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시현 기자

[투데이에너지] 실외에서 잠시 숨만 쉬고 있어도 이마와 목 뒤로 땀이 흐르는 무서울 정도의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더위는 처음인 듯하다.

땀도 안나고 더위를 안타는 체질이라 말했던 기자도 더 이상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에어컨 없이도 수면을 잘 취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에어컨이 없으면 수면을 취할 수가 없을 정도다. 에어컨이 장식품에서 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일본도 폭염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생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도 조차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에어컨을 켜십시오’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자도 전기요금으로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병원비보다 싸니 에어컨을 트시라고” 걱정 섞인 말을 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폭염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3,536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43명이다. 이는 단순 집계일 뿐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망자 수는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더위는 1994년과 비슷하다고 한다. 당시에 더위로 3,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차이는 에어컨 보급률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4년 에어컨 보급률은 10%도 안 된 반면 현재는 최소 80%으로 추산된다. 에어컨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취약계층에게 에어컨 구입비용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80%라는 것은 우리 주변 20%는 여전히 폭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누진세 완화는 에어컨이 있는 가구에 대한 혜택(?)이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20%에게는 누진세 완화는 별 의미 없는 복지 정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에어컨 복지’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는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폭염이 더 심해지고 기간도 더 길어진다고 하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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