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부터)민병권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 황윤정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 남기태 서울대학교 교수.

[투데이에너지 박설민 기자] 인공광합성을 이용해 이산화탄소(CO₂)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의 난제 중 하나를 국내연구진이 해결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이하 KIST)이 민병권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본부장, 황윤정 박사 연구팀과 남기태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재료공학부교수 연구팀과의 전략적 협력연구인 ‘KIST Joint Research lab’ 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전기분해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탄화수소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저감효과와 더불어 유용한 연료 및 고부가가치 화학원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래 친환경 에너지 및 화학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팔라듐’ 금속을 촉매로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포름산은 안정적인 액체 상태로 존재해 운반이 쉽고 상온에서 자발적으로 수소로 전환돼 향후 차세대 자동차 연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소에너지 산업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팔라듐 금속은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전환할 때 가장 효과적인 촉매로 알려져 있다. 

매우 높은 선택도로 포름산을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반응 도중 생성되는 물질인 일산화탄소(CO)가 촉매표면에 흡착돼 촉매성능이 빠르게 저하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서 산업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대-KIST 공동연구진은 전압을 가해 산화반응을 유도하면 촉매표면에 흡착된 일산화탄소가 포름산보다 먼저 산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욱이 특정 전압 범위에서는 포름산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문제가 되는 일산화탄소만을 산화시켜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환원‧산화반응을 주기적으로 교차해 유도하는 새로운 ‘2단계 전기분해법’을 고안해 촉매활성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면서 98%의 선택도로 포름산을 생성해내는 놀라운 촉매반응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10분 동안 환원전위를 걸어준 뒤 10초 동안 산화전위를 걸어주는 이 두 단계를 반복했다. 

그 결과 약 130mV의 낮은 과전압에서 45시간 동안 전류밀도가 그대로 유지됐으며 포름산 전환 선택도도 98%로 우수한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 

같은 촉매를 이용해 2단계가 아닌 ‘정전위 전기분해법’을 사용할 경우 단 6시간 안에 전류밀도는 63%, 포름산 선택도는 24%만큼 감소했다. 

산화 단계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는 환원 단계와 비교해 단지 2%에 불과하기 때문에 거의 추가적인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2단계 전기분해법은 다양한 전기화학적 반응에서 촉매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권 KIST 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최고의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인공광합성 기술의 가장 어려운 숙제인 촉매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파급력이 있다”라며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한 이찬우 박사는 올해 국민대학교 응용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되는 등 연구성과뿐만 아니라 인재양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학연 협력의 좋은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도 큰 의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KIST는 2016년부터 국내의 유능한 교수를 선정해 KIST의 최고 수준 연구팀과의 전략적 협력 연구를 통해 고난도 기술 난제해결 및 세계적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융합연구 프로그램인 ‘KIST Joint Research La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KIST Joint Research Lab은 우리나라 인공광합성 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단계 전기분해법을 이용한 전기화학적 포름산 생성 기술의 모식도 및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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