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투데이에너지] 나는 지난 11월 초 사단법인 ‘미래숲’의 주관 하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녹색봉사단이 중국 내몽골지역에 위치한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중국 서안을 거쳐 12시간의 심야열차에 타고 이른 새벽에 내몽골지역 고비사막의 ‘다라터치’역에 도착했다. 여명으로 동쪽이 붉어지기 시작할 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사막과 마주보고 있는 나는 갇혀있다는 답답함을 강하게 느꼈다.

아침식사 후 고비사막에서 지난 17년 동안 ‘미래숲’이 꾸준히 나무를 심어온 현장 가까이 위치한 새로운 식목지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는 지역은 매우 고운 모래로 이뤄진 사막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바람이 없고 밝은 태양이 비치는 사막은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시 오고 싶은 매우 아름다운 그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바람이 심하게 불기만 하면 오늘 아침 신문과 방송 그리고 영화에서 우리가 본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의 원인 제공자인 황사의 발원지이다.

이곳은 더 이상 잔잔한 고운모래로 이뤄진 아름다운 지역이 아니라 입 속으로 계속 밀려드는 모래를 뱉어내야 하는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고난의 현장이다.

비록 참가자들은 바뀔지라도 ‘미래숲’은 지난 17년동안 지속적으로 이런 고난의 현장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날도 그런 노력이 계속되는 날이었다. 100여명의 미래 주역들이 나무를 심는 지역은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지대에서 극히 작은 점에 불과한 듯 보였다.

순간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사막화를 막고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데 있어서 과연 의미있는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표면이 완전히 건조된 모래로 이뤄진 땅에 심은 나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도 갖게 된다.

사막에 심은 나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1m 이상의 깊이로 구덩이를 파야 한다. 1m 이상 깊은 구덩이를 파니 작지만 약간의 물기가 있는 모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덩이에 묘목을 넣고 물을 붓고 모래로 구덩이를 다시 메우면서 간절한 바람을 마음 속으로 이야기 했다. “제 발 살아다오!”, “네가 살아야 지구가 살 수 있다.” 오전, 오후 이렇게 열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1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니 그 날 심은 나무는 1,000그루 이상이다. 모래 위에 가지런히 드러누워 있는 나무를 보았을 때 그 장소는 매우 넓게 보였다. 하지만 100여명 학생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짧은 시간에 그 지역은 검은 점이 규칙적으로 새겨진 곳으로 바뀌었다.

녹색봉사단원들은 돌아오는 길에 지난 17년동안 심은 나무들에 의해서 사막에서 숲으로 변한 지역을 잠깐 들렀다. 녹색장성이라는 10km 이상 길게 늘어 선 나무숲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나무를 심으면서 가졌다 2가지 불안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과연 심은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심은 모든 나무가 다 살아남지는 못 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나무가 자라면서 옆으로 번식을 해 죽은 나무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17년의 세월이 지난 그 곳에서는 20m 이상의 큰 나무와 1m 미만의 작은 나무가 모래로 이뤄진 공간을 점령하고 있었다. 척박한 모래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흙으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넓고 넓은 사막에서 조그만 장소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사막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가하는 의문도 이곳에서 풀렸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곳까지 큰 길을 따라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을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는 모래만으로 이뤄진 언덕을 볼 수 없었다. 모래 언덕은 고개를 높이 들어 먼 곳으로 눈을 돌려야만 볼 수 있었다. 17년의 꾸준한 노력이 사막을 숲으로 되돌린 것이다.

17년동안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돼온 인간의 노력은 사막을 숲으로 바꿔 놓았다. 한국에 돌아오니 정부가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반가운 발표에 기쁨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새로운 대책만 발표할 것인가? 하는 반문도 했다.

이미 발표된 대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발전적인 내용은 들어볼 수 없었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따라 과거에 발표됐다 사라진 정책이 되풀이 될 뿐, 기존에 발표된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성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지속성과 일관성을 가진 정책의 시행만이 사막을 숲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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