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철 서울기술연구원 도시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
▲ 박민철 서울기술연구원 도시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최근 1~2년 내 발생한 노후 열수송관의 사고와 지하 통신구 화재, 흙막이공사 중의 사고로 인해 지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유지관리 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됐다. 하지만 지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 첨단 기술의 도입 및 활용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까지 함께 제고돼야만 가능하다.

지하 안전은 노후 지하시설물이 가장 큰 위협이 되므로 국가에서는 노후 기반시설 관리체계 구축 기반 마련을 위해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6월 선제적인 노후 기반시설 관리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가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조기 발굴 및 해소하고 노후 기반시설의 안전투자를 확대하며 선제적 관리강화 체계를 마련해 안전하고 스마트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제도적 체계와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책의 적용대상으로는 교통시설, 유통·공급시설, 방재시설, 환경기초시설이며 지하관로는 공급시설에 포함된다.

지자체에서도 지하 안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의 지하에는 상·하수도관,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과 지하철 같은 도시기능에 필수적인 수많은 지하시설물이 묻혀있으며 그 규모만 해도 총연장 5만2,697km로 지구를 1.3바퀴 돌 수 있다.

문제는 이 지하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각각의 관리주체에서 필요할 때마다 땅을 파고 매설하고 안전관리 역시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지하시실물의 안전관리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자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하시설물의 통합적·선제적 안전관리를 골자로 하는 서울시 지하시설물 통합안전관리대책을 처음으로 발표, 오는 2023년까지 총 2조7,08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안전 통합체계 구축, 선제적·체계적 안전관리, 스마트기술 예방시스템 개발 등 3대 분야에 있어서 10개 추진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제도적 기반 마련 외에도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열수송관 파열예방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나 열화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점검 위주의 유지관리만 수행하고 있어 파손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수송 관로 전체의 손상을 감지할 수 있는 첨단 센싱 기술과 광역적으로 매설된 관로 전체의 손상 정보를 유지관리센터를 전송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센서는 설치된 지점에서만 측정되는 지점형 센서이기 때문에 긴 관로의 손상 지점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 ‘분포형 계측선’이다. 긴 전선 형태로 제작된 센서는 최소 10cm 구간마다 전류를 흘려보내 관로 손상 지점을 감지하며 최대 적용 길이는 1km이다. 이와 함께 계측선으로 측정한 2차원의 전기파형 정보를 온도, 누수량 등 원하는 정보로 실시간 변환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관리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열수송관을 모니터링하고 손상 정보와 발생 지점 등 실시간 정보를 받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제도적 기반과 첨단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열수송 배관망 등의 지하시설물을 설계·시공하는 것은 발주처의 계획·감독 하에 민간분야의 기업에서 수행한다. 첨단 기술들이 도입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발주처에서 발주 및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고 기업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매뉴얼도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의 도입을 위해 이 기술의 사용자를 위한 매뉴얼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생한 지하 안전사고들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크다. 이러한 시기에 지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과 첨단 기술의 도입 및 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지하시설물의 공사는 대부분 도심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의 보행과 차량의 통행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공사를 감독하는 공공기관과 수행하는 시공사에서도 정밀하고 안전한 그리고 신속한 공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 중에 있다. 결국 지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과 배려로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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