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최근 정부가 자체고정가격계약(SMP+REC) 정산기준을 현행 계약시점에서 준공시점으로 바꾸는 등 개정을 검토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잠정 보류한 가운데 실제로 이번 개정이 확정됐을 경우 사업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확률이 높았다는 평가다.

특히 개정안대로 발전소 준공시점 이후로 REC 정부정산가를 적용했을 경우 사실상 업계의 재원조달을 위한 PF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수도 있는 것이 확실한데도 산업부 관련부처가 업계와의 협의없이 진행하려고 했던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장기 고정가격 계약제도는 2017년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 추진한 제도로 SMP와 REC의 합계금액을 고정해 사업자들의 불안정한 수익성 및 금융기관이 자금지원에 소극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재생에너지 3020 등 에너지전환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적극적인 진행과 투자 유도가 필요한 시점인데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을 시도해 산업 자체를 무너뜨릴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기준가격산정 변경, 진짜 큰 문제일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고정가격계약-자체계약에 대한 정산 기준을 기존 ‘계약체결 해당연도의 전체 고정가(SMP+REC) 계약가격의 가중평균 20년간 적용’을 개정 이후 SMP 변동에 대한 비용을 공급의무자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발전소 준공이후 최초 REC 생산연도의 ‘정부정산 REC’ 가격으로 20년간 정산하도록 한 점이다.

즉 사업 경제성 판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REC 기준가격을 계약이후 몇년이나 지난 준공 이후에나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발전소 준공과정 초기에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큰 리스크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SMP 변동에 의한 손실을 공급의무자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무조건 사업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미리 안될 것이라고 예측하기엔 고정가격계약의 핵심인 SMP와 REC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SMP와 REC가격 모두 심하게 떨어지는 시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발전사업자의 경우 금액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SMP와 REC가격이 평균대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지속적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을 경우에는 발전사업자 입장에선 유리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의 흐름과 더불어 석탄화력 등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의 감축 등 변수가 계속 이어질 경우 SMP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무조건 사업자에게 손해만 입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과거 FIT(발전차액제원제도)에서 RPS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의 예산부담이 매년 커지는 만큼 시장원리로 업계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그리드패리티를 이끌어내자는 이유였던 만큼 재생에너지 성장을 위해 정부의 예산만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무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투자 시점에 REC 매출 추정이 어렵고 SMP 변동성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REC 구매자와 재생에너지사업자 모두가 이러한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커진다.

국내 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는 “자체 고정가격계약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투자 시점에 재생에너지사업의 연도별 매출액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사업자는 매출과 비용이 고정돼 투자의사 결정이 용이했고 금융권은 PF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라며 “이에 풍력 등 대규모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불러오는 핵심이나 다름 없었는데 이번 개정이 진행됐을 경우 사업투자 시점에 REC 매출추정도 어려워지고 SMP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에 노출돼 사업자들이 큰 위기에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모두 반발 개정, 이유는?
이번 개정을 주도했던 산업부 전력시장과는 이번 개정을 진행하는 이유로 실시간 현물시장보다 현저히 높은 장기 고정가격계약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줄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가격계약이 현물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것은 시장원리로 운영되는 RPS시장에서 비정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도 필요하다고 업계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표적으로 풍력사업 SPC 구조에서 주요 공급의무자(REC 구매 주체)인 발전공기업이 SPC 주주로 참여하면서 REC 계약구조에서 단가 결정이 높게 형성되는 부분에 대한 개정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고정가격계약 상승과 비용 낭비를 방지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목적이며 SMP와 REC 가격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언제까지나 정부만 부담할 순 없다는 논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산업부가 일방적으로 REC 장기 고정가격계약 제도를 개정하겠다는 정책을 준비했다는 것 만으로도 사업지속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걱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단 보류가 됐지만 각종 리스크를 공급의무자나 발전사업자가 부담해야 될 시기가 됐다고 후일 관련부처에서 판단할 경우 업계 협의없이 제도 개정이 강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 도입 3년만에 정산제도를 변경해 REC만 고정가격으로 인정하고 SMP에 대해서는 고정가격이 아닌 실시간 가격으로 정산하도록 제도를 변경해 투자가 소극적이었던 과거로 회귀하겠다고 나서면서 장기 고정가격계약 기반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새만금 등 대규모 사업 진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산기준이 정부 예산에 부담이 된다면 차라리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원별로 산업성장세가 틀리다는 점을 감안해 각각 별도의 원별정산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태양광은 지속적인 확산세에 힘입어 정부의 비용이 더 투자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지만 풍력의 경우 입지제한 등 각종 리스크로 인해 사업자의 자체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에너지원별 산업 현황 등을 고려해 각각의 원별정산 방식을 도입한다면 정부의 예산손실도 줄이고 재생에너지 업계를 어렵지 않게 지원하는 방식도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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