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전 1호기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없었음에도 정부의 공문에 따라 조기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탈원정 정책의 투명성과 당위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훈 의원이 한수원에 자료요청을 통해 ‘2018년 제7차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에 대한 산업부의 협조요청 공문의 법적 구속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훈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 법무실장은 이사회 보고에서 ‘지난 2월20일자 산업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 공문은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한수원은 산업부의 협조요청 공문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고 결정하기 위해 자문회사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대륙아주’ 2곳의 대형로펌에 검토를 요청했고 그 결과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한수원에 발송한 공문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에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관련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의원실에서 대형로펌사 2곳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토’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제출한 검토의견서 모두에 산업부의 공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번 공문은 그 내용상 본건 로드맵 및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한수원의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통지하는 것”이라며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위해 원자력안전법 등에서 정한 법정 절차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월성1호기는 원안위로부터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서 사용운전하고 있고 원자력안전법상 발전용원자로 및 과계시설을 영구 정지하려는 경우에는 발전용운자로 및 관계시설 운영변경(영구정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므로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건 공문으로부터 곧바로 월성1호기의 폐쇄라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라며 “다만 월성1호기 폐쇄에 관한 절차 진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실질적으로 본건 로드맵 및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졌고 정부로부터 본건 공문을 통해 그와 같은 정부 정책에 따른 한수원의 이행을 요구받은 이상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 및 관련 법령에서 정한 법정 절차에 따라 월성1호기 폐쇄에 관한 절차 진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산업부가 본건 공문을 통해 한수원에 대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내용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을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행위의 법적 성질은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일종인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행정청의 행정지도는 강제성을 띠지 않는 비권력적 작용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정지도를 그 내용으로 하는 산업부의 본건 공문 역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위 공문상으로 산업부가 요청한 내용 역시 단지 행정청의 지도 내지 권고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지니고 있다는 검토 의견을 같이 제시했다.

대륙아주는 “본건 공문은 국회 보고 및 공청회를 거쳐 전력심의회회의 심의, 확정을 거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공공적인 차원에서 산업부가 한수원에 대해 요청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한수원 입장에서는 임의로 위 공문에 기재된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에 반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인 바 본건 공문은 한수원에 대해 사실상의 구속력은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공문의 법적 구속력 여부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보상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산업부가 공식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한수원에 당시 발송한 공문은 ‘조기폐쇄를 요청한 공문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한수원의 손실보상 청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은 산업부 발송 공문의 법적 구속력이 없을 경우 정부에 대한 손실 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검토하고 있다.

태평양은 “정부가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아직 법령의 뒷받침에 의해 구체화되지 아니한 단계에서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구상과 의지를 담은 행정계획안에 불과해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이라며 “위 계획에 근거한 산업부의 본건 공문 역시 행정지도의 일종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서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정부의 강제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한수원 이사회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에 따른다면 한수원의 위와 같은 결정은 귀사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한수원은 정부에 대한 손실 보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된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곳의 로펌 모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돼 손실보상 청구를 할 수 있어도 산업부와의 협의를 통해 근거 법령의 제정 또는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재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로 발생되는 손실보상 규모를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훈 의원은 “공문을 발송한 산업부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논의 차원의 공문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소속 공기업인 한수원은 외부 대형로펌을 동원해서까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공문을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해 이사회 의결까지 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명확한 산업부의 지시도 없었고 조기폐쇄로 인해 발생되는 손실보상 규모도 파악되지 않은 채 긴급하게 70분짜리 이사회를 특급호텔에서 열어 대관비로만 약 21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가며 속전속결로 결정했다는 것은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투명성과 당위성에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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