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2인1조 도입안에 대해 사업자와 노조간 여전히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월 울산지역 도시가스 고객센터 여성점검원이 남성혼자 사는 원룸에 안전점검을 갔다가 성희롱을 당한 후 자신의 집에서 착화탄을 피워놓고 쓰러진 채 발견됨에 따라 촉발됐다.

상황이 벌어진지 두달이 다 돼가지만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노조)과 도시가스 고객센터 등 업계 양측은 점검원 2인1조 도입을 두고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 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등도 당사자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난감해하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2인1조 도입을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하기에는 여러상황을 고려해야하는 등 단기간에 결정할 수 없어 당장 무리가 따른다”라며 “개정보다는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 노조 15명은 현재 2인1조 등 여성점검원들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5월21일부터 시청 현관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스안전점검업무 2인1조 시행을 거듭 촉구하면서 특히 울산시장이 도시가스안전 확보 책임자임을 들어 시장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

하지만 울산시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관여는 어렵다고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울산시의 관계자는 “노조와 도시가스업계간의 합의가 먼저”라며 “지자체가 관여할 근거가 없는 상태로 원만한 합의를 바란다”고 입장을 말했다.

양측이 합의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문제도 지적 

현재 노조는 2인1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도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점검원체제가 기존 1인1조에서 2인1조로 변경·운영돼야한다.

여기에 과도한 업무로 인한 문제도 지적하며 전체적인 점검원의 복지 향상 등도 개편해야할 사항으로 도시가스업계에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를 보면 △안전점검 여성노동자 업무를 2인1조로 운영 △개인할당 배정과 97% 달성이라는 성과체계 폐기 △가스안전점검 예약제 실시 △성범죄자 및 특별관리 세대를 안전점검 여성노동자에게 고지 △안전점검여성노동자에게 상담치료 실시 △울산지역 가스안전점검원 근무실태 전수조사 등이다.

노조의 관계자는 “도시가스 여성점검원들이 겪은 성폭력 피해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며 언어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폭력 피해를 겪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여성점검원들은 성과 달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는 가운데 매달 1,200여건의 점검 중 97%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임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더라도 점검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도입시 연간 1,480억원 비용발생

도시가스업계는 노조의 요구에 대부분 긍정적으로 수용했지만 2인1조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시가스측이 2인1조에 반대하는 이유는 성범죄 등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2인1조가 되더라고 여러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계획된 범죄에는 2인1조라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위험세대의 경우 선별적으로 남성점검원이 투입, 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또한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풍토에서 복수의 점검원 방문은 시대적 역행이라는 분위기다.

사회적 비용 및 편익의 관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방문업무를 하는 타 점검원 즉 렌탈서비스직, 요양보호사 등으로 2인1조가 확대될 경우 사회 전반의 비용·편익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도시가스요금 부담전가다. 2인1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점검원 인원을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른 인건비도 대폭 함께 상승하게 마련이다. 결국 인건비의 상승은 도시가스요금도 올릴 수 밖에 없어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을 감수해야한다.

도시가스협회의 관계자는 “사회적비용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2인1조 도입 시 약 4,000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하고 연간 약 1,48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라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된다. 기본요금 월 100원 인상에도 민감한 현실에서 사용량에 관계없이 연간 약 8,000원의 추가부담은 소비자 수용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안이 더 효과적일수도

도시가스업계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2인1조를 도입하기 보다는 기본 제도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존 제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먼저 살피고 수정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는 모두가 만족할 수준에서 합의가 돼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검침 세대수가 지나치게 많은 이유가 검침원의 고충의 중요 원인인 만큼 제도적으로 먼저 이를 개선하는 게 우선일 수 있다”라며 “2인1조의 도입에 따른 인건비 문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도입만을 주장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2인1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 부분적인 도입과 장기적인 비대면 검침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안전취약세대의 경우 남성검침원 및 보안경비업체와 연계한 검침실시 △ICT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안전점검시스템 도입 등이 그렇다.

하지만 노조가 이같은 업계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면 2인1조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합의는 요원해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2인1조 도입으로 인한 비용은 결국 도시가스요금으로 고객이 부담해야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라며 “향후 비대면 중심으로 점검을 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 등에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며 다만 ICT기술은 점검원의 고용문제와 직결돼 장기적으로 검토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장기간 갈등이 예상됨에 따라 향후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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