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에너지안보 상황의 재조명
[시평]에너지안보 상황의 재조명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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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
가스정책연구팀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최근 미국의 이란 원유수출 전면 차단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 인근 오만해에서의 유조선 피격, 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 고조 등 주요 산유지의 불안 요인들을 보면서 변화된 에너지안보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과거에 이 같은 원유시장의 불안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타며 연일 고유가 관련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할 터였다.

국제유가가 과거와 같은 초고유가를 기록하며 요동치지 않는 것은 원유시장의 공급구조에 그만큼 큰 변화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주지하다시피 북미의 비전통 원유 및 가스 개발 확대는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에너지수급상황과 에너지교역 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석유와 천연가스의 세계 가채 자원량을 급격히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수급 압박 전망을 완화해주는 청신호가 되고 있다.

또한 북미의 풍부한 개발 자원이 수출로 이어지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미주지역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는 한편 에너지공급의 중심축도 중동지역에서 미주지역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 에너지시장의 구도 변화는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에너지안보와 관련된 위험의 유형과 그 정도를 뒤바꿔 놓았으며 이에 대응한 우리의 준비에도 적절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안보의 기본 골자는 어떻게 하면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가에 치중돼 있었다.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 중 에너지공급설비의 투자 부족과 같은 구조적 위험요인은 사전에 충분히 계획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됐고 천재지변이나 사고, 파업 등 우발적 요인만이 문제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인 우리로서는 자원의 무기화나 전쟁 등 대외적인 변수에 대비하며 국외의 에너지자원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담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에너지안보 정책방향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 에너지시장의 여건변화와 더불어 국내 에너지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증폭으로 대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대내적인 에너지안보 위험요인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 공급설비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 등 다양한 에너지 공급시스템 확충을 위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국내적 요인에 의한 공급안보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진전으로 기온의 상승과 강수량의 변화, 혹한이나 폭염 등 최근 나타나는 극한 기후의 지속은 과거의 안정적인 기후조건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의 설비와 공급시스템의 작동 중단 등 에너지 공급체계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극한 기후는 수요측면에서 에너지 피크소비의 크기와 지속기간을 확대해 필요한 공급설비 규모를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에너지공급시설에 대한 수용성 악화 문제는 대외적인 요인보다 더 심각한 에너지안보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합리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그 결과로서 수급차질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병행돼야 한다.

그렇다고 대외적인 에너지안보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고, 분쟁 등으로 야기되는 단기적 시장충격 가능성은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가격 변동성이 상승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가격 급등락에 대한 효율적인 내성을 키우는 것이 요구된다.

국제 에너지시장의 거래 유연성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이 경직적이거나 수요가 과도하게 비탄력적이면 국제시장에서 단기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때 매우 높은 가격을 치러야 하거나 지불의사와 관계없이 비효율적인 할당 이 필요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가격 시그널에 대한 수요 반응을 제고해야 한다.

흔히 에너지안보(energy security)와 에너지공급안보(energy supply security)가 동의어처럼 활용되지만, 이 두 용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에너지공급안보는 수요는 그대로 두고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치중하는 개념이지만 에너지안보는 공급량만이 아닌 공급과 수요의 적정한 균형을 의미한다.

즉 에너지가격 변화에 대한 탄력적 수요반응을 반영하는 시장중심의 수급 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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