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어디까지가 될지 모를 예측이 어려운 국제유가의 추락에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비상대응책 마련에 속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60달러를 유지했던 올해 초만 하더라도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를 우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코로나19가 전세계 대유행하는 팬데믹 선언 이후 3월들어 석유수요 감소가 현실화되고 공급 과잉 우려에 30달러선 마저 무너진 뒤 20달러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로 인해 북해산 Brent유의 경우 지난 2003년 5월8일 배럴당 24.65달러, 서부 텍사스 원유인 WTI는 지난 2002년 2월20일 배럴당 20.29달러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요 정유사들은 지난해말 수립했던 예산안을 포함한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비상경영 체계로 사업 운영을 서둘러 전환시켜 나가기 위해 이런 조치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조기에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분산 등 유연근무제에 나섰던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피해와 대응 방향 모색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상으로 24일 비상회의를 소집, 주가는 물론 국제유가의 추락 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이 손실을 덜 보기 위해 60달러 수준에 구입했던 원유저장탱크를 비우고 2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채워야 하지만 생산된 석유제품을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 판매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재고평가손실은 물론 환율 하락과 주가 하락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복합적인 악재에 돌파구 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순환 무급 휴가, 휴직 등의 방안까지 검토하지 않겠느냐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를 비롯해 S-OIL,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은 아직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구체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 입장일 것으로 보인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국제유가 하락에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1분기는 물론 2분기까지 지속되지 않도록 내부 주요 업무를 점검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OPEC+ 감산 결렬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평년보다 따뜻한 기후로 인해 난방유 소비 감소 등은 물론 중동지역 긴장 완화로 국제유가 하락세를 우려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석유수요 증가세 약화가 불가피하고 미국의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비OPEC의 원유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OPEC+의 감산 합의 불발에 따른 증산이 예상돼 공급 과잉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세계 주요국가에서는 경기 부양 정책을 서둘러 내놓으면서 한 때 국제유가는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약세 현상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1조달러, 영국은 4,000억달러, 프랑스는 5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정책을 내놓은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1조유로 규모의 팬데믹 긴급채권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기도 했다.

일본은 국민 한 사람당 1만2,000엔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주는 방식으로 시중에 769억달러 규모의 장기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오는 6월까지 전략비축유 3,000만배럴을 구입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SC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석유수요가 2019년에 비해 339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물량기준으로 지난 1979년대비 271만배럴 감소했던 1980년 이후 가장 큰 감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OPEC의 잉여 생산능력 추이
OPEC의 잉여 생산능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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