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전부 ‘업계 탓?’
ESS 화재, 전부 ‘업계 탓?’
  • 송명규 기자
  • 승인 2019.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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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및 가동중단 피해 대부분 업계 부담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가 ESS 화재사고 원인으로 배터리 보호시스템 및 통합제어 미흡, 배터리 외부의 비정상적인 충격, 설치 및 운용관리 소홀 등으로 발표한 가운데 제도적인 미비점은 인정하진 않고 화재의 근본적인 책임을 업체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화재사고 이후 정부의 통제에 따라 ESS 가동을 멈추는 등 막심한 손해를 입었음에도 피해보상 대책은 미흡해 사실상 ESS산업 육성을 포기했다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세종시 청사에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화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및 ESS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를 화재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특정 제품의 하자라기 보단 ESS 설치과정에서의 단계별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정부는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방기준 신설을 통해 화재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문제는 이번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부분이다. 물론 새롭게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춰 시공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아니다. 다만 방화벽 설치 등 추가안전조치는 인명피해 방지 차원에서 정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지만 누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공통안전조치의 경우 각 사업장 ESS설비의 안전강화를 위한 것이므로 소유자나 업계가 비용을 부담토록 한 부분에 사업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업계는 화재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보호시스템이나 통합제어 미흡 등 기술적인 원인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투자해 해당 조치를 진행 중인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일부 제조사들은 화재가 난 ESS사업장의 사업자와 보상문제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급하게 ESS사업을 권장하면서 필요한 안전관리 기준을 미리 준비하거나 업계에 주지시키지 못한 책임도 있는데 대부분의 비용을 업계에 부담시키는 것은 비용의 문제를 떠나서 마치 모든 ESS 화재사고가 업계의 잘못으로 발생했다는 식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특히 ESS 배터리와 관련 기자재 등의 결함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단 시공과정에서의 실수, 배터리 보호 및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제어 미흡 등이 원인으로 결과가 나온 상황인데다가 사전에 해당 제품들에 대한 KC 인증 등도 정부 관련기관에서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특정분야의 업체가 잘못한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수로 보여진다.

또한 정부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가동을 중단한 부분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가동중단 권고에 따라 ESS설비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사업장에 대해 가동중단 기간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특례나 재생에너지 연계 ESS에 대한 가중치 추가 부여 외에는 없다. 이에 화재 사고로 ESS산업에서 피해를 본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대책은 없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미래의 사업자에게만 맞춰진 보상 및 특례라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가뜩이나 ESS 가동 중지로 큰 피해를 안게 된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ESS 활성화를 위한 민간투자도 중단되게 생겼다며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피해보상 등 대책과 원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부 업계의 잘못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장에서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불법적이고 부주의한 시공사례가 발견된 점에는 업계의 책임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태양광과 연계할 경우 추가 가중치까지 약속하며 ESS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가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설치하고 운영하기 위한 통합적인 안전관리시스템, 법안 마련을 선제적으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ESS의 빈번한 화재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화재 등 사고예방을 위한 법제화 및 의무화, 기술적인 안전대책 수립 등 철저한 시스템구축에 소홀했기 때문인데 제도변경에 따른 유예기간, 경제성을 고려한 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고가의 가격대에도 정부의 권유에 따라 투자를 확대해온 업계는 사실상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화재사고로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중지되고 민간투자도 끊길 위험에 놓인 상황인 점을 고려, 정부의 지원정책 추진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순간을 모면하려는 방식이 아닌  앞으로도 ESS와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ESS업계의 관계자는 “에너지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업계의 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면서 막상 화재사고 후 근본적인 대책을 업계에 떠넘기고 지원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은 무리수”라며 “일부 ESS 사업자는 파산에 내몰리고 있는 데 정부가 안일한 정책운영을 계속한다면 ESS기반의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은 물론 재생에너지 기반의 경제적 안정도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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