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에너지수요관리 항목은 빠진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수요관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사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전력예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짐에 따라 정부는 대대적인 에너지진단을 통해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업계는 에너지진단사업을 비롯해 ESCO사업에 이르기까지 약 1조원대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8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시장 규모는 더욱 축소됐다. 그동안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다수 들어선 여파로 전력예비율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순위가 된 적이 없었으나 실질적인 이행의지는 결여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국가 에너지안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에너지진단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본지는 한국에너지공단을 시작으로 총 10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한다. /편집자주

에너지진단비용에 하한선을 주는 등 개선이 없으면 기술력이나 품질에 대해 보장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품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비용을 개선해줘야 한다

박창근 삼성그린에너지 부사장
박창근 삼성그린에너지 부사장

박창근 삼성그린에너지 부사장은 에너지진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박 부사장은 최저임금과 장비투자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지만 에너지진단비용은 오히려 10여년 전보다 떨어진 상황인 가운데 업계는 정부에게 기술 및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진단비용 하한선을 달라고 요구해 왔다라며 그러나 정부는 공정거래위반을 거론하면서 안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 등과 같은 입찰에서는 공사비의 88%라는 입찰하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부실과 부정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박 부사장은 그럼에도 진단에서만 공정거래 위반을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기초금액에 기반해 하한선을 둬야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에너지진단 시 법정일수가 정해져 있고 투입인력의 등급도 정해져 있어 최소비용이 충분히 산정이 가능한데 하한선을 달라고 하는 것이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소비자와 공급자가 맞아야하는데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에너지진단이 의무니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가입찰을 통해 솔루션 자체를 의미없게 만들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특히 박 부사장은 에너지진단은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생산원가와 인건비가 지속 상승 중인 가운데 이러한 비용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주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공정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나아가 국가 에너지안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진단기관들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린에너지는 대표를 주축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에너지진단사업부 ESCO사업부 전기공사사업부 영업 및 고객관리 기술개발부 등을 두고 있다.

에너지진단과 ESCO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기업별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특히 삼성그린에너지는 진단기관들 중에서 안정적인 기술력과 재계약률을 높이며 고객사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연구소를 통해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 부사장은 업계 내 일각에서는 수주에만 급급해 인력이나 장비가 뒷받침되지도 않는데 입찰가만 낮추는 사례도 있다라며 다른 메이저 진단기관들도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삼성그린에너지 역시 너무 낮은 가격은 품질을 저하시키고 회사 및 진단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는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종종 거래하던 기업에서도 낮은 견적을 들고 와서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단호하게 그 비용으로는 품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못한다고 말한다라며 기술자들의 인건비, 투입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면 우리는 할 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박 부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고급기술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고 있어 미안한 상황에서 수고비조차 되지 않는 단가에 일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한번만 하고 사업을 접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앞으로 우리 기술자들이 계속해서 이 업을 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비용을 받을 수 있게 시장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선도기업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그린에너지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높은 품질의 에너지진단을 제공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국내·외기술도 다방면으로 섭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절감 신기술인 FLUX DRIVE 도입이다.

FLUX DRIVE는 영구자석 회전체와 인덕션로터의 중첩 위치 조정으로 상호 유지되는 마그네틱 커플링의 자기장 크기 변화를 통해 회전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다. 기업의 설비사용실태에 따라서 자동제어함으로써 20~30%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삼성그린에너지에 따르면 FLUX DRIVE는 회전수의 2승에 비례해 소비전력이 절감됨으로써 5% 감속 시 10%, 10% 감속 시 20%, 15% 감속 시 28%의 전력절감이 가능하다.

박 부사장은 삼성그린에너지는 이 외에도 스케일제거장치, 압력식 섬유여과기, 전력효율개선장치 등을 활용해 에너지효율향상을 꾀하고 있다라며 에너지진단은 설비별 운전최적화에 의한 에너지손실을 방지하고 원단위 향상과 환경부담감소, 생산설비와 지원설비의 통합운전합리화시스템 구축 등 유기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고 말했다.

다만 박 부사장은 에너지진단업계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며 스스로 최저가입찰이 아닌 정정당당한 기술력으로 공정한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자정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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