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투데이에너지]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연합, 중국, 워싱턴 등 전세계 44개국 국가(또는 주)에서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또는 고려)하고 있는 반면 싱가폴, 스위스 등 36개 국가(또는 주)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탄소세(Carbon Tax)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세는 에너지생산자 또는 사용자 기반의 직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반해 배출한 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는 직접적 과세 규제제도로서 배출권거래제도와는 제도적 접근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전세계의 배출권거래제도와 탄소세를 통해서 커버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19.6%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에 따라 총량규제방식의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가 시행됐으며 이후 시장경제메커니즘에 기반한 비용효과적 온실가스 감축규제정책으로 배출권거래제도와 상쇄제도가 시행됐다.

배출권거래제도는 목표관리제도와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제도이지만 기업간의 자유경쟁에 의해 형성된 배출권가격을 지표로 자유롭게 온실가스 배출활동을 하는 유연성메커니즘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다시 말해 총량규제 방식의 제도는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초과해 배출할 수 없지만 배출권거래제도는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서 허용총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내부감축)과 외부의 배출권구매, 배출권투자(상쇄제도) 등의 다양한 수단 가운데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또한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제도를 운영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배출권거래제도의 기본 개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용된 총량보다 증가했다 하더라도 배출권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목표달성을 하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기업의 비용효과적 선택권은 존중돼야 함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출권거래제도와 연계된 상쇄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핵심적인 감축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 차원의 저탄소 사회 구현을 위한 핵심정책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시장경제메커니즘 기반의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탄소세 또는 환경 규제제도 등의 직접적 규제방식으로 제도를 이해 또는 대응할 경우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 시장은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존하게 됨으로 활성화 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배출권거래제도는 성공할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때로 거대한 제도적 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과정 그리고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제기될 때 이러한 제도적 기본철학은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에 가장 핵심 원칙이 돼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5년차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온실가스 감축 핵심정책이며 불과 5년만에 연간 1조원의 배출권이 거래되는 거대시장으로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신규제도가 정착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때때로 정부의 제도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과 논쟁이 야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조금 더 완벽한 제도의 운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이 성장의 기틀이 됨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보다 10여년 먼저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한 유럽연합에서도 배출권과잉공급 그리고 배출권가격 폭락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금도 계속해서 제도를 수정보완해 가고 있음을 생각할 때 지금의 정부와 기업의 정책적 대응 학습 과정은 우리에게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제도적 변화가 발생될 수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의 합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동일한 원칙과 제도적 철학을 인식하고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시장경제메커니즘이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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