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유섭
한국물산업협의회
사무국장

[투데이에너지] 매년 8월말이면 스톡홀름에는 전세계 약 1500여개 물 관련 국제기구, 단체,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적인 물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이 행사는 파리기후협정, SDGs 2030 아젠다, 세계물의날 등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대부분 물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과 보건위생, 안보 등 개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 중에 SGDs 달성을 위해 기술, 특히 스마트 물관리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장 보수적이고 공공성이 강한 물분야에서 그것도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가장 열악한 국가들에서 변화와 혁신을 논의하고 블록체인·핀테크를 활용한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스톡홀름 물주간 행사는 30년이 돼가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국제물행사이다. 이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Stockholm Water Prize이다.

올해는 Micro-biotechnology 분야의 권위자 두명이 공동수상했으며 그중 한분이 미생물을 이용한 하폐수처리의 혁신을 가져오는 Nereda 공법 개발자이다.

그래뉼 미생물을 이용하는 처리기술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하폐수처리의 슬러지를 50% 줄이고 에너지를 30%, 비용을 25%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세계 40여 곳에서 적용이 되고 있다. 물론 이보다 앞서 하수처리에서 질소제거공정을 단축시킨 AnaMMox 공법이 개발돼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공법이 적용된 하수처리장에서 실제 사용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현장들이 있다. 미국 에너지성(DOE)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인용된 표현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Wastewater Power Plant! 우리는 그동안 하수처리장에서 물재생센터로 이름을 바꿔 왔는데 하수처리장에서 Energy-positive를 넘어서 하수 발전소라니.

최근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서 실리콘밸리 하수처리장에서 혐기성 MBR(Membrane Bio-Reactor)를 테스트 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지원했다. 혐기성이란 산소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하수처리장에서 더 이상 산소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 때가 올 수 있을까. 미국은 전체 물사용량의 50% 정도가 에너지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혐기성 MBR 처리를 통해 에너지절감은 물론 재이용에 문제가 되는 환경호르몬이나 난분해성물질 제거에 대한 거동을 확인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목적이다.

이 테스트 결과가 성공하거나 실현 가능성을 갖게 된다면 하수처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한다(game changing technology). 그런데 여기서 테스트하려고 하는 기술은 2008년에 우리나라 모대학에서 처음 연구된 기술로 스탠포드대학과 협력을 통해 현장에 적용해 보려는 것이다.

미국 물산업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매우 보수적이다. 유틸리티부터 제조업체까지 산업계 전체가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오래된 물부족 문제와 수질 악화, 노후 인프라, 재정 부족 등 최근 겪고 있는 이러한 많은 물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을 통해 물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경제 재건의 구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환경보호청(EPA)에서는 기술혁신 청사진(Technology Innovation Blueprint)을 제시해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유틸리티는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노후 인프라에 대한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WIFIA; Water Infrastructure Financing and Innovation Act) 도입 등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R&D 투자는 국민 1인당 또는 GDP 대비 세계 최고수준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지만 기술경쟁력은 세계최고에 한참 못미친다. 연구자 중심으로 과제개발이나 실적관리가 되다보니 특허나 논문은 많으나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기술은 별로 없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제대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이 되고 설치돼야 한다.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입찰제도의 문제를 개선해야만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게 개발되고 국내 적용실적을 갖춘 기술들이 선진국에도 진출할 수 있다.

기술이 중심이 되는 기반이 마련돼야만 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설수 있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물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기술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우수기술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제도적 혁신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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