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올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가 제로에너지 건축물 확산에 열을 올리는 주된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에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치의 37%까지 감축해야 하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기에 제로에너지빌딩의 확대가 절실하다.

실제 이를 위해 2025년부터 신축하는 건축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짓도록 하는 정책 로드맵을 시행할 방침이다. 

반면 건물에너지 소비 감소와 에너지이용 효율을 높이는 기대감과 동시에 건축주에게는 인증을 위한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앞선다.

이에 ‘제로에너지빌딩’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인증과정, 적용기술, 인증조건 등 내용을 통해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를 통한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무엇이며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모든 분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에너지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물도 에너지소비 감축 책임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소비구조 혁신을 위한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건물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다.

특히 녹색건축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미세먼지 없는 환경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규제는 최소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제로에너지빌딩(ZEB) 정책’을 추진한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는 제로에너지건축 단계적 의무화를 위한 세부로드맵 개편을 발표하면서 올해 본격적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구체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연면적 1,000m² 이상 공공건축물 대상으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의무화가 시행되며 2025년부터는 민간건축물을 대상으로, 오는 2030년까지는 연면적이 500m²인 공공‧민간건축물로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제로에너지빌딩이란?

제로에너지빌딩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이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기반을 둔 녹색건축물 조성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녹색건축물 조성, 신재생에너지 활용 및 자원 절약적 건물, 기존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효율화 추진, 녹색건축물의 조성에 대한 계층 간, 지역간 균형성을 확보하는 등 기본원칙에 따라 추진된다.

제로에너지빌딩 제도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동 관장하며 운영 및 인증기관은 한국에너지공단, 지원센터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어떻게 받나?

제로에너지건축물 등급은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에너지자립률 등에 따라 1~5등급을 나눠 인증을 부여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1++, 에너지자립률 20% 이상, BEMS 또는 원격검침전자식계량기 설치여부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자립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차에너지를 반드시 생산해야 한다. 대상 건축물의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소비량대비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생산량의 비율이 20% 이상 돼야 하며 산정방식에 따라 산출된 에너지자립률을 기준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등급이 부여된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은 건물의 에너지소요량을 바닥면적으로 나눠 에너지소비량을 산출해 등급을 부여한다. 1++등급은 주거용 60~90 미만이며 상위등급인 1+++는 주거용 60 미만, 비주거용은 80 미만이다.
현재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감정원,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총 9개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적용기술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ZEB을 구현하기 위해 서는 건축, 전기, 기계, 에너지 측면의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ZEB는 고단열, 고기밀창호, 외부차양, 외단열, 자연채광 등을 설치‧활용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에 건축물이 최소한의 영향을 받도록 하며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패시브’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LED, 에너지관리시스템, 고효율기기, 폐열회수환기장치 등 높은 에너지효율 또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액티브’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태양광패널, 태양열급탕, 지열냉난방, 연료전지를 아우르는 ‘신재생’은 수소‧산소 등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생산하는 신에너지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도 제로에너지빌딩 기술을 적용해 인증을 받은 곳이 있다. 상업용 건축물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는 준공건물 최초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 연면적 8만m²의 대형 건축물을 제로에너지화 한 실적을 갖고 있으며 태양광, 지열 등을 이용한 냉난방으로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 중 약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아산 중앙도서관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취득한 국내 최초 도서관이다. 실내환경의 유지가 중요한 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ZEB 인증 외에도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1++를 받았으며 녹색건축 인증 일반등급, 패시브 건축물 인증을 획득한 우수사례로 꼽힌다.

제로에너지빌딩 구축 혜택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시 건축기준 완화, 세제 혜택, 금융지원,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에너지이용 합리화 자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먼저 건축기준 완화는 법 및 조례에서 정하는 건축물의 용적률 및 높이 등에 대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등급에 따라 11~15% 범위 내에서 완화비율이 적용된다.

또한 건축물 또는 주택의 취득세를 15% 경감받을 수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7조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에 따라 취득일부터 100일 이내에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은 건축물에 대해 취득세를 15% 경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공공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를 20% 상향해준다.

이는 2020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에 근거하는 사안으로 호당 융자한도액은 면적과 주택 종류에 따라 3,860만원에서 최대 7,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게 되면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수준은 최대 15%까지 경감률을 적용받을 수 있으며 에너지자립률 달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가 요구되는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급 지원사업 신청 시 우선 지원 및 가점을 부여한다.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중 주택지원 사업, 건물지원 사업, 융‧복합 지원사업에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건축물에 대해 우대 적용해주며 인증 취득 건축물에 대해 주택지원사업에서는 우선 지원하며 건물지원 및 융‧복합 지원사업은 신청사업 평가 시 각각 2점, 3점의 가점을 부여한다.

또한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도 지원한다. 제로에너지빌딩 예비인증을 취득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관련 설비 투자 시 투자비의 일부를 장기 저리로 지원한다.

반면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표시 의무대상이지만 인증을 받지 않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또는 제로에너지빌딩 인증결과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는 50만원, 건축물 사용승인 신청 시 관련서류를 첨부하지 않거나 거짓, 부정한 방법으로 표시 또는 첨부한 경우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제로에너지빌딩, 왜 필요한가?

제로에너지빌딩은 온실가스 감축 외에도 에너지비용 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본격적인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량의 21%가 건물에서 소비되는 만큼 제로에너지빌딩이 늘어나면 2030년까지 500MW급 화력발전소 10개를 대체하는 에너지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비용으로 따지면 연간 1조2,000억원의 에너지 수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제로에너지빌딩의 보급은 새로운 건축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고효율 건축자재와 설비, 건축사‧기술사 등 엔지니어링, 부동산개발업자 등의 협업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산업 전체적인 파급효과도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네비건트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제로에너지빌딩의 전세계 산업시장 규모는 약 420조원으로 2024년에는 약 1,5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관련 산업기술시장이 약 8조6,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약 20조원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렇듯 제로에너지빌딩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오션이 되면서 꼭 선점해야 할 중요한 시장이 됐지만 국내의 기술수준은 해외에 비해 크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시장 선두국가에 비해 약 5년 정도 제로에너지빌딩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빌딩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약 78%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고성능 창호나 외부 단열재 등과 같은 핵심 자재는 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대비 비용이 높은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제로에너지빌딩을 국내에서도 적극 활용해 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에너지전환 등 산업 확대를 위한 사회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관련 기술도 확보되고 있는 지금 이 난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사업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시스템 간의 상호 호환을 위한 기술표준이 필요하며 건물부문의 에너지소비 감축 성과가 실질적인 지표로 드러나기 위해선 시스템 간의 상호 호환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직까진 국내에서 BEMS관련 사업이 추진된 기간이 짧아서 사업의 대다수가 민간부문에서 이뤄지다보니 기업 간 시스템의 호환성은 상당히 낮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관련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소 초기비용이 들더라도 활성화를 위한 표준마련의 필요성이 산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확대가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