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 원전에 후쿠시마의 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고리원전의 경우 2,492조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한국전력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한국전력이 국회 이훈 의원에게 제출한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보고서에는 후쿠시마형 원전사고 발생을 전제로 국내 원전지역 인구밀집도와 GRDP(지역 내 총생산)을 적용해 우리 원전의 중대사고비용을 추산했다. 원전 지역별 사고 추정비용으로는 △울진원전지역 864조원 △영광 907조원 △월성 1,419조원 △고리 2,492조원으로 나타났다.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 원가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설비의 건설과 연료비, 환경비용과 사고비용를 포함한 사회적비용을 체계적으로 대입해 구성해야 한다. 원전의 경우 연료비는 저렴한 반면 건설비용과 사고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발전 원가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원전의 사고비용은 우리사회의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이에 반해 한국수력원자력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가장 최근의 원전사고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준으로 한국원전의 중대사고비용을 가감 없이 사고비용을 추산하고 여기에 발생 빈도율을 감안해 원전의 발전 원가를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발전원별 균등화단가 연구용역 중간발표를 하면서 원전의 발전 원가가 2030년 되면 태양광과 근접해지고 그 이후에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발표 한바 있다.

이때 발표 시 적용한 원전사고비용은 방사능 오염물질의 방폐처리비용(지역별 719조원, kwh당 23.1원)은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원전 고비용을 제대로 다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의 중대사고 시 제염만 하고 방폐처리를 안한다면 고리원전사고 시 인근 30km의 부산시 일부를 러시아 체르노빌 같이 방치한다는 것과 같아 방폐비용 역시 원전의 발전원가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방폐비용(kWh당 23.1원)을 반영할 경우 원전의 발전 단가는 현재 66원대에서 56.49원이 더 오른 122.5원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한국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이 일본 후쿠시마보다 무서운 것은 반경 30km에 실제 거주하는 인구가 후쿠시마 14만명에 비해 부산 고리는 344만명으로 후쿠시마에 비해 24.5배나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경우 원전밀집도가 높아 원전지역의 1기에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근 원전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돼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일시에 고리원전이 전면 중단돼 광역정전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6기 원전의 총용량이 4.6GW이지만 우리나라 고리원전의 경우 총9기(건설 중 3기)로 약 10GW에 달해 정전피해가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의 용역에는 이차적인 원전사고 피해금액은 따로 산출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한전의 추산보다도 더 큰 사고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국내 원전의 사고 추산이 천문학적인 수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해외문헌을 통해 살펴본 원전의 사고비용 추계를 보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1991년 독일 베를린공대 의장 Ewers와 유럽경제연구센터 Rennings 박사가 공동연구를 통해 원전사고 시 최저 4,900조원에서 최대 1경1,28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고 2011년 독일 연방 재생에너지 기관 Versicherung. Leipzig의 경우 8,01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바 있다.

보고서를 공개한 이훈 의원은 “한전의 연구용역 결과는 원전사고에 대한 경종과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사회에 원전의 사회적비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원전의 사회적비용을 감안할 때 결코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원전사고는 예고하고 발생하지 않으며 원전의 안전비용과 폐로비용 역시 지금 세대가 후대에 떠넘기면서 억지로 값싸다고 주장하며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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