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장(좌 2번째)이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훈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장(좌 2번째)이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운영환경관리 등 제조·설치·운영 단계별 관리소홀이 연이은 ESS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조·설치·운영·소방 각 단계별 종합안전강화대책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가 실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결과를 공개하고 ESS 화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및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부터 집중적으로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해 현장실태조사, 정밀안전진단, 안전관리자교육 등 다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해 왔다.

특히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다중이용시설 전면 가동중단과 함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고원인 규명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약 5개월여에 걸쳐 조사활동을 실시했다.

조사위는 ESS분야의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등 19명의 전문가로 구성했으며 총 23개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와 자료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을 거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 전체 23건의 화재사고 중 14건은 충전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으며 6건은 충·방전과정에서 났고 설치·시공 중에도 3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원인으로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을 확인했다.

또한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사위는 제조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방기준 신설을 통해 화재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제품 및 시스템 차원의 안전관리가 강화된다.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해 KS인증을 실시하는 등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올해 8월부터 배터리 셀은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발생 등을 예방하고 배터리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PCS는 올해말까지 안전확인 용량범위를 현행 100kW에서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로 확대키로 했다.

국제표준화기구(IEC)에서 논의 중인 국제표준(안)을 토대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 표준을 지난달 31일 제정했다. 이번 실증시험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ESS분야 국제표준 제안 등 국제표준화 논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기산업진흥회, 스마트그리드협회, 전지산업협회, 관련업계 등 민간이 자율적으로 협력해 배터리시스템 보호장치 성능사항, ESS 통합관리 기준 등을 올해 중 단체표준에 추가하고 고효율 인증, 보험 등과 연계해 실효성을 확보토록 할 계획이다.

특히 설치기준도 옥외 전용건물 설치를 유도하고 안전장치를 의무화한다. 산업부는 ESS 설치기준을 개정해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별도 전용건물 내 설치토록 규정해 안전성을 제고한다고 밝혔다. 누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배터리 만충 후 추가충전을 금지하고 배터리실 온도·습도 및 분진 관리는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또한 과전압·과전류, 누전, 온도상승 등 이상징후가 탐지될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비상정지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며 사고시 원활한 원인규명을 위해 배터리 상태(전압, 전류, 온도 등) 등 ESS 운전기록을 안전한 곳에 별도 보관토록 의무화된다.

점검 강화를 통한 운영·관리단계 안전성 제고도 진행된다. 정기점검주기를 기존 4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전기안전공사와 관련업체가 공동점검을 실시해 실효성을 높인다. 안전과 관련된 설비의 임의 개조·교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수시 실시하고 미신고 공사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소방기준도 강화된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ESS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을 올해 9월까지 제정한다. 특히 소화약제의 최적 활용방안 마련, ESS 화재에 특화된 표준작전절차(SOP) 제정을 통해 화재시 조기 진압이 가능하도록 소방대응능력도 강화한다.

기존 사업장의 안전조치에 대해서는 ‘ESS 안전관리위원회’가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한 조치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권고를 바탕으로 업계와 협업을 통해 우선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전기적 보호장치, 비상정지 장치를 설치토록 하고 각 사업장에서 배터리 만충 후 추가충전 금지, 온도·습도·먼지 등 운영환경이 엄격하게 관리되도록 할 계획이다.

가동중단 사업장 중 옥내 설치된 시설에 대해서는 공통 안전조치 외에 방화벽 설치, 이격거리 확보 등 추가 조치를 적용한 이후 재가동토록 조치한다. 가동중단 사업장 중 소방청이 인명피해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ESS시설에 대해서는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옥외이설 등 안전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번 안전조치를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관련해 공통안전조치는 각 사업장 ESS 설비의 안전강화를 위한 것이므로 소유자·업계가 비용을 부담하되 이미 업계가 자체적으로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 방화벽 설치 등 추가안전조치는 옥내 설치된 ESS설비의 화재발생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것으로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소방특별조사에 따른 후속 비용은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향후 업계와 비용분담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번 안전조치의 이행여부 확인을 위해 전기안전공사 등으로 ‘ESS 안전조치 이행 점검팀’을 구성해 사업장별 이행사항을 안내하고 확인·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의 가동중단 권고에 따라 ESS설비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가동중단기간에 대해 수요관리용 ESS는 전기요금 할인특례기간 이월을 한전과 협의해 지원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연계 ESS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할 예정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ESS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 전력소비 효율화 등을 위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분야이며 그간 우리 ESS 산업은 해당 분야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반면 이번 화재사태로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ESS산업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 만큼, 정부는 이번 ESS의 안전제도 강화 조치를 기반으로 국내 ESS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분야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ESS 핵심 구성품인 배터리분야에는 화재 위험성이 적고 효율이 높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고 PCS는 신뢰성 및 안전성 강화기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ESS 생태계 전분야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ESS협회(가칭) 설립을 추진해 업계 소통과 협업 수준을 대폭 제고할 계획이다.

ESS협회는 전력분야 협·단체별로 ESS 작업절차서(매뉴얼) 마련 및 관계자 교육 실시, 분야별 업계의견 수렴, 산업통계 작성, 표준안 마련, 해외사례 조사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미래 신산업으로서 국내 ESS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화재사태로 위축된 성장활력 회복이 필요한 만큼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향후 유망분야에서 새로운 수요 창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화재사태 이후 ESS 설치 중단기간을 고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을 6개월 연장한다.

안전조치에 따른 설치비용 증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단체보험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ESS에 대한 ‘고효율 에너지기기 인증제’ 활용 확대를 지원한다.

강화되는 ESS 설치기준 개정완료 전(8월 말 예정)까지 신규발주 지연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6월 중순에 ‘사용전 검사’ 기준에 ESS 설치기준 개정사항을 우선 반영해 ESS 신규발주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정용 ESS 등 신규 비즈니스모델 개발·적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화재사태를 계기로 ESS의 안전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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