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태양광과 세탁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스케줄에 따라 규제완화를 본격 시행하는 가운데 한국기업들의 경우 가격인상 등 시장경쟁력 상승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2월7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셀, 태양광 모듈 수입 급증으로 인한 미국 산업피해를 주장하며 한국 포함 미국 교역대상국들을 상대로 세이프가드 규제를 개시한 바 있다.

해당 규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권고한 규제안을 반영해 세탁기와 관련 부품의 경우 3년, 태양광 셀과 태양광 모듈의 경우 4년간 지속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래의 스케줄에 따라 매년 완화되는 관세할당제도(tariff-rate quota) 형태의 규제를 개시하고 있다. 관세할당제도란 특정 쿼터 내 물량과 쿼터 초과 물량을 구별해 각각 다른 관세율을 부과하는 규제를 말한다.

해당 스케줄에 따라 CBP는 규제 2년차가 되는 지난 7일부터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탁기의 경우 처음 120만대까지는 18%, 120만대 이상부터는 45%의 수입관세가 부과되며 세탁기 부품의 경우 처음 7만개까지는 무관세이나 7만개 이상부터는 45%의 관세가 부과된다.

태양광 셀의 경우 처음 2.5GW까지는 무관세이나 그 이상부터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에 한해 관세할당제도가 아닌 일반 관세 규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스케줄에 따라 보다 완화된 25% 관세가 부과된다.

세이프가드 규제에 따른 미국 수입 시장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KOTRA가 공개한 현재까지 집계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2018년도 공식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2018년 1~3분기 가정용 세탁기 총 수입액은 약 9억1,066만달러로 2017년대비 약 18% 감소했으며 이는 세이프가드 규제로 인한 수입 감소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대미국 세탁기 수출액은 1억354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동기대비 약 23%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세이프가드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18년 1~3분기 미국 세탁기 수입 시장점유율은 4위를 기록했다.

국가별 미국 세탁기 수입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베트남의 2018년 1~3분기 총 대미국 수출액은 2017년대비 43.39%로 크게 감소했다.

국가별이 아닌 브랜드별 미국 수입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과 LG가 각각 19%와 18%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미국 내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기반은 아직 견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KOTRA는 설명했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3분기 미국의 제품 총 수입액은 약 26억달러로 2017년 1~3분기 총 수입액보다 약 18% 감소했다.

한국기업들의 2018년 1~3분기 대미국 태양광 제품 수출액은 4억4,282만달러로 2017년대비 33.71% 하락했으나 미국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인도의 경우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이번 세이프가드 규제로부터 면제를 받았다. 2018년 1~3분기 대미국 수출액 5,219만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전년대비 20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의 태양광 세이프가드 품목 면제가 규제효과를 일부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19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태양광 제품 8개종을 세이프가드 규제로부터 면제시켰다.

KOTRA는 품목 면제 대상품 조건에 맞춰 대미국 수출을 진행한다면 관세없이 수출이 가능한 만큼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태양광 제품 수입업체 SunPower의 Tom Werner 회장은 해당 품목 면제 조치로 인해 수입비용이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투자 및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면제 승인 8개 제품은 △455W 이하의 태양열 패널 중 프레임과 내장된 전기 케이블, 커넥터, 배터리를 제외하고 길이 950mm 이하, 너비 100mm 이상 255mm 이하, 표면적이 2,500cm² 이하로 가압 적층 강화유리로 구성된 제품 △길이 70mm 이상 235mm 이하, 표면적 539cm² 이하, 16V를 초과하지 않는 4W 이하의 태양전지 패널로 내부에 배터리 또는 외부 컴퓨터 주변 장치 포트가 없는 제품 △60W 이하의 최대 정격 전력을 갖고 있으며 내부에 배터리 또는 외부 컴퓨터 주변 장치 포트가 없는 패널 중 길이 482mm 이하, 너비 635mm 이하, 총 표면적이 3,061cm² 이하 제품 △자동차 및 보트용으로 설계된 유연 또는 반유연 오프그리드(off-grid) 태양열 패널 중 정격 와트가 10~120W인 제품 △흑색 또는 청색 이외의 다른 색상의 프레임없는 패널 중 총 전력 출력이 90W 이하이며 태양 전지 또는 버스 바가 보이지 않는 균일한 표면을 가진 제품 △최대 정격 전력이 3.4~6.7W 사이 인 셀 중 표면적이 154cm²~260cm² 사이이며 셀 앞면에 부스 바 또는 눈금 선이 없는 제품 중 100개 이상의 주석 도금된 고체 구리 핑거가 셀의 뒷면에 부착돼있고 구리 부분의 두께가 0.01mm보다 두꺼운 제품 △길가 1,556mm~2,070mm, 너비 1,014mm~1,075mm, 셀이 설치돼있는 곳의 최대 정격 전력이 320~500W 사이인 패널 중 주석 코팅되고 깍지 낀 모양의 100개 이상의 고체 구리 핑거가 셀의 뒷면에 부착돼있고 구리 부분의 두께가 0.01mm보다 두꺼운 제품 △원산지가 미국으로 분류된 모듈 중 미국산 CSPV셀으로만 구성된 제품 등이다. 

KOTRA는 세이프가드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입시장 경쟁률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3분기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의 미국 수입 시장점유율은 각각 4위, 2위를 기록했으며 삼성과 LG의 경우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 현지 공장 조기 가동 전략을 추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규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이프가드 규제로 인한 미국 시장공급량 감소와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제품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세이프가드 규제 완화가 한국기업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세이프가드 규제 스케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세이프가드 규제는 특정 물량 이상 수입을 전면 봉쇄하는 쿼터 규제가 아닌 관세할당제도식 규제임에 따라 시장경쟁력만 지속 유지한다면 한국기업들은 미국 수입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니콜 콜린슨 미국 통상로펌ST&R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쿼터규제보다 관세에 기반한 규제는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적을 수 있다”라며 “특히 태양광 제품 세이프규제의 경우 품목면제된 상품 수출을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OTRA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후 강화되고 있는 미국 통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현지 진출 등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미국 수입 시장점유율 유지뿐만 아니라 증가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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