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성 책임연구원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투데이에너지]올여름 서유럽은 최악의 무더위를 겪고 있다. 북위 48.5°인 파리가 42.5°C까지 올라갔을 정도이다. 이러한 이상고온현상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불러야 한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는 여름이다.

지구온난화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당연히 모두가 힘을 모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2015년에 합의된 파리협약은 전세계 모든 나라가 책임은 차별적이되 모두가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기로 한 약속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각국이 이행하기로 한 국가별 감축기여를 모두 이행해도 2°C까지의 온도상승 목표 달성이 어렵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많은 나라가 ‘시늉’만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역시 국가 감축목표를 설정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반면 그 줄이기 어렵다는 온실가스를 7년여 동안 무려 1억톤이나 줄인 나라도 있다. 바로 영국이다. 영국은 지난 2009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령에 명시한 나라가 됐다.

이 법에 따르면 영국은 2050년까지 1990년 배출량대비 80%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영국의 에너지부문은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영국은 2010년 약 6억톤이던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4억6,000만톤으로 약 1억4,000만톤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공급부문이 같은 기간 1억9,700만톤에서 1억600만톤으로 약 1억톤을 줄이며 변화를 이끌었다. 화석연료 비중은 2008년 81%에서 2017년 48.1%가 됐다.

그런데 이 48.1% 중에 가스가 41.5%이고 석탄은 6%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2025년까지는 석탄발전소는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재생에너지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9년 1분기에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드디어 전력량에서 35%를 넘어섰다. 이러한 놀라운 재생에너지 성장은 특히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바이오매스가 주도하고 있다.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각각 10%와 11.3%일 정도이니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력기술은 풍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발전비용도 더욱 낮아지고 있는데 비용이 떨어지는 속도는 예상보다도 더 빠르다. 영국 의회 기후변화 위원회는 2020년대에는 육상풍력과 태양광이 새로 건설되는 가스발전소보다 25%가량 저렴할 것으로 내다본다. 해상풍력 가격 역시 2020년대에는 현재보다 낙찰가가 60%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제에너지산업부가 2016년에 발간한 보고서에는 2025년에 발전허가되는 경우를 가정할 때 대규모 태양광(63파운드/MWh)과 육상풍력(61파운드/MWh)은 원자력(95파운드/MWh)이나 탄소포집장치를 달고 있는 CCGT(110파운드/MWh)보다도 발전비용이 더 낮은 가장 경제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치는 2010년에 발표된 2040년에 가야 달성하리라 예상한 가격보다도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이 2010년대에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잘 줄인 사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정책들이 있다. 우선 2013년부터 탄소가격 하한제가 전력부문 등에서 시행됐다. 기준 배출권거래제에 최소 탄소가격을 더 얹은 것이다. 그 바람에 가스와 석탄의 연료가격이 역전될 수 있었다. 전력부문에는 일정 규모 이상인 화석연료 발전원에 단위 발전량당 온실가스 배출 상한제도 적용하고 있다. 저탄소에너지에 대해서는 장기차익거래(Contract for Difference)를 통해 발전사업자에게 기준가격을 보장하고 재생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보완하면서도 2014년 10월부터는 이를 경매제로 시행해 저탄소 발전원에 투입되는 보조금이 기술진보에 따라 줄어들을 수 있도록 했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계속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영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동원했다는 것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은 늘리고 그에 따라 발전비용도 하락하도록 하는 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2번째 국가별 감축기여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파리협약의 내용 중에는 국가 감축목표를 ‘야심찬 수준’으로 작성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시늉에서 끝내지 않고 야심찬 수준의 감축목표를 세운다는 약속을 우리는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더뎌지고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다시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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