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수석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지난 8월1일 홍천의 온도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최고 온도인 40.7도를 기록했다. 유례없는 이번 여름 폭염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등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과 같은 북미지역들이 올 여름 최고 온도를 경신했으며 북극 인근 지역인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도 최고 온도를 경신했다.

아마도 올 여름은 세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많은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극한 기상이변의 원인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보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따른 기상이변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번 여름은 그 위험성을 실제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일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지구평균온도는 200여년 전, 즉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 비해 섭씨 1도 정도 상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지구평균온도상승 2도 억제는 이미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경고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빈번한 극한 기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17년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인구의 약 30%가 치명적인 폭염과 습도로 인한 극한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극단적으로 줄인다면 2100년에는 이 비중이 약 48%, 그렇지 않고 온실가스가 증가가 계속된다면 이 비중은 7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상 이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당연히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석탄발전의 이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에너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는 기후변화 적응이다. 이미 지난 200년간 대기권에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당장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과는 무관하게 상당 기간 동안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지속될 것이다.

한파와 폭염, 가뭄, 태풍 등의 위력이 점점 강력해지고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와 기술적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따라 모든 회원국은 온도상승 2도 억제를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출했으며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원전과 석탄으로부터 가스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 완화와 원전위험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에너지정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큰 목표와는 달리 개별 사안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정부의 정책목표가 제대로 실행돼 나아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계획된 신규 석탄발전소 대부분이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됨에 따라 2030년 석탄발전 용량은 오히려 지금 수준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봄철 한시적으로 노후 석탄발전 셧다운이 이뤄지고 있으나 환경급전을 통한 석탄 발전량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계획 역시 마련되고 있지 않다.

신고리 5·6 호기의 건설이 재개되고 기존 원전은 수명기한까지 운전을 계속 하도록 허용하는 상황에서 ‘탈원전’이라는 목표도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 전환이 필요한데 여전히 낮은 전기요금 정책을 고수하면서 시장 전환을 더디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역습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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