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현재 선임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
가스정책연구팀

[투데이에너지]최근 천연가스 개별요금제 도입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그 찬반 입장의 논리보다 그런 논란을 불러오는 우리 가스산업의 구조와 운용형태가 요즘과 같은 산업간 융합과 에너지서비스 컨버전스 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개별요금제는 신규 발전소 또는 가스공사와의 공급계약이 종료돼 직도입을 추진할 수 있는 발전용 수요자에게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공급할 때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가격을 원료비로 부과하지 않고 수요자별로 원료비를 달리 적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특정 LNG 도입계약을 각 수요자와의 국내 공급계약에 연계함으로써 해당 계약가격과 조건을 바탕으로 수요자별로 원료비를 차등 부과하는 것이다.

최근 체결되는 LNG 도입계약의 가격조건이 과거 높은 가격에 체결된 계약들이 포함된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가격보다 상당히 낮기 때문에 신규 도입계약에 연계하는 개별요금제의 시행은 직도입 의향수요의 이탈을 막고 가스공사 시설이용 수요를 유지함으로써 기존 이용자의 공급비용 상승도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 같은 개별요금제는 흔히 일컫는 백투백(back-to-back) 계약과 유사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공급계약이 유독 우리에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독점적 산업구조의 틀 내에서 상충되는 수요자의 요구를 해결하려 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형평성 문제 때문은 아닐까? 개별요금제를 선택할 수 없는 기존 수요자들의 불만과 우려 그리고 필수설비 이용과 관련된 개별요금제 수요자와 직도입자간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다수의 공급사업자가 경쟁을 하며 설비이용에서 비차별적 접속을 보장하는 산업구조 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요금제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입장에는 각자의 상황에서 내세우는 다양한 이유와 시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고가의 기존계약 물량 해소의 필요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 하에서 가스공사가 도입부문 점유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요금제가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 따른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모습에 대한 우려도 함께 고민하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비단 개별요금제 논란뿐 아니라 직도입용 인수터미널의 신증설 시 배관 이용제약 문제와 같이 국내외 시장 모습의 진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이슈들도 기존의 구조적 틀 안에서 해결할 때 다소 제약적인 조치나 제도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앞으로 국제 LNG 시장 변화의 혜택을 향유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의 기대와 요구는 높아지고 다양화될 것임에도 미래의 국내 가스산업 공급구조가 이를 큰 제약없이 수용할 수 있는 모습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금은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한때 우리도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가스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던 시기가 있었다.

세계적인 규제완화 조류 속에서 정부가 우리나라 천연가스산업의 구조개편 계획을 발표한 시점이 1999년 11월이었으니 이제 꼭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시점에서 20년 후인 현재의 국제 LNG 시장의 교역환경과 국내 가스산업 구조는 어떤 모습으로 기대되었을까를 반추해 본다면 우리의 지금 모습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수 있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산업구조는 여전히 도·소매로 이원화된 독점구조가 유지되며 그 기본 골격과 운용형태는 별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의 구조개편을 지켜보며 산업구조 효율화를 위한 역동적이고 발 빠른 대응을 부러워했던 주변국들은 2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우리보다 구조적 측면에서 더 빨리 선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국내 시장참여자간 거래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중국, 싱가포르는 아시아 가스 프리미엄 문제의 해소 일환으로 자국에 LNG 거래허브 및 가격지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10년,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국내외 가스시장 환경을 지금까지의 변화 선상에서 유추해보며 우리의 산업구조가 너무 뒤처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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