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미국 셰일기업의 자본지출 삭감 및 생산 활동 축소로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 리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의 시장점유율 쟁탈전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셰일기업들이 올해 자본지출(capital expenditure)을 크게 삭감하고 생산 활동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Chevron社는 올해 자본지출을 기존 계획대비 20% 삭감한 160억달러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삭감되는 자본지출의 50%(20억달러)는 Permian Basin에서 발생될 예정이며 이 지역 생산도 동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Occidental Petroleum社는 지난 3월들어 두 번째 예산 삭감 계획을 발표하고 생산에 할당한 지출을 당초 53억달러에서 28억달러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Occidental의 석유
·가스 생산은 이전 전망대비 6% 감소하게 되며 다른 부분에서도 6억달러 비용을 감축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Equinor社는 유가 급락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지출 삭감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셰일자산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quinor는 당초 100억~110억달러로 계획했던 자본지출을 20% 삭감해 85억달러로 줄이고 탐사에 대한 투자도 당초 14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감축할 계획이다.

영국의 BP社도 올해 셰일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10억달러 삭감해 지난해 투자의 5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셰일자원 생산량이 지난해 49만9,000boe/d에서 약 14%(7만boe/d)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BP는 올해 총자본지출을 당초 계획했던 150억~170억달러에서 약 20% 삭감해 120억달러로 수정했다.

이처럼 미국 셰일기업들이 자본지출을 삭감하고 생산 활동을 축소하면서 미국 내 석유
·가스 시추 리그 수가 3월 넷째 주(3월27일 기준)와 4월 첫째 주(4월3일 기준 )에 전주대비 각각 44개와 64개 감소해 지난 3일에는 총 664개로 집계됐다.

석유
·가스 시추 리그는 향후 생산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데 미국 내 시추 리그 수는 지난 2014년 9월 1,930개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유가 하락과 함께 리그 수도 감소해 지난 2016년 5월 말 316개로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미국 시추 리그 수는 3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석유 리그는 4월 첫째 주에만 62개 감소해 지난 2015년 3월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국 내 석유 리그의 50% 이상이 위치한 Permian Basin에서 3월 마지막 주와 4월 첫째 주에 전주대비 각각 23개와 31개가 감소함에 따라 이 지역 석유 시추 리그 수는 지난 2017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Oil Daily는 “최근 리그 수 감소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리그 수가 계속 감소해 2016년 중반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서비스 회사 Raymond James의 애널리스트도 올해 중반까지 미국 내 시추 리그 수가 약 400개로 감소하고 올해 말까지 390개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및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기업이 받는 피해가 커지자 미국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産 원유를 매입해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SPR)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도록 에너지부에 지시했지만 이 계획이 경기부양안에서 삭제되면서 실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미 에너지부는 3,000만배럴을 우선 매입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 에너지기업에 여유 저장공간을 임대할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유가전쟁을 중단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러시아와 협력 방안도 모색하는 등 양국이 유가 전쟁을 끝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계 석유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에너지부가 이에 대해 협의하는 데 동의함에 따라 Dan Brouillette 미 에너지부 장관과 Alexander Novak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계속해서 대화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다수 인사가 Mohamme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와 접촉해 왔으며 bin Salman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이후 OPEC+ 및 다른 국가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연맹을 맺자는 제안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OPEC 회원국과 달리 미국 에너지기업은 국가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감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른 시일 내에 유가전쟁 종료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두 국가에서 수입되는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캐나다 앨버타 州정부와 논의 중이다.

한편 미국 에너지기업에 가는 피해를 줄여달라는 셰일기업과 의원들의 로비도 증가하고 있다.

Kevin Cramer 상원의원(노스다코타, 공화)은 미국 내 정유회사의 원유 수입을 제한해 자국産 원유 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Cramer 의원은 이를 위해 ‘국제비상경제권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가 유가전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사우디産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IEEPA는 미국에 이례적인 위험 발생 시 그 원인이 해외에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제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대통령에게 위 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 9명은 전례 없이 많은 양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사우디와 러시아에 반덤핑 규제를 적용해 달라고 상무부에 요청했다.

‘미국내에너지생산자연맹(Domestic Energy Producers Alliance)’도 사우디産 원유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해 줄 것을 청원하고 사우디産 원유에 관세 부과를 촉구했다.

미국 셰일 기업들도 사우디와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해 달라고 미 정부에 로비하고 있으며 이들의 제안에는 북미 최대 규모 정제설비인 Motiva에 사우디産 석유 공급을 제한하거나 ‘미국내수상운송규제법(Jones Act)’의 적용을 유예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Jones Act는 지난 1920년 제정된 ‘상선법(Merchant Marine Act of 1920)’ 제27조를 지칭하며 미국 내 해상수송 시에는 미국인 또는 미국 영주권자가 건조
·소유·운영하는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컨설팅 회사 Rapidan Energy의 Bob McNally 대표는 미국의 계획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먼저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하도록 유도하고 양국이 합의를 지나치게 지체하거나 합의 실패 시 보호무역정책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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