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투데이에너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유럽 알프스의 물이나 저 깊은 바다 속의 해양심층수까지 구해서 마시지만 24시간 숨을 쉬어야 하는 공기에 대해서는 그보다 훨씬 관심이 덜했다. 그나마 올해 초 미세먼지 수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되자 공기질 관리의 중요성이 알려지며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550~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어떤 공기를 마시는지에 대해 관심은 물론 연구도 부족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하루에 2리터(L)의 물을 마시고 2만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고 하니 물에 비해 만배까진 아니더라도 공기 역시 최소한 물과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마시는 공기질 파악이 가장 중요

공기는 기본적으로 실외와 실내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그 특성이나 관리 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실외부터 살펴보면 실외에서는 내가 마시는 공기질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세먼지만 보더라도 매년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세먼지 발생은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몇 개의 조치로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함께 당장 내가 마시는 공기의 상세한 현황정보가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다양한 공기질 정보를 내놓고 있지만 “내가 지금 마시는 공기의 질을 알려주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이 되진 못한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350여곳의 공기질 측정망이 설치돼 있지만 공기는 불과 몇 미터(m) 거리만 달라도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서울지역에도 겨우 구에 하나씩 설치돼 있고 지방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현재의 측정망은 충분하지 못하다.

방법도 문제다. 1시간 동안 오염 입자를 포집해 이를 시간당 평균한 값으로 발표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정확성에 가치를 둔 과학적 데이터 수집 방법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 사람들이 호흡하는 공간인 지상 3미터 이하 공기의 변화무쌍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알려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내가 마시는 공기질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우리와 같이 중국발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대만은 환경당국의 주도로 IoT 기반의 공기측정기를 학교 위주로 전국 260여곳에 설치해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스마트시티를 위한 오픈 플랫폼을 설치해 공기질 측정기를 운영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정부의 환경 데이터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의 공기질 상태를 누구나 쉽게 측정해 공개함으로써 민·관이 함께 공기질 향상에 협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례 모두 공기측정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정부와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돼 미세먼지 정책 수립과 국민 건강을 위한 기본 정보로 활용돼 국민들에게 자신이 마시는 공기의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IoT 측정센서의 인증이 예고돼 있으니 관련 분야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실내 공기질은 올바른 관리가 최선

실외에서 공기질 관리보다 현상 파악이 더 중요했다면 실내는 공기질 관리를 얼마나 잘 하냐에 따라 내가 마시는 공기의 질을 결정할 수 있다. 즉 노력하고 관리한 만큼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실내 공기질 관리는 실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실내 공기질 관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기청정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질 관리의 진짜 정답은 아니다.

실내 공기질 문제에는 미세먼지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 포름알데히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라돈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는데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문제에 국한해서만 진짜 정답이 될 수 있을 뿐 나머지 공기질 저해 요소에 대해서는 정답이 되지 못한다.

당장 이산화탄소만 하더라도 수치가 높아지면 업무능률이나 학습능률 저하를 일으키고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경우 구토와 두통 등을 유발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 행하는 창문을 닫은 채 공기청정기만 가동시키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다.

결국 다수의 전문가가 입을 모으듯 바깥 공기를 내부로 유입시키는 환기만이 실내 공기질 문제의 유일한 정답이고 그 환기 시점을 제대로 아는 것이 실내 공기질 관리의 핵심이다.

가장 기본적인 환기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를 들이는 것이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을 시에는 외부의 미세먼지를 집으로 들이는 꼴이 된다. 환기 후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것이 미봉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서는 환기장치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환기장치는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고 실내에서 발생한 나쁜 공기는 바깥으로 배출시켜줘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대부분의 실내 공기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 실내 열에너지까지 지켜주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환기장치들이 설치돼 건강은 물론 에너지낭비까지 막아준다.

실내 환기장치에 대한 점검(풍량 체크)이 이뤄지고 있다.

실내 환기장치에 대한 점검(풍량 체크)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06년 이후 승인된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은 환기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으며 서울에만 약 30여만세대(2017년 기준)에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많은 가정에서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몰라 사용률이 20%를 넘지 않고 사용하고 있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바른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서는 가정 내 환기장치의 설치 유무를 확인하고 주기적인 필터 교체 등과 같은 올바른 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내 공기질 관리가 슈퍼맨을 만든다

대부분 실내 공기질 관리를 하면 오염 물질을 제거한다는 면만 생각하기 쉽지만 좋은 공기가 가져다주는 학습 능률 또는 업무 능률 향상으로 ‘공기가 우등생을 만든다’는 표현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 공기질 개선을 통한 학습 능률 향상은 이미 다수의 연구결과로도 증명됐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실내 공기질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레딩대학교에서도 더 나은 환기시설이 15% 정도의 학습능률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서로 다른 직업군을 가진 24명의 근로자를 6일 동안 다양한 공기질의 사무실에서 근무시키며 조사한 미 하버드대 조셉 알렌 교수의 연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 24명의 근로자는 일반적인 근무 환경보다 2배의 환기능력을 갖춘 그린 빌딩에서 61% 향상된 인지능력을 보였으며 3배의 환기 능력을 갖춘 그린 플러스 빌딩에서는 101% 향상된 인지능력을 보였다. 그야말로 공기질 관리만으로 슈퍼맨이 된 것이다.

공기질 관리는 누구도 아닌 나 부터

“당신은 지금 어떤 공기를 마시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당면한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공기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늘 그 위험성을 자각하고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방법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위험을 막는 수준에 멈춰있는 공기질 관리 인식을 보다 나은 공기질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나 하나 정도야’가 아닌 ‘나 하나부터’라는 자세만이 좋은 공기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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