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박막적층법이 적용된 전극시스템 개략도.
다층박막적층법이 적용된 전극시스템 개략도.

[투데이에너지 진경남 기자] 레고 블록처럼 촉매를 쌓아올려 인공광합성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촉매와 접착 물질이 각각 녹아있는 물에 전극을 번갈아 담그면 크기나 형태에 관계없이 쉽고 간편하게 촉매를 쌓아올릴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류정기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다층박막적층(Layer-by-Layer) 기법’을 이용해 물속에서 인공광합성용 촉매를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저렴한 촉매를 이용하는데다 공정 방식이 간단하고, 전극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광합성은 자연의 광합성 시스템을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태양광과 전해액, 광전극만 있으면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특히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 생성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문제는 광전극의 낮은 효율성이다. 지금까지 광전극 효율 개선을 위해 시도된 방법들은 백금 등 고가의 촉매 물질을 사용해야 했으며 물질의 종류나 양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또한 촉매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고온 ‧ 고압의 진공장비 활용이 필수적이었고 장비 활용에 따른 광전극의 손상도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광전극 위에 양의 전하(+)를 띠는 물질과 음의 전하(-)를 띠는 물질을 서로 순서대로 쌓는 다층박막적층 기법의 접목을 시도했다.

연구진은 상온의 물에 양의 전하를 갖는 고분자 물질 ‘폴리에틸렌이민(PEI)’과 음의 전하를 갖는 저렴한 물 분해 촉매 ‘폴리옥소메탈레이트(POM)’를 각각 녹였다. 이후 광전극을 각 물질이 녹아있는 수조에 번갈아 담그며 촉매를 쌓았다. 각 수조에 5분 정도 담그면 전극에 물질이 접착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형성된 촉매 다중층(Catalytic Multilayer)은 광전극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산소 생성을 위한 광양극(BiVO₄)에 10개 층, 수소 생성을 위한 광음극(Cu₂O)에 15개 층의 촉매를 쌓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들 전극은 촉매가 없는 광전극에 비해 효율이 약 10배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촉매와 그 두께를 찾아 인공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류정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촉매층 형성법은 촉매의 종류나 양을 원하는 형태와 두께로 쉽고 간편하게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물에 담그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존에 진공장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던 전극 손상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에너지공학과의 류정기 교수와 김현우, 배상현 석 ‧ 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 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화학 분야에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최신판(8월 13일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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