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해온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결국 4만원대 마지노선마저 붕괴됐다. 문제는 시장안정화를 위한 조치가 시작됐음에도 REC 가격 하락세가 지속돼 태양광뿐만 아니라 바이오 등 REC 사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 정부가 시장안정화를 명목으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1월5일자 REC 현물시장은 총 1,354건 18만9,898REC 중 710건 6만8,255REC가 거래됐으며 육지 REC 가격은 3만9,561원으로 10월31일 4.77%인 1,982원이 하락했으며 제주 평균가격은 3만3원으로 10월31일대비 1.3%인 395원이 떨어진 채 장이 마감됐다.

육지 REC 가격이 4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11월1일 6만2,503원보다 37%인 2만2,942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며 REC 가격이 높았던 2017년 11월2일 12만7,810원보다 69%인 8만8,249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문제는 REC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시적인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1달이 지난 현재 가격 마지노선마저 붕괴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일 하반기 태양광 경쟁입찰 용량 확대를 포함한 REC 시장변동성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REC가격 안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의 의무연기량을 2019년에 조기 이행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며 사업자들이 한국형 FIT(소형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매입제도) 참여를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현물시장 매도·매입 상하한 한도를 ±10%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하반기 태양광 경쟁입찰 용량이 기존 350MW에서 500MW로 확대되면서 현물시장에서 REC 물량도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고 사업 안정성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가격이 떨어져 업계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체결되는 거래물량과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데 거래건수는 계속 늘어나면서 현물시장 내 REC 적체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REC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태양광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해 빚어진 수급불균형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소규모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REC공급량이 RPS의무량을 초과해버리다 보니 REC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바이오매스 혼소발전에 대한 REC 공급이 급증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투자비가 거의 없다보니 전체 REC 발급량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대폭 늘어난 태양광과 더불어 현물시장 내 REC 공급과잉이 유발됐다는 평가다.

이에 일부 업계에서는 발급된 REC를 현물시장에 내놓는 것을 유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3년 이내 REC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책도 떨어지는 현물시장 가격을 다시 안정화로 돌릴 수 있다는 보장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RPS 비율을 올해 6%에서 매년 1p(포인트)%씩 올려 2023년부터는 10%로 확대함으로써 2020년 기준 약 720만REC 수요가 늘어나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바이오혼소설비의 REC에 대한 일몰제 도입 등 직접적인 대책이 우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국내 한 재생에너지기업의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순수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사업에 임했는데 따지고 보면 재생에너지로 볼 수 없는 에너지원으로 인해 애꿎은 사업자들만 시련을 겪고 있다”라며 “적어도 최대한 빨리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시그널이라도 있어야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는데 실질적으로 현물시장을 관망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가격이 하락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적극적으로 확대되면서 발전기자재 가격도 하락하면서 발생한 시장상황일 뿐이며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시장안정화 측면에서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런 입장임에도 최대한 일시적으로라도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각종 대책을 내놓은 바 있으며 현물시장의 수급상황과 가격추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시장안정화 대책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발전기자재 가격하락으로 현물시장 REC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물시장의 수급상황과 가격추이를 지속점검해왔으며 최근 의무비율 확대 등도 이런 조치 중의 하나”라며 “시장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시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는 정부가 현재의 가격 하락을 그리드패리티 등 자연스런 시장상황으로 기대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그리드패리티가 되기 위해선 제품가격과 시공가격이 하락해야 하지만 현재 가격하락은 업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다 보니 공급이 과잉되고 가격을 낮춘 폭이 커지면서 유발된 것이다.

각각의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기반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해외만큼의 설치여건이나 시장운영 능력이 없는 시점에서 현물 물량이 적체돼 무조건 가격을 낮춰야 하는 현 상황을 그리드패리티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착각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또다른 재생에너지 업계의 관계자는 “설마 정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에너지원 구분없이 현물시장에서 물량이 적체되고 팔리지도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추거나 판매를 포기하면서 발생한 가격하락을 그리드패리티라고 보는 것은 억지”라며 “실제로 태양광분야의 고정가격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는 가격이 크게 상승했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현재의 가격하락을 자연스러운 시장상황으로만 나두면 안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