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신기후체제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대비 37%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비롯해서 관계 전문가들은 BAU라는 불명확한 목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BAU가 아닌 최종 배출량을 제시하기로 했으나 53,600만톤으로 맞출 것이냐 57,400만톤으로 할 것이냐 조차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배출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이월제한조치를 취함으로써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이월제한을 둘러싸고 관계 전문가들은 배출권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발생하는 오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할당량 내에서만 시장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외부감축을 통한 실질적인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외부감축을 비롯해서 극소규모 감축 등 온실가스 감축수단에 대해서는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월제한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이월제한조치로 인해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행위를 한 기업들이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이월제한조치에는 매입으로 인해 확보한 배출량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나 감축이행수단을 통한 감축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관련 업계는 결국 정부가 아무런 감축행위를 하지 않은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역차별적인 행위라며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해온 댓가가 이렇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행위에 대해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어떠한 투자와 노력도 하지 않은 기업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와 공정경쟁은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외부감축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외부감축이 현재는 시장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데 이를 인정하게 될 경우 감축량에 들어와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정립이 다시 돼야하는 부분이 있어서 늦춰지고 있는 것이고 이를 제도로 들여오게 될 경우 시장의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출권에 대한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개최된 공청회를 전후해 배출권 가격은 25,500원까지 급락한 바 있다. 유상할당 대상 기업들이 실시해온 경매가격 29,000원대비 약 12%가 떨어진 것이다. 배출권가격의 변동은 기업의 이윤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다. 할당대상 기업들 중에는 감축투자를 통해 저감한 양만큼을 시장에 팔수 있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에 따라 투자비 회수 및 이윤창출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이번 이월제한처럼 정부가 강제로 시장개입을 하게 되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시장규칙이 와해되면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외부감축을 비롯해 극소규모사업 등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라며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다보니 매번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할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이번 이월제한조치는 과열된 시장을 일시적으로 진화할 수는 있겠지만 온실가스 감축 이슈가 향후 전세계적으로도 불멸, 지속될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당초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하면서 밝혔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에서도 이는 상당히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오는 8월부터 이월제한을 본격시행한다는 방침인 만큼 할당대상업계는 눈치작전에 분주해졌다. 부족업체에서는 가급적이면 낮은 가격에, 잉여업체에서는 높은 가격에 판매해야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을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월제한조치가 배출권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히든카드가 될 것인지 아니면 관계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시장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악수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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