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지난해 따뜻했던 날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보일러 업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지난달 3일부터 시행된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가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강화 여파로 신축 건설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규 판매시장 위축이 전망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체 판매시장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는 큰 호재로 부가가치 창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보일러 시장 규모를 늘리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는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비롯해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시행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조치다. 지난달 3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던 대기관리권역은 총 77개의 지자체로 확대됐다.

대기관리권역 내에는 환경부로부터 권한을 위탁 받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 보일러(1종·2종)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됐다. 친환경적이고 높은 효율을 갖춘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용을 원칙으로 세우고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나가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발생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난방분야에 대한 대기질개선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대기관리권역법에서 정한 ‘1종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20ppm 이하, 일산화탄소 100ppm 이하, 열효율 92% 이상인 콘덴싱보일러다. ‘2종 기체연료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40ppm 이하, 일산화탄소 200ppm 이하, 열효율 81% 이상인 가스보일러, ‘2종 액체연료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80ppm 이하, 일산화탄소 150ppm 이하, 열효율 84% 이상인 기름보일러다.

법에 따라 지난달 3일 이후 보일러를 신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는 의무적으로 ‘1종 보일러’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1종 보일러’ 설치에 필요한 배수구, 배기구 등의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 ‘2종 보일러’를 오는 9월30일까지 설치할 수 있다.

다만 환경부가 ‘기존 일반보일러’ 판매 유예기간을 9월30일까지 못 박은 상태여서 제조사와 대리점 등에서 기존 일반보일러 재고 소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판매가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보일러 시대

이번 정책은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 상황과 따뜻한 날씨로 인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웠던 보일러 업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으로 이번 정책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콘덴싱보일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게 되면 매출액 확대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 향상 등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이제 소비자가 콘덴싱보일러를 선택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됨에 따라 각 제품이 가진 난방 기술력이나 내구성의 차이, 편의 기능의 유무 등 제품의 차별화 요소들과 브랜드가 구입에 새로운 영향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대두되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제품이 주목 받고 있다. 환경 보호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책임의식이 고조되면서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이 ‘하면 좋은 것’에서 ‘꼭 해야만 할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레 산업 전반에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난방제품인 보일러산업도 이는 마찬가지로 대기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콘덴싱보일러의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보일러시장은 비교적 따뜻했던 날씨와 위축된 건설경기의 영향으로 111만대를 기록, 125만대 규모였던 2018년에 비해 다소 축소됐다. 하지만 11% 가량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콘덴싱보일러의 판매는 2018년과 유사한 30만대 규모를 기록하며 친환경 보일러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그동안 신규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돼 온 콘덴싱보일러가 본격적으로 교체시장에서 일반보일러를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 접점 마케팅 강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라 업계의 기존 영업 및 홍보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소비자 접점 마케팅활동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높아지는 소비자 관심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나비엔 콘덴싱’의 가치를 알리며 시장 변화를 선도해 나가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경동나비엔은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나섰다. 내가 쓸 보일러를 직접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니즈에 맞춘 변화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 내 가전매장을 통한 판매다.

경동나비엔은 2018년 11월부터 가전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내에 매장을 설치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장점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설치 초기에는 신선하다는 소비자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빈도가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소비자가 가장 쉽게 보일러를 접하는 채널인 대리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전제품처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체험형 매장을 구성하고 환경부로부터 ‘녹색매장’ 인증을 획득하며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 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그간 불모지로 평가되던 온라인을 통한 보일러 구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입이 일상화되는 사회적 트렌드와 달리 그간 보일러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쉽지 않은 제품이었다. 설비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사이트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진행됐으며 그마저도 설치비가 각각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1월부터 경동나비엔 공식 쇼핑몰(나비엔하우스)을 통해 보일러 구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공식 쇼핑몰에 연계된 온라인 파트너에게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지원사업은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의 콘덴싱보일러 생산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귀뚜라미의 경우 전체 보일러 판매량 중 ‘거꾸로 NEW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포함한 콘덴싱보일러 판매 비중은 2017년 33%에서 2018년 38%, 2019년 45%로 2년 사이 10%대 성장을 보였다. 올해는 7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파트 은평점 일렉트로마트 경동나비엔 매장.

이파트 은평점 일렉트로마트 경동나비엔 매장.

재편되는 보일러 시장

정부의 확고한 친환경 정책은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일러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해 시장에서의 콘덴싱보일러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의무화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지원사업은 올해에는 크게 확대되며 본격적인 콘덴싱보일러 시대를 열었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의무화가 됐어도 지원금은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정착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환경부의 담당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지원금을 축소하거나 없앤다는 계획은 없다”라며 지원금이 지속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의무화 첫 시행원년으로 아직 시장 혼란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고 문제다.

대기관리권역법 내에서는 기존 일반보일러에 대한 판매 유예기간이 당초 올해 말까지였던 것이 9월30일까지로 앞당겨 확정된 만큼 유예기간 내 보일러 설비업자들이 보유한 기존 일반보일러 재고를 처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일반보일러 재고에 대해 아직 어떠한 해답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보일러시장 변화는 결국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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