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활용된 일본 J-PARC의 중성자과학시설.
실험에 활용된 일본 J-PARC의 중성자과학시설.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지난 2014년 보고된 엔트로피 합금이 저온에서 더욱 강한 비밀은 낮은 적층결함에너지에 있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주도 하에 2014년부터 국내·외 총 7개 기관 및 9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0년 1월호에 게재됐으며 게재 후 한 달여 만에 전세계적으로 600회가 넘는 논문 다운로드 횟수를 보이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구진은 실증 연구를 통해 엔트로피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가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스테인리스강대비 45%에 불과해 일반적인 금속과는 달리 저온에서 충격에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바둑판같은 격자구조의 점에 원소가 박혀 있는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금속에 힘이 과도하게 가해지면 규칙적이던 원소배열의 격자구조가 깨어지면서 불규칙한 적층결함(stacking fault)이 생기는데 적층결함이 발생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적층결함에너지라고 한다.
 
엔트로피 합금과 같이 적층결함에너지가 낮은 금속은 힘이 가해질 때 원소배열이 대칭적으로 놓이는 쌍정변형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쌍정변형을 거치면 금속 내 입자 크기가 더 작아져서 단단해지고 충격에도 훨씬 강해진다.

즉 연구진은 엔트로피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가 낮고 이로 인해 저온일수록 쌍정변형이 더욱 쉽게 나타나 충격에 강해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원자력연구원과 해외의 첨단 중성자과학연구시설을 활용해 엔트로피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를 더욱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전자 현미경으로 일일이 관찰하면서 에너지를 측정했다. 이때 소재를 절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실험적 오류가 발생했으며 한번에 머리카락 굵기(100마이크로 범위) 정도의 작은 부분만 관찰할 수 있어 실험 결과가 불완전했다.

반면 연구진은 중성자 빔을 이용해 원자보다 큰 밀리미터 단위 크기의 소재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었다. 또한 실시간(in situ)으로 변형 중인 소재를 측정하면서 변형 공정 중의 결함 변화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100여회 이상의 반복 실험으로 얻어낸 변형 순간의 에너지 변화 데이터를 확보해 실험의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시험용 엔트로피 합금은 에너지 직접 조사 방식(Direct energy deposition)의 3D 프린팅 기법으로 자체 제작해 더욱 의미가 있다.

연구를 주도한 우완측 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두산중공업, KIST, 충남대, 울산대, 순천대 및 일본 J-PARC 시설 연구자들과의 협업으로 가능했다”라며 “첨단 중성자과학 시설을 활용해 기초과학연구 및 실용화 사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가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원리를 찾아낸 것으로 엔트로피 합금의 고도화에 이바지 할 전망이며 단순히 학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산업에서도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연 3조원 규모의 국내 극저온 밸브, LNG 저장탱크 및 액체수소 저온탱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약 50조원에 달하는 극지 해양플랜트 소재부품사업에 기초과학적 기반지식 및 생산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주·항공, 수소자동차 등의 첨단 미래 에너지 소재분야 등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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