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투데이에너지]지난달 28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태양광패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환경부, 산업부, 태양광패널 생산자(이하 협약 당사자)는 3자간 협력을 통해 태양광폐패널의 회수 및 재활용체계를 구축하고 패널의 재사용·재활용 확대 및 경제적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협약식에서 협약 당사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 국내 태양광폐패널의 발생량과 향후 발생량 예측 등 통계조사를 위한 연구사업, 폐패널의 회수·재활용 실적 인정기준 마련,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재사용 및 재활용기술과 방법 도출, 법정 단위비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협약 당사자는 ‘운영협의체’를 구성하고 회수·보관체계 구축 및 재사용 인증체계 마련(2019년), 패널의 재사용 및 폐패널 재활용 기술 개발과 관련 설비 구축(2020~2021년), 회수·재사용·재활용 인프라 안정적 운영 및 관련 제도설계 및 절차 완료(2022년)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환경부와 산업부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태양광패널이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전기·전자제품의 정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법적정합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관련 법령 개정작업에 착수하고 관련 규정도 개정하겠다는 뜻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로써 2018년 10월부터 10개월간 계속된 업계 의견수렴, 당사자와 유관기관·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 논의의 1차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합의에 이른 금번 태양광 업계의 EPR 도입 협약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첫째 개별회사의 이익과 유불리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먼저 생각하는 대승적 결단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실 협의가 시작된 지난해 10월경 업계상황은 최악이었다. 2010년 후반기부터 중국의 대대적인 공세와 피 말리는 원가경쟁에 의해 90% 이상의 국내 태양광 제조기업이 사라졌고 남아 있는 기업들도 9년째 계속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처음 환경부에서 제시한 EPR 분담금 기준안은 국내 태양광 제조기업 경쟁력이 상실되고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을 만큼 과도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EPR 도입에 대해 국내 모든 모듈기업은 결사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양광업계는 5번의 이사회를 통해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며 환경을 생각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사명을 각 기업의 이익과 유불리보다 앞세우기로 결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부담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절약을 위한 혁신기술 개발과 관련 신산업 생태계 구축의 계기가 될 것이다.

산업부, 환경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공동노력을 통해 태양광패널의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철거·수거·운반·회수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앞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활용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태양광을 비롯한 전산업의 생애주기별 경쟁력 강화와 세계 재생에너지시장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재사용·재활용사업은 최소 세계 태양광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갈수록 전세계적으로 자원의 재사용·재활용 기술은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핵심기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태양광패널의 재사용·재활용 혁신기술은 전산업분야의 재사용·재활용기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한국판 실리콘밸리와 같은 재생에너지 혁신기술과 도전의 용광로로 만든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핵심산업의 하나로 자원의 재사용·재활용기업과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면 전산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선도할 역량이 축적될 수 있으리라 본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대승적 결단을 내린 태양광 모듈기업 임직원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더불어 이번 환경부·산업부·태양광산업협회 3자간 EPR 도입 협약식이 개별 회사의 이익과 유불리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먼저 생각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재사용·재활용 기술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마중물이 되며 경쟁력 강화와 세계시장 선도역량 축적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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