이 지자체에서 석유관리원으로 이관된다. 석유관리원에서 한 개의 저장시설에 대해 복수의 임차가 돼 있는 것들만 걸러내 줘도 현재 극도로 혼탁한 석유유통구조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

현물대리점 난립 근절 위한 대책은

현재 석유대리점은 등록제로 저장시설 700㎘와 탱크로리 50㎘만 있으면 누구나 대리점 업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장시설을 독점적으로 임차해야 하는데 한 개의 저장시설에 대해 여러 대리점이 임차를 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현장까지 나가서 계약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한 개의 저장시설을 중복해서 임차할 수 없도록 저장시설 관리시스템을 구축토록 할 예정이다. 석유관리원에 건의해 석유대리점 저장시설들에 대해 일일이 넘버링을 부여해 임차관계 등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추진 중에 있다.

또한 홈로리(이동판매차량)의 철저한 관리를 통한 가짜석유 판매 근절이다. 실제로 석유관리원에 의하면 지난해 홈로리로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몰래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328건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현재 전국에 몇 대의 홈로리가 있는지에 관한 실태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휴업이나 폐업한 주유소의 홈로리가 회수되지 않은 채 전국을 돌며 버젓이 가짜석유를 제조‧판매하고 다녀도 속수무책이다.

전국의 홈로리 등에 관한 현황 및 실태조사와 함께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정부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가짜‧탈세석유 등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회원사 및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회장에 취임한 이후 회원사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원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전국 지구회의 사무국을 없애고 본회에서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 조직을 개편했다. 현재의 석유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회원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협회를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협회의 존재는 회원사의 권익도모에 있으므로 석유시장을 둘러싼 불합리한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노력하겠다. 주유소 경영악화의 주범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선을 위해 수수료 인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하고 석유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현물대리점들을 퇴출시켜 나가겠다. 아울러 정부에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석유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을 쏟아왔지만 가격효과는 미미한 반면 대리점과 주유소 등 석유시장의 하부조직은 고사 직전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