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투데이에너지] 3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폭염은 우리에게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며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매우 불쾌한 경험이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도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냉철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의 머리를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990년 제1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구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기후변화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기후변화가 존재한다면 인간의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연소와 산림파괴가 원인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 이후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IPCC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는 존재하며 인간의 무책임한 화석연료 소비와 산림파괴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동안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기상이변을 수없이 경험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는 과거 수천 년 동안 지구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높은 온도였다. 미국 남부로 진출한 허리케인 하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귀중한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지적 집중호우가 지속적으로 쏟아져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피해는 전혀 예상 못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막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기후변화의 무서움에 무책임한 대응만을 하고 있다.

전세계 국가들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기후변화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이후 매년 수만명의 전문가와 협상가들이 모여 이를 실천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지구 북반구를 휩쓸고 있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에 대한 공식적인 최종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올해 폭염으로 일본에서는 7월말 현재 80명 이상이 사망했고 고위도에 위치한 캐나다에서도 3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이미 두 자리 수를 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러한 애석한 죽음은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국민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산림파괴를 하지 않았다면 피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우리가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노력을 현재처럼 소극적으로 한다면 이러한 피해는 더욱 더 크게 계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나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잃을 수 도 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해결책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실천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천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방관 또는 역주행하고 있다. 필자는 전기요금을 이번 기회에 영구히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언론 기사에서 보고 순간적으로 멍한 상태가 됐다. 더위에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현재와 같은 폭염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한다거나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것은 올바른 국가 비상사태 대응 정책이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를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노력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무책임한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파괴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불편한 대응책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다. 우리는 즉시 미세먼지의 주요원인이며 폭염의 주요 원인인 석탄발전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력요금 현실화와 전력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이를 실천해야 한다. 미세먼지 피해, 기후변화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등을 반영하지 못한 석탄의 과도한 사용과 낮은 전력요금이 올해 우리가 경험한 폭염을 유발한 원인임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요금 현실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력요금 현실화는 폭염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불편한 선택의 문제이다.

국민들은 지금이 정치인들에게 전력요금 현실화를 요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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