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거래제가 지난 2015년 시작된 이래로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혼돈의 카오스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거래제도는 말 그대로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기반을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공정하게 이뤄져야하는 거래가 특별히 기준이 없다보니 상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개선방안은 있는지 살펴봤다./편집자 주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시장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할당대상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를 말하면서 모두 규제라고 해석을 한다. 시장이어야 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됐고 현재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제도를 운영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배출권거래제도의 기본개념이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용된 총량보다 증가했다 하더라도 배출권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목표달성을 하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기업의 비용효과적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출권거래제도와 연계된 상쇄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핵심적인 감축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저탄소사회 구현을 위한 핵심정책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시장경제메커니즘 기반의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탄소세 또는 환경규제제도 등의 직접적 규제방식으로 제도를 이해 또는 대응할 경우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존하게 됨으로 활성화 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배출권거래제도는 성공할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때로 거대한 제도적 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이해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제기될 때 이러한 제도적 기본철학은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에 가장 핵심 원칙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는 그럼에도 국내 배출권시장은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배출권거래제 내 도덕적 해이 심각

기업간 불공정거래와 정부의 규제적인 성향, 이 두가지가 배출권거래제의 도덕적 해이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온실가스 감축량을 과도하게 설정함에 따라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없었다라며 이로 인한 제도의 불안요소는 가격급등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올 초에 시행된 경매제도에서 그 현상은 확실하게 보여졌다라며 시장가격이 2만원 중반에 형성된 것과 달리 경매가격은 최고 29,000원대까지 치솟은 것을 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이월제한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21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배출권 잉여업체들에게 강제적으로 잉여물량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이러한 환경부의 결정은 도덕적 해이라며 그동안 부족물량을 예측하고 대응해온 기업들을 바보로 만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의 전문가는 정부가 배출권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미래시장에 대한 배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반면 배출권부족분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에서는 반기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간 거래 시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전날 가격 동향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는 등 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기 때문.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거래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의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과도한 개입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 시장인가 규제인가

배출권거래제가 시장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메커니즘으로 배출권을 접근해야하는데 시장이라는 옷을 입은 규제라며 관련업계는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역설한 바 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을 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며 관계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가격이 급등하자 또 다시 가격을 제한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급량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급한 물량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지속될 물량부족은 더욱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주축으로 보면서도 외부감축분 인정은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시장의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는 외부감축분이 매우 중요한데 이에 대한 지침 마련은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활발하게 논의돼 왔던 극소규모 온실가스 감축사업 역시 아직도 검증비용 등의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의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라며 시장을 유지하고 가격을 손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유연성을 줄 수 있는데 정부가 시장을 포기하는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문가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포기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탄소세를 시행하게 되면 오히려 투명하게 운영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해결방안은 없나

이충국 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국가 차원의 신규제도가 정착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때때로 정부의 제도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과 논쟁이 야기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론 모든 면에서 조금 더 완벽한 제도의 운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이 성장의 기틀이 됨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또 하지만 우리보다 10여년 먼저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한 유럽연합에서도 배출권과잉공급 그리고 배출권가격 폭락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라며 지금도 계속해서 제도를 수정보완해 가고 있음을 생각할 때 지금의 정부와 기업의 정책적 대응 학습 과정은 우리에게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이 과정에서 많은 제도적 변화가 발생될 수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의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동일한 원칙과 제도적 철학을 인식하고 공유해야 하는 것이고 그 중심에 시장경제메커니즘이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21일 제2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2단계)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의 주요 내용은 배출권 이월 기준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시장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이월물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현재 부족분인 840만톤을 해갈하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이에 대해 시장질서를 해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배출권은 시장이고 경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주관부처를 변경해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 공청회에서 해안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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