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지난해 말 최인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에서는 수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면서 그 범위를 ‘해수(海水)의 표층의 열을 변환시켜 얻어지는 에너지’로 한정했다.

수열에너지를 해양표층수로 한정함에 따라 하천수를 사용하는 수열에너지는 현행법의 재생에너지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수열에너지의 보급 활성화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수열에너지의 개념을 재생에너지에 명확하게 포함시키면서 그 범위를 해수 뿐 아니라 하천수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 편집자 주

■수열에너지 원리 및 장점

물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능력(비열)이 매우 큰 특성(물 4.18, 공기 1.01J/g·°C)으로 여름철은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철은 따뜻하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물을 열원으로 한 히트펌프에서 냉매의 기화 시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액화 시 주변에 열을 방출하는 성질을 이용해 열을 저온에서 고온으로 이동시켜 냉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다.

난방의 경우 일반적인 난방은 보일러로 화석연료(LPG, 석탄 등)를 연소시키나 수열에너지는 물에서 열만을 이동시켜 활용한다. 4의 열 생산을 위해 95% 효율 보일러는 4.2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수열은 1의 에너지만 소모한다.

냉방의 경우 일반적으로 실내의 열을 냉각탑을 통해 대기로 방출하나 수열에너지는 냉각탑을 제거하고 열을 수열원이 흡수한다.

■수열에너지 효과 및 잠재량

수열에너지를 적용하게 되면 냉각탑을 제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경적·공간적·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환경적 효과로 소음·진동 피해제거, 레지오넬라균 예방, 열섬·백연현상 완화를 들 수 있다. 냉각탑의 레지오넬라균은 미국에서만 연 5만명 이상이 발병되며 치사율은 15%에 달한다.

냉각탑이 필요 없어 공간 활용성 제고, 옥상 녹지화·공원화, 도시 미관 개선 등 공간적 효과가 있다. 1,000RT(1만평 규모) 용량의 냉각탑은 자중 22톤, 면적 200㎡(60평)를 차지한다. 동시에 건물 하중 감소, 수처리 비용 절감, 냉각수·동력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표수는 크게 댐 및 저수지와 원수관로로 나눌 수 있다. 댐 및 저수지의 공급량은 1일 3,670만톤이고 원수관로는 2,000만톤으로 이를 5℃ 온도차의 열을 뽑아 쓴다고 가정해 열량을 계산하면 댐 및 저수지의 부존량은 360만2,000RT이고 원수관로는 126만1,000RT로 총 486만3,000RT(1만7,102MW)로 절감율과 가동시간 그리고 이용률을 고려 시 연간 2,727만2,526MWh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신고리2호기 2016년 연간 발전량(697만5,411MWh)의 3.8배인 565만950TOE에 해당하는 에너지절감 및 약 1,237만톤의 CO₂ 절감 효과와 동일하다. 대도시 인근의 광역상수도는 1일 830만톤이 공급되고 온도차 5℃를 기준으로 부존열량을 환산하면 57만4,000RT로 광역상수도 공급량의 70%만 활용해도 40만4,000RT로 신고리2호기 2016년 연간 발전량의 31%인 46만6,547TOE에 해당하는 에너지절감 및 약 100만톤의 CO₂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외 수열에너지 사례

일본, 유럽, 북미 등 기술 선진국에서 이미 수열에너지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하천수는 냉난방으로, 심층 호소수는 냉방 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경 하코자키 지구 하천수 활용 열공급센터는 일본 최초 하천수(스미다강)를 이용(하절기 6만7,000㎥/d, 동절기 2만3,000㎥/d) 하절기 +5℃, 동절기 -3℃를 활용해 하코자키 지구 일부에 히트펌프 1,600RT×2, 냉동기 1,600RT×1로 공급함으로써 기존설비대비 18% 에너지를 절감시켰다.

Enwave社 Deep Lake Water Cooling System은 연평균 4°C(연중 2.8∼5°C)의 Ontario호수 심층 원수를 정수장에서 정수처리해 열교환(7.8°C 활용)하고 냉방에 활용 후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최대 냉방용량은 7만5,000RT(263㎿, 약 150개 빌딩 320만㎡ 공급)로 기존 냉방시설에 비해 전력사용량의 최대 90% 절감(7만9,000톤/년 CO₂감축)해 수열에너지 활용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월드타워(지상 123층, 지하 6층)가 대표적이다. 

롯데월드타워에는 3,000RT 규모의 광역상수도를 이용한 수열 히트펌프가 설치·운전으로 전체 냉방부하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된 광역상수도 수열 히트펌프는 냉방 시 히트펌프 응축기에서 발생된 열을 원수에 버리고(냉각탑 역할) 난방 시 원수가 가지는 열을 히트펌프 증발기를 통해 흡수해 실내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수열 히트펌프 가동으로 동일 용량의 흡수식냉온수기대비 총 에너지 사용량의 약 73%, CO₂배출량의 38%를 절감시켰다. 또한 수열에너지 적용으로 냉각탑 6기를 제거해 600㎡의 면적 절감, 66TON의 건물 하중 감축, 약 1억9,000만원의 유지관리비를 줄였다.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냉각탑 제거로 미세먼지 저감 등 부가효과도 발생했다. 소형차 4,800대 탄소저감 효과, 주변 2㎞ 대기온도 1.89℃ 완화, 냉각탑 소음(70dB), 냉각탑의 미세먼지 미방출 등 환경적 효과로 이어졌다.  

■다양한 수열에너지 관련 사업 가속화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이학수, 이하 K-water)는 지난 4월 춘천시와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트 조성’ 등 통합 물관리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수열에너지 활성화 기반을 다졌다.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트 조성사업은 4차 산업혁명 모델도시 구현 일환으로 네이버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빅데이터 거점 도시로 육성하는 것이다. 88만5,000㎡(약 27만평) 규모로 수열사업을 포함해 약 3,000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3년까지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주거 등이 조성된다.

여기에 핵심은 수열에너지 적용이다. 많은 열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에 냉각을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소양강댐 심층수를 활용·대체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동일 용량의 냉동기대비 총 에너지 사용량의 약 83%, CO₂배출량의 83%를 줄일 수 있다.

 

 

K-water는 부산 EDC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에 수열에너지 공급을 추진 중이다. 시범도시지구는 부산 EDC 중심인 세물머리지구에 위치해 도심수로, 중심상업지구, 대형유통단지, R&D시설 등 핵심 시설이 집중된다. 특히 시범도시지구에는 주변의 풍부한 하천수를 활용해 국내 최초 도시 내 냉난방을 공급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에너지시티로 조성된다.

K-water는 시범도시지구 내 공공R&D센터 1개소와 아울렛의 1개소 등 총 2개소에 각각 1,600RT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국회 미통과와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부산 EDC 해당)에서는 개별 수열공급 제약, 건축물 냉방설비 기준(최대 부하 60% 비전력 이용) 만족 위해 이중설비 설치 불가피 등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해 1월 선정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시행계획 실행과 기존도시로 스마트시티를 확산하는데 필수적인 사항들이 담겨 있는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마트도시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등 국가 시범도시에 구현될 핵심 콘텐츠와 관련된 타 법령상 특례 도입을 인정해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수열에너지 가능성과 확산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약 95%로 매우 높아 국내 에너지자급률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존 태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수열에너지는 정부 정책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즉 물은 에너지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최근 국회에서 의결된 스마트도시법도 수열에너지 활성화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본심사를 앞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정안도 국내 에너지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K-water에서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광역상수도 관로망을 구축하고 이를 공급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제는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도록 에너지 다소비 대형건물의 광역상수도 열원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 도입을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 다양한 지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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