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전기와 열이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가? 가정생활에서, 직장생활에서 또한 산업활동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전기이고 난방을 위한 열은 필수적이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고온 및 고압의 스팀(수증기)을 만들어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이 터빈에 발전기를 붙임으로써 전기를 만든다. 석탄화력발전에서는 석탄을 태울 때 발생되는 열로써 스팀을 만들고 복합화력발전에서는 고온의 연소가스를 이용해 가스터빈발전사이클로 전기를 만들고 아직 고온인 배열을 이용해 스팀발전사이클을 돌려 추가적으로 전기를 만든다.

원자력발전도 마찬가지여서 원자로에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해 스팀을 만들고 이를 증기터빈에 보내 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즉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화되고 경제적인 방법이기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전의 형태는 이렇다.

전세계의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
다. 에너지의 수요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요소는 인구와 소득인데 이 두가지 요소가 증가하는 한 에너지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이와 관련해 BP(British Petroleum)는 2030년까지 세계 인구가 약 82억명에 이를 것이며 실질소득(GDP)은 향후 20년 동안 10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예측이 맞다면 과연 우리는(인류는) 충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인가? 만에 하나 충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나 에너지 자급률(원자력발전 제외)이 6% 남짓한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2018년 기준 석유의 가채년수는 46년, 천연가스 59년, 석탄 118년이라고 예측되기도 했다(예측 기관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오랜 기간 생산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앞으로 100년 남짓이면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지금처럼 평화롭고 풍족하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피크 오일(Peak Oil) 개념이 매우 오래 전에 제시된 바 있다. 원래 의미는 지구의 석유 매장량이 유한해 석유 소비가 될수록 매장량이 줄어서 특정 시점 이후에는 생산량이 감소하게 될 것인데 이 시점을 말한다. 생각해 보면 가채년수 이전에 피크 오일의 시점이 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매년 지속적으로 새로운 석유매장량이 확인되고 있고 새로운 기술개발도 진행될 뿐만 아니라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도 발견돼 채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피크 오일의 시점은 계속 뒤로 늦춰지고 있지만 이러한 시점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걱정할 것이 정말 없는가?

■ 세계적 원자력 기술력

국내의 에너지 수급상황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7년 국내 에너지소비의 80% 이상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에 이르는데 반해 1인당 석유소비량은 전세계 7위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전세계적인 수급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도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 2016년 OECD 주요국 중 5위라고 하니 어찌보면 대단하기까지 하다. 2017년에는 1인당 전기 사용량 증가세가 OECD 1위라고 하니 우려가 앞선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논란이 많은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도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모했지만 주변국에서 전기를 도입하고 있으며 전기료도 상당히 인상돼 사람들의 불만이 매우 커졌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에도 앞으로 늘어날 전기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원자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100기(120GW)를 지을 예정이라고 하니 대단한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중동 산유국들에서도 원자력발전 건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시도를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신형한국형원전은 미국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이외의 국가 중에서는 최초다. 이는 메가트렌드인 전세계 전력수요증가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세계 각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 나라마다 전기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화력발전의 미래가 분명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한데 원자력발전을 고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 특유의 집념과 노력으로 성취한 것임은 분명한데 최근 2년여 기간동안에 설계, 생산 인력 규모가 축소되고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하니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와해가 되겠구나 하는 걱정이 매우 크다. 다시 회복은 될 수가 있을까? 세계 각국에서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서 왜 못 팔고 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일까? 안 팔고 안 버는 것인가?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여유가 있는가?

■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기존의 발전방식을 탈피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좋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력 중 80%는 석탄과 원자력발전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에 천연가스발전까지 더하면 전체 전력 중 94%가 화석과 원자력에서 나오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은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아직은 비싸고 발전 품질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훼손시킨 사례 등이 있기 때문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광범위한 확대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신재생에너지원의 하나인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올해 우리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추구하며 2040년까지 수송분야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 누적생산량을 62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구축하고 에너지분야에서는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를 15GW 이상으로 확대해 가정용 연료전지를 21GW(약 94만가구)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글로벌 주요 선진국에선 에너지사용에 있어서의 패러다임을 수소에너지로 일부 바꾸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연료전지를 이용하려는 시장이 상당히 형성되고 있다.

대용량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실내 창고에서는 지게차가 사용되는데 실내라는 특성상 화석연료의 사용이 제한되며 장비를 연속해서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전기배터리의 사용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구동하는 수소지게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연료전지를 에너지기기로 사용하고 있는 연료전지 선도국이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일본은 연료전지를 수송용뿐만 아니라 가정용 발전기기에도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가정용 발전장치를 25만대 이상 공급했고 지속적으로 보급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어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에너지비전으로 제시해 에너지 혁신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나설 태세다. 중국에서도 연료전지를 수송용 에너지변환장치로 사용하고 있으며 시장을 고강도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 규제에 따라 버스, 트럭 등의 상용 차량을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제작하고 있으며 많은 차종의 생산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양산한 바 있지만 물량이나 시장 측면에서 중국의 추격 및 확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복잡한 심경이다.

■ 적절한 에너지믹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기수요는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세계에서의 전기수요도 역시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강국으로서 전기자동차의 생산 및 보급이 매우 증가할 것이다. 이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전기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또한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국내 상황만 봤을 때 데이터 저장장치 등에 필요한 많은 양의 전기는 공급할 방안이 있는가? 냉난방기기 등 전기사용기기들의 보급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전기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는데 이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또한 해외의 전기수요도 거대하게 증가할 것인데 우리는 발전소라는 상품을 팔지 않을 것인가. 특히 원자력발전소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전기 사용의 측면에서 여유가 많지 않다. 원자력, 화력(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석탄화력발전)은 심도 있게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가스발전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발전도 무엇 하나 제한하거나 줄여서는 미래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 이다.

태양광, 풍력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발전도 전기공급 확대를 위해서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저렴한 전기를 원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행복한 국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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