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해상풍력은 국내 재생에너지의 전환점을 가져올 획기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위험 리스크가 많은 산업이기도 합니다. 이를 예방해 산업 종사자, 즉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산업성장도 가능합니다”

한국선급은 1960년 설립 이후 조선•해양분야에서 안전을 위한 기술적 인증을 맡아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풍력발전분야에 대한 국내외 공인 제품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 해사업계 인증기관이자 풍력발전 안전 전문기관인 한국선급을 이끄는 이정기 회장을 만나 현재 깊은 침체를 겪고 있는 해운 및 조선업계를 위한 지원 방향과 함께 재생에너지산업 성장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최근 국제선급연합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향후 국내 조선 및 해운업계에 미칠 영향은

이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국제선급 리더로서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 자리라 사실 부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임기 중 선박 디지털화, 황산화물•온난화가스 배출 감축, 자율운항 선박 등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모든 회원선급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한국 해사업계를 비롯해 국제 해사업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사실 IACS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한 나라의 국익을 편향되게 추구할 수 없기에 국내 조선 및 해운업계에 직접적으로 혜택을 줄 수 없지만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다양한 국제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 해사업계가 발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 업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발로 뛰겠다.

Q. 올해 주요 성과와 향후 집중 추진계획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지만 현재 동반산업인 해운조선업계가 여전히 깊은 침체를 겪고 있어 경영환경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며 우리 선급도 그 여파로 수입이 감소하고 있어 취임 직후 비상경영을 시행해오고 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임원과 보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직원들의 양보와 동참을 얻어 전임직원이 함께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다른 해외선급들은 경영 악화로 이 시기에 대규모 구조 조정을 감행했지만 한국선급은 선급의 존재 이유인 등록선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며 각종 기술검토 및 검사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직원들을 지켰다고 자랑하고 싶다. 무엇보다 올해는 미래 기술 확보를 통한 디지털 선급으로 도약의 해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영기반을 강화해 외국적선대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 해운업의 침체로 정체된 우리선급의 등록선과 수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적 선대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Q.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절감 등 친환경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해사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선급의 대응현황은

다양한 환경 규제의 발효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고객들의 혼란을 최소하기 위해 한국선급의 역할은 정확한 정보의 적시 제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세미나를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해 최근 규제 동향을 소개하고 이행 절차를 발표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또한 EU 및 IMO에서 도입한 연료사용량 보고 체계(EU MRV & IMO DCS)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각종 준비사항과 최신 정보를 적시에 신속하게 전달해 업계 대응력을 높이고 연료유의 황 함유량 규제에 대해서도 조선소•선사•기자재 업체와 협력 하에 선사들이 적합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관련 선주안내서를 발간하는 등 고객들을 지원하고 있다.

Q. 태양광, 풍력 중심의 E전환 정책이 첫발을 뗐다. 한국선급의 역할은

재생에너지 3020정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량 비중을 20%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정책이자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단지가 개발돼야 하는데 한국선급은 이러한 발전단지 개발 전과정에 대한 인증 및 기술적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한국선급은 태양광,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대주측 기술자문기관(Lender’s Technical Advisor)자격으로 기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이 한국선급의 역할은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해 사업개발자와 재무적 투자자 간의 기술적 현안을 해결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발전사업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한국선급은 높은 경쟁력을 보유했음에도 국내에선 각종 규제로 공정한 시장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시급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

선급은 전세계 선주들을 대상으로 국제선급간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한국적 시각으로 한국선급만을 규제하게 되면 공정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당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규제로 공직유관단체지정으로부터 해제돼야 한다.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됨으로 인해 당장 영업상 고객들이 한국선급과의 접촉을 부담스러워 할 뿐 아니라 고객 영업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급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전문가들을 융통성 있게 채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건을 맞추다 보면 적시에 필요인력을 채용할 수 없어 인사 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Q. 현재 정부가 해상풍력을 에너지전환의 핵심으로 보고 있지만 사고를 비롯한 안전관련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핵심으로 기대되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달리 해상구조물 위에 풍력터빈을 설치해 운영하는 복합 구조물로서 기존 단일 육상풍력터빈과는 다른 가혹한 해상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즉 해상풍력 설계-시공-운영 전단계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해상풍력 특성에 맞는 기준 및 매뉴얼 등이 적용되고 각 단계마다 기술력을 갖춘 제 3자 전문기관의 검증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반면 현재 해상풍력의 안전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국내 법령 및 절차들은 해상풍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범용적인 내용으로서 향후 약 2,400기(5MW기준)가 설치되는 국내 해상풍력산업을 감안하면 관련 법령 보완 및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 한국선급은 선박안전 및 해상구조물 검사기관으로서 그동안 축적한 안전기술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유일의 풍력발전 안전 전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 중인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의 설계, 제조, 운송, 설치 등을 평가 및 감독하는 해상풍력 단지인증(프로젝트인증)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현행 풍력발전 안전 관련 법령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주 풍력발전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했으며 한국전력연구원과 함께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및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HSE(Health, Safety & Environment) 운영매뉴얼 개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에도 우리 한국선급은 우리나라 해상풍력 안전 전문기관으로서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안정적인 보급 확대와 국가 풍력안전관련 법령보안 및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Q. 조선 및 해양, 녹색에너지 국적인증기관으로서 정부와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국내 풍력산업 축소, 풍력발전단지 건설 지연, 해외 인증기관 선호 등의 이유로 인증 트랙레코드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DnV-GL(노르웨이-독일선급) 등의 해외 유수 인증기관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인증기관 확보는 풍력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기술적으로도 향후 해외 인증기관이 아닌 국내 인증기관에 인증을 받아 기술유출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가 예산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해서는 국내 인증기관의 참여를 통한 트랙레코드 확보가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국내 풍력, 태양광 등에 대한 국내산업의 전환기를 불려올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풍력분야의 경우 시스템 제조사는 국산 풍력발전기의 트랙레코드 확보, 단지개발자는 단지개발과 관련된 기술 습득, 인증기관은 인증과 관련된 기술 향상 및 트랙레코드 확보가 이뤄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정부와 기업이 인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증기관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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