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가 최근 ESS 화재 원인으로 제품결함과 관리부실 등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선 ESS 연계시 경제성이 높은 태양광과 풍력사업 확대에도 악영향을 주진 않을 지 시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화재의 원인이나 대책이 애매하게 발표되면서 불안감만 조성했다는 평가여서 가뜩이나 인허가 규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2년동안 태양광과 풍력발전소의 ESS 화재는 23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화재 원인을 찾을때까지 가동 중단을 권고하면서 전국 ESS시설의 1/3이 최근의 민간조사위원회의 결과발표 전까지 가동을 멈춰온 상황이다.

ESS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부가 전기요금 할인 특례와 함께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ESS에 한정해 REC 가중치를 보상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가 실제로 입은 피해규모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특히 올해 국내 ESS 신규 설치 및 발주가 거의 없는 현재의 어려운 점을 극복해나가야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발표가 ESS 화재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서 ESS 신규 주문은 물론 연계 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설치사업이나 발전사업단지 투자자 유치에 타격을 입힌 상황이다.

국내 한 태양광 시공전문기업의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태양광발전소 시공사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ESS 화재대책 발표 이후에도 수주량이 크게 줄어들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모든 사업자들이 제품결함과 체계적인 관리부실을 유발했다는 식으로 발표를 하다보니 전문적인 안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태양광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진 듯 하다”고 토로했다.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태양광, 풍력 등이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등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 전력망의 신뢰도까지 높여주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는 ESS가 오히려 재생에너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태양광 P2P 전문사업체의 관계자는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보통 상품이 출시되자 마자 마감이 됐던 과거와는 달리 ESS 화재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라며 “문제는 정부 발표가 모호하면서도 불확실하다는 느낌을 주다보니 이런 설명을 듣고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SS와 연계된 태양광발전소에 유독 화재가 많이 발생하다보니 ‘태양광+ESS는 화재’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조사결과 및 대책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다소 애매한 결론을 지은 것이 최근의 수주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풍력업계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태양광보다 더 많은 비용과 공사기간이 필요하고 인허가로 인한 입지규제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향후 지속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ESS에 대한 대국민 인식까지 나빠진다면 육상풍력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사업 확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풍력업계의 관계자는 “아직 ESS로 인해 직접적으로 풍력발전기나 단지 수주 등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ESS 연계로 인한 추가 REC 가중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풍력사업을 위한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긴 했다”라며 “ESS를 생산한 제조기업에게도 큰 타격을 주겠지만 ESS와 풍력발전기 연계에 정책과 지원을 집중해온 정부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생산된 전력을 수용하기 위한 계통연계 문제,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한 지자체의 인허가 규제, 임야 태양광 지원 축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재생애너지 3020 정책을 발표하면서 확대에 발목을 잡아온 모든 규제를 완화시키도록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반면 수많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지금 이순간에도 지역주민의 민원으로 인한 지자체의 비협조적인 인허가 절차와 애당초 설치 자체를 막기 위한 조례 제정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ESS 화재의 원인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까지 차질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다시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ESS 전문기업의 관계자는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ESS 보급을 적극 지원하고 확대해왔는데 앞으로도 그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명확하게 ESS 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종식시킬 확실한 조사결과와 대책을 발표했어야 한다”라며 “ESS 보급을 정책적으로 지원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것도 결국 정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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