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된 열수송관 교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파열된 열수송관 교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지난 4일 오후 840분경 경기도 일산시 백석역 일대에 매설돼 있는 지역난방배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60대 남성 1명이 사망했고 30여명이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열수송관 매립 당시 추가 작업을 위해 상판을 일부 떼어냈다 다시 용접한 부분이 강관 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1년 지역난방 열배관 설치 시에는 해당 공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열수송관 안전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난은 그동안 판교지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통합관제소를 설치, 열이동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이번 사고로 관제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또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난의 전 하청업체 직원에 따르면 한난뿐만 아니라 지역난방 사업자들 대부분이 누수감지장치를 단선시켜 놓고 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누수감지기는 오류가 너무 많기도 하고 누수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한 안전소홀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작업자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대부분 배관사고가 나더라도 누수과정에서 기온차로 물이 식어 옷깃이 젖거나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지만 이번처럼 큰 사고가 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같은 업계사람으로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점검을 해보면 알 것이라며 땅 밑에 매설된 배관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이는 열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수도관을 비롯해 도시가스 배관까지 모두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배관 수명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라며 단순히 노후배관의 문제라고 한다면 사실상 이보다 먼저 설치된 서울지역의 열배관은 모두 누수가 발생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배관의 연한을 따지기 보다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누수감지선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많은 에러가 발생해왔고 신뢰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업자들이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신에 열배관에는 강관을 둘러싸고 있는 PV 안쪽으로 열감지선을 비롯해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 내장돼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고양시에 매설된 지역난방배관은 1991년 설치된 것으로 해당 열배관에 열감지선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난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악되는 대로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 업계 내에서도 안전에 대한 사업자들의 투자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사업자들 내부에서도 안전관리예산을 올리면 경영진에서는 비용부담의 이유로 삭감 또는 미반영하기 일쑤라고 토로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비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는 등 정부가 강제해야만 더 이상의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안전을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또 다른 관계 전문가는 유럽에서는 이미 앞서 1960년도에 설치된 배관을 지금까지 교체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고는 이례적인 일로 점검을 통해 오히려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문제는 안전관리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얼만큼 간과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지하에 매설된 여러 배관들에 대해서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열수송관을 비롯해 도시가스배관, 상수도배관 등 모두 대부분 지하에 매설돼 있는데다 밀집지역이나 도로에 있어 통행 통제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누수탐지기를 장착한 자동차를 이용, 해당 도로를 순회하거나 안전관리자가 직접 맨홀 등에 진입해 압력 등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형식으로 안전점검이 진행돼 온 바 있다.

이러한 점검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재차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 이미 30년이 넘은 열배관이 서울 도심에 설치 돼 있는 만큼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재차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각 통신사에서 맨홀이나 에너지설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무선장비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없겠지만 안전장치 중 일부로 이러한 장비 도입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관계자는 기술력만으로 보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비용인데 이를 경영진들 입장에서 감당할 의사가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조항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후배관에 대해서는 사업자간에도 많은 논의가 이뤄졌던 부분이지만 주민들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계기로 업계가 모두 철저한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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