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보일러제조사 6개와 BC카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22년까지 가정용 친환경콘덴싱보일러 25만대 확대보급에 나선다.
서울시는 보일러제조사 6개와 BC카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22년까지 가정용 친환경콘덴싱보일러 25만대 확대보급에 나선다.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서울시가 친환경콘덴싱보일러 확대보급을 위한 판을 깔았지만 막상 플레이어로 참가하는 국내 보일러제조사는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내 6개 보일러제조사와 친환경콘덴싱보일러 확대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내용인 즉 NOx 배출농도 20ppm 이하인 친환경콘덴싱보일러 구매 시 10만원 할인과 12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2018년도 가정용 친환경콘덴싱보일러 설치 지원사업 신청이 지난 9월 말로 끝나 더 많은 서울시민들에게 친환경콘덴싱보일러 구입에 도움을 주고자 이번 사업을 추가적으로 계획했다”라며 “이번 사업은 다만 예산은 없지만 친환경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알리기 위해 10년 이상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포스터를 붙이는 등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가 이와 같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오는 2022년까지 친환경콘덴싱보일러 총 25만대 보급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보급사업으로는 역부족이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친환경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으로 설치된 대수는 총 9,000대로 매년 2,250대가 보급됐다. 아무리 매년 보급대수를 크게 늘린다고 해도 서울시가 계획한 25만대 목표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도 그나마 현재까지 서울시(8만원)와 환경부(8만원)가 공동으로 16만원을 지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국내 보일러제조사와 함께 진행하는 친환경콘덴싱보일러 확대보급사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 사업 예산 배정도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가 힘든 부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친환경콘덴싱보일러를 구매 시 할인되는 금액은 모두 제조사의 몫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친환경콘덴싱보일러가 많이 팔리는 제품도 아닐뿐더러 가뜩이나 마진구조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서울시의 정책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모든 고통은 제조사에게 전가하고 생색은 서울시가 내고 있다”라며 “그렇다고 서울시가 하는 일에 참여를 안 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며 제조사의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세우고 있는 12개월 무이자 역시 현장에서는 이미 시행하는 곳이 많아 소비자에게 새로운 메리트를 제공한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며 “카드사도 한 곳으로 한정돼 있고 할부 혜택이 되는 카드를 소지하지 않았다면 새롭게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발급에 따른 연회비도 내야 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예산 없이 진행하는 이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연말까지로 한시적으로 기간을 정했지만 서울시의 친환경콘덴싱보일러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에도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결국 제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서울시가 내년도 가정용 친환경콘덴싱보일러 설치 지원사업 예산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이를 제지했다. 환경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내년도 사업예산 전환을 추진했지만 환경부가 반대 입장을 나타내 내년에도 가정용 친환경콘덴싱보일러 설치 지원사업을 그대로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결국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부 정책들이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사업예산을 민간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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