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에너지본부 기후환경실증센터 선임연구원.
성욱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에너지본부 기후환경실증센터 선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현재의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세계 주요국은  ‘Post-2020 新기후체제’에 따라 자발적 감축목표 INDCs(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발표한데 이어 파리 당사국총회(COP21)를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 BAU대비 37%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국내 25.7%, 국제 구조를 활용해 11.3%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감축 목표 설정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육성, 온실가스 감축역량 강화 등 산업계 대상 지원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위기가 아닌 경제 활성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로에너지빌딩(Zero Energy Building: 단열재, 고성능 창호 등을 적용해 건축물의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고효율 설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및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소요량을 최소화한 건물)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건축 모델이며 정부차원의 에너지산업 및 경제활성화 전략 중 하나이다.

2017년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제’ 출범 후 의무화 로드맵 및 관련법령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신축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의무화가 시행됐다. 앞으로 점진적인 확대를 통해 2030년부터 연면적 500㎡ 이상의 모든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은 기존의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과 연동해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된다. 건축주는 인증 취득 시 건축기준완화(용적률•건축물 최고높이 11~15%), 세제혜택(취득세 15% 감면), 금융지원(대출, 기부채납),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해외 주요국가 또한 자국의 상황을 고려한 제로에너지빌딩을 정의하고 단계별 목표를 수립해 의무화를 추진 중이며 시장 확산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 및 제도 시행과 함께 경제성 확보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5년 에너지부(DOE)에서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공통정의’를 발표했으며 콜로라도, 뉴욕주의 넷제로에너지정책 및 캘리포니아의 2020년까지 신축 주거건물, 2030년까지 신축 상업건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물 의무화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2030까지 국가 신재생발전 비율 24%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신축 공공건물 및 2030년부터 모든 신축건물 50%에 대한 제로에너지화 목표를 설정했으며 국가차원의 시범사업 및 시장수용성 촉진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간 제로에너지빌딩의 본격적 도입에 있어 큰 걸림돌은 바로 상대적으로 비싼 고효율건자재•설비, 신재생에너지기술의 적용으로 인한 자재비 상승이었다. 특히 초창기 설계디테일 및 시공경험 부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도 한 몫 작용했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및 건물에너지효율화 건자재, 설비, 신재생에너지시스템 인증 제품의 상용화 지원정책을 통해 시장수용성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관련 산업기술 공급기업의 제로에너지빌딩 구현 기술개발 의지를 고취시켜 국내 기술의 성숙도도 동반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제로에너지빌딩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ICT 기반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건축 생애단계별 스마트화, 디지털화의 상용모델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먼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물정보화모델링)을 활용한 생산성이 향상된 스마트 디자인이다. BIM은 컴퓨터상에서 건물의 설계정보를 속성정보로 통합된 3차원 모델을 구축해나가며 설계하는 기법이다. 3차원 모델 속에는 설계를 포함한 시공, 운영단계까지 활용목적별 속성정보를 통합할 수 있으며 제로에너지빌딩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유통되는 건물에너지 요소기술의 에너지 성능정보 Big Data와 연계해 설계와 동시에 에너지해석이 가능하며 설계대안별 건물에너지 성능결과를 신속하게 피드백 함으로써 설계자의 의사결정 효율화를 도모한다.

BIM 속성정보(요소기술의 에너지성능, 건물에너지해석 결과)는 시공과 운영단계까지 각 단계별 스마트•디지털 기법과 연동됨으로써 제로에너지빌딩 전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에너지 품질관리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BIM 속성정보에 건자재 열교정보가 통합된다면 현장 열화상촬영 기법과 연계해 이종 건자재 접합부위의 열교방지 시공감리가 이뤄져 건축품질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이렇게 AR•VR기술의 매칭을 통한 에너지시공감리는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을 위한 혁신 방법론으로 출현할 것이다.

다음으로 BIM기반 건물에너지시뮬레이션 정보와 실제 운영정보의 동기화를 통한 제로에너지빌딩 운영효율화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의 내외환경에 대응한 최적의 에너지 효율화 및 자립률 제고 운영전략을 기계학습기반 인공지능을 통해 도출하고 실제 건물 운영 시 적용한다.

건물 내의 다양한 센서 및 엑츄에이터로부터의 물리정보를 통해 시뮬레이션정보를 지속적으로 검증•보완해 스마트한 BEMS, 제로에너지빌딩을 구현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미래지향적 도시모델인 스마트시티의 에너지네트워크 상에서 에너지 생산과 동시에 수요를 발생시키는 핵심 구성요소이며 BEMS는 거대 ICT 네트워크의 Edge device로 운영돼 도시차원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제로에너지빌딩은 건물단위에서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고 더 경제적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로에너지빌딩을 구현하는 기술의 융복합화, 모듈화, 전전화가 이뤄져야 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효율 건자재•설비 및 신재생에너지가 융복합돼 건물에 일체화 돼야 한다.

앞으로는 융복합 기능(에너지 효율화 + 생산)이 가능한 혁신 소재 및 건자재 부품화 제조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에너지자립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물단위 에너지하베스팅시스템 및 시공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혁신 소재기반 융복합시스템은 공간의 활용률을 높이고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다.

융복합화 된 제로에너지빌딩 기술은 공장생산 모듈화를 통해 저비용 고품질의 건자재로 공급돼야 한다.

모듈화 건자재는 시공효율화 제고와 공정축소에 의한 공기단축를 유도해 추가적인 연성비용(Soft Cost)을 낮출 수 있어 제로에너지빌딩의 보급•확산의 걸림돌이었던 높은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런 OSC(Off-Site Construction) 건자재 모듈화 산업기반이 미흡하다. 앞으로 자재공급자간 협업을 통해 융복합 모듈화 건자재를 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할 것이며 스마트•디지털 건축 프로세스와 연동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 

제로에너지빌딩의 전전화는 분산전원(Micro-grid)기반의 스마트 제로에너지시티 및 커뮤니티와의 호환성과 상호운용성을 높여주며 지역단위의 기간 에너지네트워크 설비의 사이즈를 축소시킬 수 있다.

 

건물의 열부하 공급에 대응한 단위건물 수전용량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있지만 높은 성능계수를 갖는 히트펌프 기술이 존재하고 ESS를 통해 부하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건물 내 전력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전전화 구조의 제로에너지빌딩 기술개발 및 점진적으로 건축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산업기술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최종 단계가 바로 기술과 제품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품질인증 절차’다.

현재 제로에너지빌딩은 구현 요소기술 및 제품별로 품질인증이 이뤄져 시방에 의거한 현장 시공성을 반영해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해 공인 품질평가 시험성적과 실제 현장성능의 상이함이 발생한다.

또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시공 및 운영방법을 반영해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신규 혁신기술에 대해 기존 평가 틀에 맞춰진 획일적인 평가가 이뤄지면서 공식적으로 혁신기술 공급자들의 차별화된 성능을 제시하기에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기존의 국가공인 품질검증 시스템을 단위 요소기술 수준에서 시공성•운영성을 고려한 시스템 단위로 확대하고 해당 시스템(부위)에서 발생하는 성능지표(열관류율•SHGC) 계측을 포함해 공간단위에서의 시공품질에 따른 열교부위 판정, 운용에 따른 환경(열•빛•공기)성능 및 에너지소비량을 검증할 수 있는 선진화 된 품질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

미래에 개발되는 혁신기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국가 산업기술 성장지원이 가능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 보급•확대를 목표로 4차 산업과 연계해 선진화된 산업생태계를 조성 및 확장하고 경제활성화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적 강점이 큰 ICT기술과 연계한 제로에너지빌딩은 지금까지 건설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추종하던 산업적 위치에서 선도하는 단계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로에너지빌딩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혁신성장을 도모하며 저탄소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대안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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