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훈 UNIST 연구원, 정관영 UNIST 연구원, 황치현 UNIST 연구조교수(좌부터) 등 연구진.

[투데이에너지 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체가 활성산소(O₂⁻) 제거작용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원리를 배터리에 적용해 배터리의 ‘노화’를 늦추는 방법, 즉 배터리 수면연장 기술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정무영, 이하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송현곤-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이 생체반응을 모방한 촉매를 개발해 리튬-공기전지의 성능향상 및 수명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리튬-공기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3~5배 높은 차세대 배터리다. 양극에서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로 산소(O)를 사용해 가벼운 무게와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전기를 사용하는 방전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높고 불안정해 다양한 반응을 추가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배터리 전체용량이 떨어지며 수명도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생체 내에서 찾아냈다. 우리 몸에도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항산화효소(SOD)가 존재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체 내에서 항산화효소는 반응성 높은 활성산소를 과산화이온(O₂²⁻)과 산소(O₂)로 바꾼다. 이 덕분에 세포들이 활성산소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진다.

연구진은 항산화 효소의 원리를 모방한 촉매(SODm)인 MA-C60을 만들고 리튬-공기전지의 양극(공기극)쪽에 적용했다. 이 촉매는 활성산소인 초과산화이온(O₂⁻)을 과산화이온(O₂²⁻)과 산소(O₂)로 바꿔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추가적인 반응을 방지했다.

또한 활성산소가 분해돼 나온 물질들은 도넛형태의 리튬과산화물(Li₂O₂) 형성을 촉진해 전지의 효율을 높였다. 양극표면에 얇은 막으로 만들어지는 리튬과산화물은 산소(O)와 전자(electron)의 전달을 방해하지만 리튬과산화물이 도넛형태로 만들어지면 이런 부작용이 덜해진다.

송현곤 UN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공기전지뿐 아니라 활성산소에 의해 부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고용량 전지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황치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조교수는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활성산소 제거 메커니즘을 배터리에 적용한 새로운 시도”라며 “활성산소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리튬과산화물로 전환해 용량이 크고 안정성이 높으며 수명도 늘어난 리튬-공기전지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육성기술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항산화효소 모방촉매의 매커니즘 분석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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