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국내 에너지다소비업체수와 다소비업체들이 전체 전력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에너지효율 개선권고사항의 이행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를 관리감독해야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5년간 단 한건도 개선명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도가 유명무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다소비업체로 지정된 사업자들에게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해 내려진 제안 사항의 이행률이 47%로 나타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연료, 열 및 전력 등 에너지 연간 사용량 합계가 2,000TOE 이상인 사업자를 말한다. TOE는 석탄, 가스, 석유 등 각 연료형태에 따라 열량의 단위가 상이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든 연료를 원유 1배럴이 가진 열량을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를 말한다. 2,000TOE는 월 310h를 쓰는 가구가 12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과 같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에너지다소비사업자로 지정된 업체수는 3,594개에서 2017년에는 4,682개로 4년 사이에 30%가 급증했다. 또한 이들 다소비사업자들이 연간 우리나라 전체 전력사용량 대비 차지하는 비중도 201342.2%에서 201744.9%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이러한 에너지다소비사업자로 지정된 업체에 대해 5년을 주기로 해당 사업장의 에너지사용 실태를 의무적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해 필요한 투자내용과 투자 시 예상되는 효과 등을 포함한 제안사항을 각 사업자들에게 전달하고 이후 3년간 이행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이와 같은 절차에 의해 산업부는 2013년에 563, 2014년에는 625개 사업장의 에너지소비실태를 진단했다. 그 결과 에너지효율개선 제안사항을 2013년에 550개 사업장에 4,025, 2014년에 601개 사업장에 4,340건씩 총 8,365건 내렸다. 그러나 이들 제안에 대해 이행된 건수는 2013년에 1,919건으로 이행률은 47.7%, 2014년에는 2,076건만 이행돼 이행률은 47.8%2년간 총 4,370건의 제안이 미이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개선안의 유형별 이행현황을 살펴보면 폐열회수 조치 제안에 대한 이행률이 평균 25.5%로 가장 낮았다. 이어서 설비대체가 35.6% 연료대체 및 열원대체가 36.4% 설비보완이 44.3%의 이행률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야하는 부분에서 전체 이행률 평균에도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업들이 제안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사유를 살펴봐도 비용적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미이행 4,370건 중 자금조달 어려움이 648건으로 14.6% 투자에도 절감효과 미비가 514건으로 11.8% 투자비 회수기간 장기화가 433건으로 9.9%, 상위를 차지해 새로운 투자에 대한 거부감을 이유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미이행 사유로 3년 이내 개선예정으로 밝힌 건수가 1,114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산업부에 따르면 정확한 개선계획이나 로드맵을 따로 파악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격이다. 심지어 개선의지가 없음이라고 밝힌 건도 91건에 달해 에너지사용효율 개선에 대한 일부 사업자들의 해이한 의식도 드러났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행정조치 규정에도 허점이 있었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르면 에너지 손실요인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게 사용효율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산업부의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개선명령이 내려졌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산업부에서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시행령에 따라 ‘10% 이상의 에너지효율 개선이 기대되고,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의 경제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문화된 규정을 충족하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산업부는 에너지효율개선 이행이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 개선명령의 조건과 방식을 어떻게 조정해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훈 의원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업체들에는 주로 사업규모가 크거나 자본이 많은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라며 이들 기업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모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작 에너지효율개선에 대한 투자에는 갖은 이유들을 대며 매우 인색하게 대하고 있다고 다소비사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또한 이 의원은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부가 향후 에너지수요관리도 중요한 전력정책의 축으로 삼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에너지효율개선 제안 정도로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자들의 실질적인 개선노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라며 산업부는 강제성 있는 개선명령과 같은 제도의 운영방식을 어떻게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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